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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채권금리 역전, 국제유가 급락…인플레보다 경기침체 공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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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공포 극에 달한 글로벌 금융시장

'침체 전조' 미국 장단기 금리 또 역전

물가 공포 더 큰 유럽, 각국 증시 폭락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가파른 긴축으로) 경기 침체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채권 구루’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채권시장 흐름을 지켜보면서 트위터를 통해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을 둘러싼 모든 흥미로운 움직임은 뒤처진 연방준비제도(Fed)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공격 긴축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과 일치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엘 에리언이 이와 함께 띄운 것은 미국 2년물 국채금리가 10년물 국채금리보다 더 높은 차트였다. 당장 눈앞보다 먼 미래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10년 후에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장기금리가 낮아진다면, 장단기 금리 차이는 좁혀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역전이 이뤄진다는 것은 장기 침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엘 에리언도 장단기 금리가 뒤집어진 게 근래 금융시장 대혼란의 방증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데일리

(그래픽=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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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미 금리 역전 또 발생

경기 침체 공포가 급부상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이례적인 금리 역전이 또 발생했고, 수요 급감 전망에 국제유가는 갑자기 8% 이상 폭락했다.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이제 막 돈줄 조이기를 본격화하는 만큼 침체의 골은 예상보다 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2.829%로 경기와 밀접한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2.805%)보다 높은 채 거래됐다. 종가 기준으로 2년물 금리가 더 높은 것은 올해 4월 이후 처음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에 연준이 긴축 압박을 받으면서 2년물이 뛰어오르는 와중에 장기 침체 공포가 만연하면서 10년물은 가라앉는 상황이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엘 에리언은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가 금리 역전에 관심을 갖는 것은 특유의 경기 예측력 때문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참가하는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은 기관투자자들이 주를 이루는 만큼 변수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CNBC는 “미국 채권시장에서 또다시 경기침체 가능성을 시사하는 깜빡이가 켜졌다”고 전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금리 역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시장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는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기 대비 연율 기준)이 -2.1%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1분기(-1.6%)보다 역성장 폭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요 급감 우려…유가 갑자기 폭락

금리 역전에 이날 시장은 하루종일 흔들렸다. 국제유가는 무려 8% 이상 폭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8.24% 내린 배럴당 99.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월 11일 이후 약 2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현재진행형임에도 유가가 갑자기 폭락한 것은 경기 침체 공포가 그만큼 커서다. 침체가 닥치면서 원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진 탓이다.

씨티그룹은 보고서에서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경우 브렌트유가 연말까지 배럴당 65달러까지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며 “내년 말에는 45달러까지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 증시는 장중 금리 급락을 등에 업고 나스닥 지수를 중심으로 반등했지만, 이는 전형적인 약세장 랠리라는 진단이 많다. 장기화하는 약세장 와중에 일시적으로 반등했다는 것이다.

유로화, 20년래 최저치로 ‘뚝’

미국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러시아산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여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에 속한 38개국의 올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평균은 9.6%로 집계됐다. 그 중 10% 이상 두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나라는 10개국이었는데, 칠레(11.5%)를 제외한 9개국이 유럽 중소국들이었다. 에스토니아(20.0%), 리투아니아(18.9%), 라트비아(16.9%), 체코(16.0%), 폴란드(13.9%), 슬로바키아(12.6%) 등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침체 위험에 취약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유로화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날 달러·유로 환율은 1.0265달러를 기록하면서, 유로화 가치가 2002년 12월 이후 거의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CNBC는 전했다. 이에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의 증시는 2% 후반대 급락했다.

러시아가 유럽연합(EU)에 보내는 가스 공급량을 줄이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도 불이 붙었다. 전날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7.8% 급등했다. 노르웨이 에너지 업계 파업 영향으로 메가와트시(㎿h)당 175.5유로까지 치솟으며 지난 3월 이후 4개월 만에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이달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이 경우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는 계속 오르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1.29% 상승한 106.49를 기록, 200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도미니크 버닝 HSBC 유럽사무소 리서치센터장은 “다른 나라들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는 시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은 25bp(1bp=0.01%포인트)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며 “유로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에퀴티 캐피털의 데이비드 매든 분석가는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뛰고 성장 속도는 느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드리워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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