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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에 필즈상 받은 우크라 여성 교수... "학생 가르치며 고통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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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출신 필즈상 수상자 '마리나 비아조프스카'
2월 '수상 소식' 듣고 몇 주 뒤 전쟁 시작
가족 키이우에... 전쟁 스트레스로 연구 못해
한국일보

5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2022 필즈상 시상식'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마리나 비아조프스카' 로잔 연방 공과대학 교수가 필즈상을 수상했다. 헬싱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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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저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놨어요."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2022 필즈상 시상식'에 침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마리나 비아조프스카(37)'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EPFL) 교수다. 그는 "전쟁이 일어나자 수학을 비롯해 그 어떤 생각도 나지 않았다"면서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순간에만 잠시나마 고통과 두려움을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러시아의 하르키우 폭격으로 사망한 21세의 젊은 수학자 '율리아 즈다노프스카'에게도 애도를 표했다. 그는 "율리아의 꿈은 우크라이나에서 어린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었다"며 "젊은이들의 죽음은 미래의 죽음"이라고 비통해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가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지난 2월이었다. 그는 "2월 국제수학연맹(IMU) 회장으로부터 직접 연락이 왔다"며 "매우 행복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수상자로 거론된 기쁨도 잠시, 불과 몇 주 뒤 러시아는 그의 고향 키이우를 침공하며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이 발발하자 비아조프스카 교수의 자매와 조카 등 가족들은 폭격에 위협을 느껴 우크라이나를 떠나 그가 살고 있는 스위스로 몸을 피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스위스로 향하는 여정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개전 후 우크라이나를 빠져나가려는 피란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져, 이들은 교통 체증이 누그러질 때까지 이틀 동안 불안 속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오랜 시간이 걸려 국경에 닿았지만, '전쟁 난민' 신분이라 한밤중에 걸어서 슬로바키아 국경선을 넘어야 했다. 이후 적십자의 도움을 받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스위스 제네바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나서야 마침내 3월 4일 이들은 스위스 로잔에 도착해 비아조프스카 교수와 만났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과 할머니 등 다른 가족들은 여전히 키이우에 머무르고 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가 매일 설득하고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할머니는 우크라이나에 남기를 원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의 부모님도 할머니와 함께하기로 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할머니는 우크라이나에서 평생을 보내신 분"이라며 "(그에게) 우크라이나가 아닌 다른 곳에서 죽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남겨진 가족을 걱정하느라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린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최근 몇 달 동안 연구를 하지 못했다. 그는 "감정적으로 어려움이 심해 일을 할 수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필즈상 수상 후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전쟁이 빠른 시일 내에 끝나길 바란다"며 "이후 우크라이나를 재건하는 데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고도 말했다.

1984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태어난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키이우에 있는 타라스 셰우첸코 국립대학에서 공부한 뒤,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 공과대학과 본 대학에서 각각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2017년부터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필즈상은 캐나다 수학자 존 찰스 필즈의 제안에 1936년 제정된 상으로, 2018년까지 모두 60명이 수상했다. 올해는 비아조프스카 교수와 함께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제임스 메이나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위고 뒤미닐 코팽 프랑스 고등과학연구소 교수가 필즈상을 수상했다.

김호빈 인턴기자 hobeen05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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