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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실종 아동은 공개해도 성인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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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20대 여성 실종에도… 경찰 “얼굴 공개할 수 없어”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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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오후 11시쯤 서울 강서구 가양역 인근에서 직장인 김가을(24)씨가 실종돼 서울 강서경찰서가 6일 현재 행방을 추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오후 10시 22분 가양역 인근 택시에서 내린 후 가양대교를 향해 걸어갔다. 이후 약 30분간 대교 위에 서있었고, 오후 11시 9분부터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극단적인 선택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가 사라진 게 알려졌을 때 김씨 가족들은 제보자라도 찾기 위해 경찰을 통해 김씨의 사진 등 인상착의를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본인 동의가 없으면 얼굴을 공개하며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받았다. 결국 지난 1일 김씨 가족은 자체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씨의 얼굴 사진과 실종 당시 모습이 담긴 CCTV를 공개하고 제보자를 찾기 시작했다.

또 지난달 31일 전남 완도에서 ‘조유나양 일가족 실종 사건’이 처음 벌어졌을 때 경찰은 유나양의 얼굴만 공개했다. 부모의 얼굴은 끝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경찰은 실종된 성인의 경우 실종의 원인이 불명확한 상태라면, 아무리 경찰이라도 그에 대한 개인정보를 공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한다. “성인 A씨가 실종됐다”고 그 가족들이 신고를 했더라도, 가족들 생각과 달리 A씨가 자발적으로 가출했거나 자취를 감췄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경찰이 A씨의 신상을 대중에 공개하는 것은, A씨 의사에 명백하게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양역 사건에서 김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못했던 게 바로 이런 이유였다.

반면 아동의 경우 실종아동법에 따라 경찰은 실종 신고를 접수하면 지체 없이 수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신상정보공개 및 위치추적이 가능하다. 유나양 가족 실종 사건에서 유나양의 신상만 공개된 이유다.

하지만 실종 성인도 신상을 공개해 제때 찾을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괴 등 범죄에 휩쓸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실종자 가족이나 지인 입장에서는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아 행방을 알 수 있는 힌트라도 얻고 싶지만 성인이란 이유로 정보 공개가 안 돼 가족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가출 신고는 6만6259건이고, 이 중 미발견자는 577명, 사망자는 1445명이었다. 지난해 4월 포항에서 간호사 B(당시 28세)씨가 실종됐는데, 실종자 아버지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그의 통화 내역, 카드 사용내역 등을 찾기까지는 8일이 걸렸다. 성인이라 경찰이 법원으로부터 통신사실허가서를 일일이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그는 백골 시신으로 발견됐다. 실종자 아버지는 “실종 당시 즉각적으로 수사했으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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