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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정후를 놓쳤다고 생각해보세요” SSG 의혹에 뿔난 구단들 [MK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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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고 못 해서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정후를 놓쳤다고 생각해보세요. SSG의 사전 접촉 의혹은 그만큼 심각한 사안입니다.”

SSG 랜더스의 아마추어 선수 사전 접촉(템퍼링) 논란이 6일 불거진 가운데 규약 개정과 함께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KBO리그 구단과 야구팬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6일 스포츠춘추는 SSG가 올해 신인드래프트 대상 연령의 수도권 지역 B고교 3학년 5명을 SSG의 강화 퓨처스 구장으로 불러 데이터를 측정, 사전접촉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

SSG 랜더스의 고교선수 사전 접촉 의혹 논란과 관련해 복수의 구단들은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올해 9월 진행되는 2023 신인드래프트는 전면드래프트의 부활로 상위지명 순번 선택이 매우 중요해졌다. 그만큼 각 구단의 입장 차이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바라보는 시각 차는 컸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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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결과 SSG가 9월 예정된 2023 신인드래프트 야수 최대어 A선수를 포함한 5명의 서울 지역 고교 3학년 학생선수들을 불러 트래킹 시스템과 카메라 등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측정했다는 내용은 사실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이 측정 인원에 올해 1라운드 지명이 거의 확실시 되는 야수 포함, 최소 2명 이상의 드래프트 유력 대상자인 고교 선수들이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올해 신인드래프트는 전면드래프트의 부활로 최근 그 어느 해 보다 상위 지명 순번의 선택이 중요한 해다. 선택 하나에 따라 그 구단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최상위 지명 유력 선수의 수준이 높다는 평가도 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프로·아마 협정서 제2조 [계약교섭 및 체결 기간]의 사전접촉 금지(‘지명 대상선수에 대한 메디컬체크 실시, 선수 계약과 관련한 구체적인 금액, 조건 등에 대하여 선수, 선수의 법정대리인, 소속학교 감독, 코치 등과 논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면 관련 구단의 해당 연도 1차 지명권을 박탈하고 선수는 3년간 프로 구단 등록을 금지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SSG는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프로스포츠협회의 단체 지원금 공모사업에 지원, 사업자로 선정된 ‘SSG랜더스 바이오메카닉 출장 솔루션 사업’의 일환으로 해당 아마추어 선수의 데이터 측정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엔 프로야구 구단 가운데선 SSG와 롯데 자이언츠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번 데이터 측정을 바라보는 타 구단들의 판단은 SSG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었다.

▲“A는 타자 1순위 지명 유력한 선수, 이미 SSG 지명 예정 소문 파다”

‘SSG가 스카우트 질서를 어지럽히고, 자신의 구단의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선수를 기존 사업 성격에서 벗어난 범위까지 접촉, 메디컬체크 이상의 테스트를 진행해 규약을 위반했다’는 게 복수 구단의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 모 구단 스카우트팀 C 팀장은 “올해 신인드래프트 투수 1~4순위는 확고한 정도로 랭킹이 굳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타자 랭킹 1위는 그보다 더 확실하다. 대부분의 구단이 A를 타자 1순위로 꼽고 있다. 그리고 SSG는 A지명이 유력할 구단”이라고 설명했다.

C팀장은 “올해 SSG의 전체 지명 순서가 5번째(2021시즌 정규시즌 6위)다. 만약 앞선 지명 순번을 가진 구단들이 모두 투수를 선택한다면 SSG는 딱 A를 뽑을 기회가 생긴다”라며 SSG가 올해 야수 가운데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A 지명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고 관련성도 큰 구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 팀장은 “만약 투수 최대어 심준석의 해외 진출 등 변수가 생기면 A의 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 그만큼 1라운드 상위 지명이 매우 유력한 선수”라며 “SSG는 특정 포지션 경쟁력이 떨어져 그동안 A선수 지명이 유력한 대표적인 구단으로 꼽혀왔다. 그런데 드래프트 몇 달을 앞두고 우연한 기회에 선의로 지역 연고지도 아닌 B고교에 먼저 데이터 측정을 제안했고, 공교롭게 A선수를 포함한 3학년 선수가 측정을 하게 됐고, 또한 계약 관련 사전 접촉은 없었다는 SSG측 주장은 도무지 믿기 어렵다”며 강한 어조로 SSG를 성토했다.

모 구단 고위 관계자 D도 “우리라고 그런 행위(지명 대상 선수 접촉 및 데이터 측정)들을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10개 구단 모든 스카우트팀이 아마추어 대회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한다”라면서 “하지만 프로구단이라는 유리한 위치 혹은 아마추어-프로 협정서 규약이 미비한 점을 이용해 선택에 작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룰을 위반, 스카우트 통념에서 벗어난 행위들로 구단 개별적인 공간에서 대상자와 접촉하진 않는다”면서 이번 사안을 강하게 질타했다. 관계자 D는 향후 타 구단과 협의를 통해 이번 사안과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을 대책을 논의해 볼 필요성이 있겠다고 덧붙였다.

▲ “이정후를 놓쳤다고 생각해보세요.”

모 구단 육성 관련 업무팀의 E 팀장은 가정을 통해 이번 상황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설명했다. E 팀장은 “만약 이 데이터 측정이 작용한 선택의 결과로 이정후를 놓쳤다고 생각해보라. 가정이지만 구단의 향후 10년의 미래가 바뀔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A를 포함한 5명의 선수들이 이정후만큼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룰을 어기고 정보를 수집한 구단의 지명에 의해서 연쇄적으로 피해 받는 구단들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조사와 함께 추가 제재도 필요한 일”이라며 투명한 진상 파악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문제가 된 A선수와 B고교 학생 선수들이 혹여나 받게 될 피해에 대해 향후 상황이 생기더라도 구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반응도 보였다.

이미 프로 구단과 아마추어 선수 및 학교간에 서로 심각하게 기울어진 저울의 관계성, 실질적인 동기 차이가 분명한데 반해서 받게 될 피해의 정도는 개인과 학교가 짊어져야 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외에도 각 구단들은 이해관계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경중의 차이를 두고 이번 상황을 해석하면서도, SSG의 진상 조사 발표와 KBO의 추가 대응을 유심히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6일 “공식적인 차원에서 아직 타 구단의 이의제기나 진상 조사 촉구 또는 제재 건의 등은 없었다”면서 “SSG 구단에 관련한 내용으로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SSG는 B고등학교 외에도 복수의 중-고교 학생 선수들을 강화로 불러 데이터를 측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마추어 야구 관계자 F는 “알려진 내용과 다르게 SSG와 특별한 연고가 없고 거리가 매우 떨어진 지역의 G대학 대형 투수 H도 강화로 가서 데이터 체크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외에도 지역 연고의 I고등학교와 J대학교 등, 2023 신인드래프트 지명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뛰고 있는 아마추어 고교-대학교를 대상으로 한 SSG의 초청 데이터 체크가 이뤄지고 있다”고 제보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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