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전력 수요 역대 최고치 기록...블랙아웃 그림자 가까워졌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7일 오후 5시 기준 9만2990㎿... 역대 최대
2018년 7월 폭염 때보다 512㎿ 초과
최악의 경우 순환단전 등 카드 써야 할 수도
정부 "아직은 큰 문제 없는 상황... 예의주시"
한국일보

역대 최대전력 수요를 기록한 7일 한국전력 관계자가 서울 중구 한전 서울본부에서 전력 수급 현황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상 첫 '6월 열대야' 등 때 이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7일 최대전력 수요가 2018년 최악의 폭염 당시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안 그래도 예년 수준을 웃도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넉넉하지 않은 예비전력 수준에 2011년 9월처럼 예비전력이 '0'이 되는 '블랙아웃'(대정전) 악몽이 재발할 수 있다는 걱정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는 이날 오후 5시 9만2,990메가와트(㎿)의 역대 최대전력 수요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날 최대전력 수요는 종전 최고치였던 2018년 7월 24일의 9만2,478㎿를 512㎿ 뛰어넘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최대전력 수요는 9만1,938㎿로, 지난해 여름 최고치인 7월 27일 오후 6시의 9만1,141㎿를 797㎿ 초과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올여름 절정으로 예상했던 다음 달(8월) 둘째 주의 최대전력 수요 전망(9만1,700~9만5,700㎿)에 한 달 이상 빨리 도달한 셈이다.

전력거래소 측은 "한반도에 고온다습한 기류의 유입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되고 체감 온도가 33~35도를 넘는 등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냉방 수요가 급증했다"면서 "게다가 흐린 날씨로 태양광 발전량이 감소하면서 전력 수요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박일준 차관 "최악의 경우 순환단전할 수도"

한국일보

최근 5년간 여름철 최대전력 수요 및 예비전력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부에선 정부가 예상한 최대전력 수요가 고점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한 시점보다 한 달 이상 빠른 것을 두고 사상 두 번째 블랙아웃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예비전력은 6,726㎿였고, 공급예비율은 7.2%였다. 보통 10% 이상 유지돼야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공급예비율이 낮아질수록 전력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다.

특히 기상청은 올여름이 '역대급'이었던 1994년과 2018년에 버금갈 정도로 무더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데다가 더위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블랙아웃은 2011년 한 차례 있었다. 추석 연휴 직후였던 2011년 9월 15일 뒤늦은 무더위에 급증한 전력 사용량을 감당할 수 없어 전력 당국이 지역별로 돌아가며 전력 공급을 일시 멈췄다. 그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졌다. 신호등이 꺼져 도로가 마비되고, 공장은 멈춰 서는 등 수백만 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전날 서울경제가 주최한 '제15회 에너지전략포럼'에서 "전력 수요가 몰리는 다음 달 둘째 주 전력 예비율이 5%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전력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경우 2011년의 순환 단전 카드를 다시 꺼내 들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아직까지 전력 수급 상황이 예측한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은 큰 문제 없는 상황"이라며 "기상청 날씨 예보를 예의주시하면서 비상 상황에 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폭염이 지속되면 현재로선 사실상 별다른 도리가 없다. 한 발전 기관 관계자는 "전력 공급량은 짧은 시간에 조정하기 쉽지 않다"며 "무더위가 이어지면 결국 전기를 안 쓰거나 덜 쓰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