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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답방 위해… 靑지시로 귀순어민 북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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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고위관계자 직접 밝혀 “서훈이 지시받고 조치”

2019년 11월 일어난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은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을 성사시키기 위해 강행한 것이라고 당시 사정에 밝은 여권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는 8일 “당시 서훈 국정원장이 귀순 어민을 북송하라는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강제 북송을 한 건 김정은의 부산 답방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초청을 위한 일종의 ‘성의 표시’ 차원에서 귀순 어민을 강제 북송했다는 것이다. 언론 등에서 이 같은 의혹 제기는 많았지만 고위 관계자가 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마침 이들이 ‘살인을 했다’는 내용의 군 SI(특수정보)가 사건을 덮기 위한 구실이 됐다”며 “이는 당시 정권 차원의 결정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1월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어선을 붙잡았다. 이후 정부 합동 조사 사흘 만인 11월 5일 북측에 “어민들을 추방하고, 선박도 넘겨주고 싶다”고 통보했다. 북한은 이튿날(6일) 응답했고, 바로 다음 날인 7일 귀순 어부 강제 북송이 이뤄졌다. 이 과정은 극비리에 진행됐지만 북송 당일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이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직보한 문자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잡히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1월 27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하기 위해 수차례 친서를 보내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북측에 강제 북송을 통보한 날(11월 5일) 김정은을 부산에 초대하는 친서도 보냈다. ‘김정은 초청장’에 ‘어민 북송문’을 동봉한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약 2주 뒤인 11월 21일 북한이 남북 간 물밑 접촉 과정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며 드러났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1월 5일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김정은)께서 이번 특별수뇌자회의에 참석해주실 것을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왔다”고 보도한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보도가 없었다면 어민 북송 사건은 미궁에 빠질 뻔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의 답방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서울·제주와 함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도 김정은 답방 후보지로 거론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의 부산 초청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확인된다. 통신은 “(남조선이) 몇 차례나 (김정은이 못 온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왔다”며 “남측이 (김정은의) 부산 방문과 관련한 경호와 의전 등 모든 영접 준비를 최상의 수준에서 갖춰 놓고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도대체 북과 남이 만나서 무엇을 할 수 있으며 그런 만남이 과연 무슨 의의가 있겠는가”라고 초청을 공개 거부했다. 여권 관계자는 “어민까지 북송하며 간청했는데 북한이 매몰차게 걷어찬 셈”이라고 했다.

귀순 어부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된 국정원과 군·경 등 여러 기관들은 모두 당시 청와대의 속전속결식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청와대의 지시로 서훈 전 원장이 당시 합동조사를 강제 조기 종료시켰고 정말 이례적으로 빠르게 강제 북송이 이뤄졌다”며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여러 관계 기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강제 북송 사실이 담긴 김유근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의 휴대전화 메시지가 공개되자마자 대응 자료를 만들었는데 군에서 바로 발표하지 않았다”며 “모든 메시지가 안보실을 거쳐 토씨까지 바뀌어 나왔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왜 이렇게 강제 북송이 빨리 진행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며 “김정은 답방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아예 못한 사람도 많았다”고 했다.

국정원은 이번에 서훈·박지원 전 원장을 고발하면서 당시 청와대에 파견됐던 국정원 직원도 함께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파견 국정원 직원은 청와대와 국정원 간 일종의 연락관 역할을 한다.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청와대의 부적절한 지시가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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