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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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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ㆍ전쟁으로 위협받는 민주주의…"韓, 자신감 갖고 더 큰 역할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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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동아시아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국의 아시아 민주주의 지원을 위한 한ㆍ미 간담회'. 사진 동아시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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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자국의 민주주의 유산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K-컬쳐 등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동아시아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국의 아시아 민주주의 지원을 위한 한ㆍ미 간담회' 참석자들은 "한국이 전쟁·분단·독재를 이겨내고 지금의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 수 있었던 경험을 공유해 전 지구적 민주주의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 전ㆍ현직 국회의원 9명과 민주주의진흥재단(NED), 민주주의연구소(NDI) 등 미국 민주주의 싱크탱크 관계자 8명이 참석했다. 토론에서 각 참석자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비밀에 부치는 '채텀하우스 룰'을 적용해 최근 전 세계 민주주의가 맞닥뜨린 도전과 한계점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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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동아시아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국의 아시아 민주주의 지원을 위한 한ㆍ미 간담회'. 사진 동아시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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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민주주의 역사 흥미로워"



미측은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굉장히 흥미롭다"고 입을 모았다. "K-팝, K-컬쳐 등 소프트 파워의 영향으로 한국의 민주주의 가치가 전 세계에 스며들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이에 한국 측에선 "한국의 민주주의 성장에는 시민 사회 역할이 주효했다"며 "향후 한국만의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다만 한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자체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인으로는 뿌리 깊은 양당 정치 지형, 진보와 보수, 지역과 세대 간 갈등 등이 꼽혔다. 한국 측 한 참석자는 "한국의 젊은 세대는 민주주의와 글로벌 의식을 체화했지만 활동 기반이 갖춰지지 않았고, 기성세대는 한국이 국제 사회 가치를 주도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은 미얀마 등 제3국의 민주화를 위해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반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홍콩·중국·북한 관련 문제는 건드리는 것조차 꺼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함께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국가와 자원 확보 등 경제 협력이 필요할 경우, 보편 가치와 현실적 이익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딜레마도 제기됐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최근 국제 정세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참석자는 "일부 국가에선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시민의 통행을 제한하고, 심한 경우 계엄령을 발동하기도 했다"며 "재난 상황에서 자유와 기본권 제약이 불가피하더라도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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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동아시아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국의 아시아 민주주의 지원을 위한 한ㆍ미 간담회'. 사진 동아시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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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이슈ㆍ교육 관련 제언도



한편 미국 측에선 "지난해 12월 미국 주도로 개최됐던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도 '젠더 이슈'가 주요하게 언급됐다"며 한국이 민주주의의 주요 요소인 성평등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한국 측 한 인사는 "한국 사회 일각에서 젠더 문제 관련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조차 정치화해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5·18 민주화 운동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가 최근 비교적 하나의 관점으로 수렴하기 시작했듯, 젠더 문제도 향후 초당적 접점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를 고리로 한 양국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대표적인 게 민주주의 '교육'이었다. 한 참석자는 "국가마다 정치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억지로 민주주의를 확대하긴 어렵지만, 민주주의를 올바르게 구현하는 모범을 보이고 관련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선 SNS를 통한 확증 편향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외에도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제도와 문화가 균형이 필요하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따르는 경제적, 안보적 비용을 감당할만한 여건 마련이 우선해야 한다" 등 제언도 있었다. 미얀마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지난해 발의된 '아세안인권기금법'(하태경 의원 대표발의) 등 "국회 차원의 입법적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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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의원-美 싱크탱크 머리 맞대



이날 간담회에는 미측에서 데이먼 윌슨 민주주의진흥재단 회장, 데렉 미첼 민주주의연구소장, 산티 칼라틸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민주주의인권조정관, 아브라모위츠 프리덤하우스 회장, 브라이언 조셉 민주주의진흥재단 부회장, 린 리 민주주의진흥재단 아시아 협력담당관, 맨프리 싱 아난드 민주주의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관, 요한나 카오 국제공화주의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관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선 국민의힘의 최형두, 하태경, 신원식, 윤주경 의원, 더불어민주당의 조응천, 이용선 의원, 정의당의 장혜영 의원,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현 법무법인 우리마루 대표변호사),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참석했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은 환영사에서 "연구원 조사 결과 한국인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2005년 43%에서 2020년 74%로 15년만에 크게 증가했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한국인의 지지 여론은 강고하며 이제 전 지구의 민주주의를 위해 한국이 역할을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진 개회사에서 데릭 미첼 미 민주주의연구소(NDI) 소장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아프리카 지역 질서 재편 시도 등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협이 커질수록 민주주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수호해야 하며, 이와 관련 한국의 잠재력과 위상은 생각보다 더 높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준비하고 사회를 맡은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 겸 동아시아연구원 시니어펠로는 "국내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여전히 많지만, 아시아의 대표적 민주국가로 성장한 한국이 도덕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세계 도처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지원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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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동아시아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국의 아시아 민주주의 지원을 위한 한ㆍ미 간담회'. 사진 동아시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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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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