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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장동건 그 아파트 4000만원…'연봉 뺨치는 월세' 3배 폭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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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아파트 월세가격 역대 최고 기록이 경신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더펜트하우스 청담(PH129)’ 전용 면적 273.96㎡는 지난달 21일 보증금 4억원, 월세 40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7월30일 서울 성동구 소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전용 264.546㎡가 기록한 종전 최고가 2700만원보다 1300만원 높은 금액으로 역대 최고가다. 사진은 4일 서울 강남구 '더펜트하우스 청담'. 2022.4.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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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월세만 1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월세도 크게 늘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아파트 월세가 1000만원을 넘는 거래가 총 74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26건과 비교하면 1년 만에 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2020년 상반기에는 이런 초고가 월세 아파트 거래가 단 9건에 불과했다. 월세 2000만원이 넘는 거래는 지난해 상반기 5건에서 올해 18건으로 늘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청담) 전용면적 273.96㎡(6층)은 지난 3월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 수준 월세 4000만원(보증금 4억원)에 계약하며 올해 최고가 월세로 기록됐다. 지난 3월 서울 전월세 전환율(4.7%)로 환산한 가격은 106억원 수준이다. 이 곳은 유명 연예인인 장동건·고소영 부부가 사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이 아파트 해당 면적은 145억원에 매매되기도 했다. 부동산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2년 전 보증금 20억원, 월세 2300만원에서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세를 1700만원 높여 신규 계약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올해 상반기 초고가 월세 아파트 거래는 용산구가 24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 용산의 초고가 월세 거래는 4건이었는데 올해는 24건으로 8배가 늘어났다. 한남동 '한남더힐'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월세 1000만원 이상에 9건 계약됐다. 한남더힐은 2011년 옛 단국대 부지에 32개 동, 600가구 규모로 조성된 최고급 주거단지다. 대기업 사주, 연예인 등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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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한강 조망이 가능한 초고층 아파트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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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부촌인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도 지난해 월세 1000만원이 넘는 계약은 6건이었지만 올해는 6월까지 5건이 계약됐다.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역시 초고가 월세 계약이 2020년까지만 해도 단 한 건도 없다가 지난해 2건에 이어 올해는 4건으로 늘었다. 이런 초고가 월세 아파트의 평균 전용면적은 187.79㎡로 대부분 70평형대 이상의 대형 아파트다.

대기업 직장인 평균 월급(529만원·통계청 기준)을 뛰어넘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올해 상반기에만 393건 있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4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는 최근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토부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51.6%였다. 이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은 건 처음이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가 집계한 거래량 통계를 보면 지난 2년 서울의 월세 거래는 58.2% 늘었는데, 전세 거래량은 6% 줄었다.

세금 부담이 큰 고가 아파트 집주인 중에서도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세무그룹 온세의 양경섭 세무사는 "3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전세를 내주더라도 임대소득세를 내야 해 전략적으로 전세 대신 월세를 주는 집주인들도 있다"며 "최근 시중 은행 금리가 크게 오르기 전까지 집주인 입장에서 월세 수익률이 전세보다 더 낫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월세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도 이유다. 1000만원 이상 초고가 월세 가운데 보증금 변동 없이 월세만 수백만 원 오른 갱신 사례도 많았다. '한남더힐' 전용 235.31㎡는 2년 전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300만원이었던 것이 지난 3월 월세만 700만원 오른 2000만원에 갱신 계약됐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222.76㎡도 보증금 3억원, 월세 830만원이었는데, 갱신 계약을 통해 월세(1120만원)가 290만원 올랐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만 세금을 신경 쓰고 싶지 않거나 자산 관리 등의 목적으로 굳이 집을 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 소유에 얽매이지 않고 좋은 집에 살아보고 싶은 사람 등이 초고가 임대 수요자"라며 "사는 집의 노출이 잦은 연예인이나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 외국계 법인 대표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자금 융통을 위해 목돈이 필요한 사업가들 가운데 전세보다 고액 월세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거주지가 신분을 나타내는 수단이 되면서 이를 과시하기 위해 고액 월세 지불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경섭 세무사는 "최근 법인에서 비용 처리가 가능한 초고가 슈퍼카를 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처럼 아파트 월세도 상황에 따라서 법인이 비용 처리를 할 수 있다"며 "기업에서 외국인 전문가를 스카우트하면서 요구 조건을 맞춰주기 위해 한강변 고액 월세를 거주지로 선택하는 경우,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가 고액 월세 아파트를 자신의 작업실로 사용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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