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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장·단기' 금리차 줄고 '변동·고정' 금리 역전…"불황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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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김상준 기자] [편집자주]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데도 장기 국채 금리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아예 3년물 금리 아래로 추락했다. 장단기 금리역전은 '경기침체'의 전조다. 경기의 가장 정확한 예보관 중 하나인 채권시장을 통해 향후 경기를 내다본다.

[MT리포트] '불황' 경고하는 시장금리 (上)


기준금리 올리는데 국채금리는 뚝뚝…갑자기 커진 'R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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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김영훈 기자 = 5일 부산 남구 용당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적재되어 있다. 지난 4월부터 3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면서 상반기 무역 수지 적자 폭이 103억 달러에 이르렀다. 수출에 불리한 고환율과 수입 물가 상승 탓으로 풀이된다. 2022.7.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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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채권시장에서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경고음이 갑자기 커지고 있다. 내년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평균 전망치)가 불과 한 달 사이 0.7%포인트나 떨어진 게 대표적이다. 장단기 금리차도 크게 줄었다. 향후 경기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그만큼 빠르게 어두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5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3.079%로, 최근 고점(6월17일, 3.745%) 이후 35거래일 만에 0.666%포인트나 떨어졌다.

국채 가운데 유동성이 가장 풍부한 3년물 금리는 우리나라에서 기준금리의 향방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채권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급 상황에 따라 오차가 있지만, 경험적으로 대개 국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보다 25bp(1bp=0.01%포인트)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국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와 동행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내년 한국은행 기준금리 고점에 대해 시장의 컨센서스는 약 한 달 전 3.25~3.5%에서 지금은 2.75~3%로 50bp 정도 떨어졌다. 국채 3년물 금리가 떨어진 폭과 비슷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기준금리가 2.75~3.0%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은 합리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올해말까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해말 3% 안팎까지 올린 뒤 내년에도 추가로 25bp씩 한 두 차례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내년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이 급속히 약해지고 있다. 경기가 그만큼 빠르게 냉각될 것이란 얘기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달 26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3.2%로 낮췄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에서 2.3%로 내려잡았다.

미국 경기도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지난 2분기 미국의 경제는 전기대비 0.9%(연 환산) 역성장했다. 지난 1분기(-1.6%)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미국 노동부가 4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또한 26만건으로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 이전인 2019년 평균치(21만8000건)을 크게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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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어두운 경기 전망은 장단기 금리차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월18일 50.6bp까지 벌어졌던 장단기 금리차(국채 10년물-3년물)는 지난달 27일 3.1bp까지 줄어들었다. 지난 5일에도 장단기 금리차는 4.5bp에 그쳤다. 유통물량이 적어 신뢰도는 낮지만 최근 국채 30년물 금리가 사상 최초로 3년물 금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대개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경기둔화,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의 전조로 간주된다.

국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를 반영한다면 국채 10년물 금리는 향후 경기에 대한 장기 전망을 나타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통상 기준금리 인상-인하 사이클을 약 5년으로 보는데 10년이면 통화정책의 영향 없이 한국경제의 펀더멘탈만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장기채의 경우 금리변동에 따른 가격변화가 커 경기변동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다는 특징도 있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는 "국채금리는 수급,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경기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지금 국채금리가 인플레이션만 반영한다고 하면 4%에 가 있어야 한다"며 "현재 국채금리는 향후 1~2년간의 경기 다운턴(둔화)를 분명히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어려운 자금 사정을 예고하듯 국채와 회사채간 금리차(크레딧 스프레드)도 벌어지고 있다. 시장에서 경기둔화에 따른 부도 위험 등을 우려해 회사채 투자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채 3년물과 AA-등급 회사채 3년물간 금리차는 지난 1월3일 60.5bp에서 지난 5일엔 97.7bp로 확대됐다. 크레딧 스프레드가 벌어진다는 것은 기업들이 더 많은 이자를 줘야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것으로 채권시장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최근 안정화되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조기에 끝날 것으로 시장이 전망하는 이유다. 그동안 한은이 물가 뿐 아니라 환율 때문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한 면이 있는데, 최근 환율이 1300원선을 밑돌면서 환율 안정을 위한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지난달 15일 1326.1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298.3원에 마감됐다.

오 연구원은 "미 채권금리 상승 사이클이 끝나면 최근 진행됐던 달러화 강세는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또한 경기여건이 좋지 않아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빨리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변동>고정, 금리역전…시장금리 따라 대출금리 '널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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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 역시 종류를 가리지 않고 치솟았는데 한달전부터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변동금리보다 낮아졌다. 대출금리의 지표가 되는 장기 채권금리와 단기 채권금리 추이가 최근 바뀌면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 5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3.92~5.969%, 고정금리는 3.88~5.792%로 집계됐다. 금리 상단과 하단 모두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다. 통상 고정금리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되기 때문에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다.

은행별로는 △국민 3.92~5.32%, 3.88~5.28% △신한 4.28~5.33%, 4.15~4.98% △하나 4.669~5.969%, 4.492~5.792% △우리 4.61~5.59%, 4.92~5.7%(변동금리, 고정금리 순) 등이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가 역전된 건 지난달 15일쯤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서 상단, 하단 모두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아졌다. 그보다 한달전인 6월17일 4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는 각각 4.33~7.14%, 3.69~5.681%로 변동금리가 낮았다.

대출금리를 책정할 때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 추이가 상반된 흐름이라서다. 변동금리 준거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속 상승했다. 특히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38%로 전월 대비 0.4%포인트 급등했다. 코픽스 공시를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코픽스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이로 인한 예·적금 금리 인상이다. 한은이 지난 4월과 5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올리자 주요 은행은 즉각 기준금리 상승분 이상 수신금리를 올렸다.

반면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가 되는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6월 중순 이후 떨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직후인 6월17일 4.147%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15일 3.642%로 낮아졌다. 지난 4일엔 3.641%에 머무르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 국고채 장기금리가 떨어지면서다. 금융채 금리는 국고채 금리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유례없이 빠른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기금리가 떨어지면서 정책대출인 보금자리론 금리 또한 상승세를 멈췄다. 이달 만기 30년 보금자리론 금리는 지난달과 같은 4.8%다. 지난 2월 3.45%에서 7월까지 꾸준히 올랐던 상승세가 정지했다. 보금자리론 금리는 국고채 5년물과 연동된다.

반면 신용대출 금리는 계속 뛰고 있다. 4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4월1일 3.2~4.54%에서 지난 5일 4.359~5.72%로 상단과 하단이 1%포인트 이상 올랐다. 단기 채권금리는 올라서다. 신용대출 금리 지표는 금융채 6개월물(무보증·AAA)로 지난 4월1일 1.765%에서 지난 4일 3.072%로 역시 1%포인트 넘게 올랐다.

주담대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역전은 금융당국의 영향도 작용했다. 당국이 은행의 '지나친 이자 장사'를 지적하자 은행들은 속속 대출금리를 인하했는데, 대상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높았던 주담대 고정금리였다. 고정금리 비중을 늘리라는 권고도 고려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주담대 고정금리를 0.4%포인트 내렸다. 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주담대 고정금리 신규에 대해 우대금리 0.2%포인트를 제공한다.

금융권은 이같은 금리 추이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이미 반영됐다"며 "현재 시장금리는 상당 부분 향후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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