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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흡연력 4기 환자도 이제는 면역항암제로 생존율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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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대한폐암학회 이사장

1기에 발견 땐 70% 이상 완치되지만

초기 자각증상 없어 거의 4기에 진단

전이성 환자 5년 생존율 10%에 불과

면역항암제. 면역 T세포 활성화 치료

부작용 적고 5년 생존율 약 2배 높여

"암은 치료차수 높아질수록 효과 적어

1차 치료부터 면역함암제 투여 중요"

“우리나라 폐암 환자 65%는 흡연과 관련됐습니다. 흡연력이 있는 폐암 환자의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예후가 더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치료 옵션은 상대적으로 더 제한적이었습니다. 항암화학요법은 부작용이 많고, 표적항암제는 거의 효과가 없었던 거죠. 면역항암제의 등장은 이런 흡연 폐암 환자 생존율 증가와 부작용 감소를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국내 암 사망률 부동의 1위를 지켜온 폐암. 이제는 위암을 넘어 발생률(갑상선암 제외) 1위까지 차지했다. 걸릴 확률도, 사망할 확률도 그만큼 높은 셈이다. 이는 특히 남성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세계일보

대한폐암학회 김영철 이사장(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4기 진행성, 전이성 폐암의 5년 생존율이 그동안 10% 수준에 불과할 만큼 치명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최근 면역항암제가 1차 표준치료로 자리 잡으면서 표적항암제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70∼80%의 환자가 적은 부작용으로 2배에 가까운 생존율을 보이고 있고, 새로운 임상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는 만큼 폐암 치료 환경은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순전남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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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폐암학회 김영철 이사장(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5일 세계일보와의 서면·전화 인터뷰에서 폐암이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는 이유에 대해 “진단이 늦고 치료 방법이 한정적”이었던 것을 지목했다. 폐암은 1기에 발견되면 70% 이상 완치되지만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환자의 40% 이상이 암이 진행된 4기에 진단을 받는다. 4기 전이성 폐암 환자 5년 생존율은 고작 10%, 10명 중 9명은 5년 내 사망한다는 의미다. 4기 폐암의 경우 수술이 아닌 항암치료가 우선인데, 2000년 이전 항암치료는 항암화학치료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1990년대까지는 폐암 치료제가 항암화학치료제밖에 없었다. 항암화학치료는 암세포뿐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는 혈액 세포와 점막, 모발 등 정상 세포에도 동일하게 작용하면서 전신적인 부작용을 야기해 환자 3명 중 1명(27.1∼36%)은 첫 치료 후 다음 2차 치료까지 이행하지 못하고 사망하거나 치료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작은 변화가 온 것은 2000년대 초 표적항암제가 등장하면서다. EGFR, ALK 등 특정 유전자 변이를 억제해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 개발된 것이다. 다만 이런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는 전체 폐암의 20∼30%에 불과하다. 유전자 변이가 없는 70∼80%, 특히 흡연력이 많은 폐암 환자에게서 많이 나오는 소세포암과 편평상피암 치료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었다.

이들 70∼80%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 것이 2016년 국내에서 치료제로 허가된 면역항암제다.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해 암을 치료한다. 암세포에서 나온 PD-L1단백질이 면역세포의 PD-1 수용체와 결합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했던 만큼, 그 결합을 막아 인체 면역이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 항암화학요법보다 부작용이 적고, 적용 대상은 넓으면서, 5년 생존율은 약 2배 연장되는 등 치료 효과가 나타나면서 면역항암치료는 유전자 변이가 없는 암 환자의 표준치료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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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이사장의 환자 역시 호전을 보인 경우가 많다. 2017년 8월에 폐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됐던 55세 여자 환자는 척추를 포함한 골 전이 등으로 더 이상의 항암치료는 어려웠고, 1년 이내 생존이 예상됐다. 그러나 폐암 면역항암제를 쓰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년간 투약을 완료 후 3년째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PD-L1단백질의 발현이 50% 이상인 경우 단독요법을, 50%보다 적을 경우 항암화학요법과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을 쓴다. 단독요법 외에 병용요법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면역항암제는 PD-L1 단백질과 면역세포 결합 문제를 해결한 것인 만큼 폐암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 단독요법은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이는 전체 폐암의 10∼30% 수준이죠. 그러나 병용요법을 통해 PD-L1 발현율이 50%에 못 미치더라도 첫 치료부터 면역항암제 투여가 가능합니다.”

김 이사장은 1차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암은 치료 차수가 높아질수록 환자들의 전신상태와 심리에서 피로도가 높아 우수한 치료제라도 1차 치료보다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1차 치료부터 효과가 뛰어난 치료제를 사용해 약제를 바꾸지 않고 오랫동안 치료하는 것이 생존 연장에 중요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국내에서 면역항암제는 4기 진행성 폐암환자에서만 1차 치료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빠르게 성과가 나고 있는 만큼 김 이사장은 많은 폐암 환자가 희망을 가질 것을 격려했다.

“지난 6월 권위 있는 세계 암 학회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ASCO 2022)에선 1기말∼3기초(1B~3A)의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 또는 후에 항암치료로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생존율을 높이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치료 효과를 높이면서도 부작용을 줄이는 임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앞으로 폐암 치료 환경은 더욱 발전할 전망입니다. 환자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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