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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결 다른’ 전북교육감…혁신학교 중단 등 ‘불통행정’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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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혁신학교인 전북 진안 장승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지난해 4월 미얀마 민주주의를 응원하는 바자회를 열고 있다. 전북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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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교육단체들이 서거석 교육감 취임 후 벌어지고 있는 교육현장 대혼란에 대해 일갈했다. 초법적·권위적·일방적 불통행정으로 전북교육을 후퇴시키는 ‘학교자치 훼손 3대 공문’을 철회하라고 연대한 것이다. ‘소통’을 최우선시하겠다던 서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교원단체들로부터 진정성을 의심받는 분위기다.

전교조 전북지부와 전북실천교육교사모임, 전북혁신교육네트워크, 전북좋은교사운동, 전북혁신학교연대(준) 등 전북지역 교원단체는 8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서 교육감 취임 후 공문으로 내려보낸 ‘자유학기제 운영 변경’과 ‘혁신학교 중단’, ‘참학력 용어 폐지’ 등은 정당한 절차와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일방적 불통행정의 결과”라며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3대 공문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전북교육청은 서 교육감 취임후 18일이 지난 뒤 ‘2023, 2024학년도 전라북도 자유학기제 운영 안내’ 공문과 ‘2023학년도 전라북도 혁신(혁신더하기)학교 공모 중단 안내(7월22일)’, ‘참학력 용어 사용 변경 안내(7월26일)’ 라는 공문을 잇따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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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석 전북교육감이 지난달 혁신학교인 진안 장승초등학교를 방문해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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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청은 공문 발송에 그치지 않고 청사 안에 있던 ‘참학력지원센터’ 현판을 바로 내렸다. 청사안내도에서도 해당 부서의 이름을 지웠다. 참학력지원센터에서 업무를 하던 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존재를 부정당하는 처지가 됐다.

일선 학교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혁신학교를 준비하고 있던 학교와, 자유학기제 운영 방식을 갑자기 변경해야 하는 학교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모 교감은 “교육감이 바뀌면서 어느정도 교육정책이 변화하리란 예상은 했지만 취임 한 달도 안돼 전임 교육감이 혼신을 다해 추진해 온 정책들을 모조리 폐기처분하는 것이 교육자치을 실현하고, 현장을 배려하는 것인지 반발이 크다”고 전했다.

전북교육청의 한 공무원도 “일단 하라니까 따른다. 다들 쉬쉬하고는 있는데 내부 반발이 적지 않은게 사실”이라면서 “과거를 부정해야 현재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공약 내세우는 것인데 소통이 안 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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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인 전북 장승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윤일호 교사가 2015년 쓴 책 표지. 전북교육청 제공


자유학기제의 경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4조 제3항’에 따라 중학교에서 학교의 장이 한 학기 또는 두 학기를 정해 운영해 왔다. 전북의 중학교들은 학교 특성에 따라 한 학기 운영부터 시작해 호응이 좋아지자 두 학기 운영학교로 확대되다 지난해부터는 모든 중학교들이 두 학기 운영을 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학교의 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운영해야 하는데도 전북교육청이 공문을 통해 ‘1학년 2학기 한 학기 운영(자유학기 활동 170시간 이상)’으로 일방 통보한 것이 반발을 불렀다. 교원단체들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어긋난 교육감의 초법적인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혁신학교 역시 ‘전라북도 혁신학교 운영·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교육감이 지정해 운영해 왔다. 전북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혁신학교를 중단하고 미래학교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례에 따라 운영하는 혁신학교를 실체가 불분명한 미래학교의 한 영역으로 운영하려면 먼저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참학력은 교육청 고시에 따라 ‘지식, 가치와 태도, 실천이 조화를 이뤄 공동체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힘’을 의미하는 전인교육의 상징으로 추진돼 왔다. ‘참학력 용어 사용 변경 안내’를 공문으로 일방 통보한 것은 전라북도교육청 고시에 어긋난 일방적인 행정이라는 게 교원단체들의 주장이다. 교원단체 관계자는 “하나의 규범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같은 서열 또는 상위 서열의 규범으로 해야 하며, 고시 내용에 포함된 참학력을 폐지하려면 <전북교육과정 총론>을 수정해 교육감이 고시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옳은데 이런 과정을 일체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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