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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취학연령 5세는 박순애 독단일 것... 보육 부담 줄일 학제개편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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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 교육평론가, '만 5세 입학' 정책 비판하며
"문제점은 교육부 내에서도 알고 있었을 것"
"6∼18세 유지하고 만 5세 공교육 과정 포함" 대안도
한국일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유·초·중등학교와 대학 분야 2학기 방역 및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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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제안해 논란을 불러온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에 대해 이범 교육평론가는 "이 정책 발상을 교육부에서 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면서 해당 정책은 박 부총리의 독단일 것이라는 추정을 내놨다.

8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이 평론가는 "교육부 관료들이 이런 식으로 학제개편을 하면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면서 "당일날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학제개편을 언급하기는 하지만, 만 5세로 입학연령을 낮춘다는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장관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만 5세 입학연령 정책을) 바로 보고를 한 것이다. 교육부 내에서 거를 기회가 있었다면 정책이 이렇게 나올 수가 없었다. 대통령실도 이를 거르지 못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박 부총리로부터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박순애표' 3대 문제점은 ①학업성취도 격차 ②보육사교육 심화 ③교육과정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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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회원과 학부모들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정부의 학제 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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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론가는 윤석열 정부안대로 12학년제를 유지하면서 입학연령을 5세로 내리는 방안의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로 지적했다. ①우선 학제개편의 과도기에 1학년 구성을 12개월에서 15개월(또는 13개월)로 늘려 취학연령을 서서히 내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렇게 하면 학년 내 학업성취도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 이 평론가는 "현행 12개월 가운데서도 생일이 늦은 학생들이 학업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문제가 있는데, 15개월로 늘리면 이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고 지적했제다.

②두 번째는 초등학교의 돌봄 기능이 취약해 '보육 사교육'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는 우려다. 학부모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시간의 보육을 사교육에 맡기거나 경력 단절을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비책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③마지막으로 교육과정 개편의 문제다. 이 평론가는 "정부가 6∼18세를 5∼17세로 고스란히 내리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는데, 교육학에서 얘기하는 교육과정상 만 6세가 받는 교육을 만 5세가 그대로 받을 수가 없다"면서 "만 5세 1학년의 교육 내용은 현재 1학년 교육 내용과 달라야 하고, 연쇄적으로 전 학년을 다 바꿔야 한다. 공교육 전반이 이로 인해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부모 아동 보육 고충, 사회적 논의로 이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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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는 이범 교육평론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 평론가는 박순애 부총리의 사퇴와 함께 '만 5세 취학연령' 정책이 폐기되는 것에 대해 외려 아쉬움을 표하면서 공교육 돌봄 시스템 개편으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부 장관이 물러나고 정책을 철회하면서 끝나 버리면, 학부모들이 아동을 키우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고충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면서 "초등학교의 돌봄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인식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6∼18세 교육과정은 그대로 두되 만 5세를 공교육에 포함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평론가는 "정부가 입학연령을 낮추는 부분만 검토하지 않고 사회 진출 연령을 앞당겨 노동력 부족도 상쇄하자는 발상으로 나오니까 일이 꼬인 것"이라면서 "졸업연령을 만 18세로 고정한다는 가정하에 0학년 교육 과정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기술적 문제도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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