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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모범형사’ 속 가족의 두 얼굴.. 손현주에겐 ‘사랑’, 김효진에겐 ‘증오’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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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김재동 객원기자] 1979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테레사 수녀에게 한 기자가 질문했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세계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테레사 수녀가 답했다.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사랑하세요.”(Go home and love your family.)

시즌 2로 돌아온 JTBC 주말드라마 ‘모범형사 2’(극본 최진원, 연출 조남국)를 관통하는 주제는 아무래도 가족인 것 같다.

시즌 1에서 무고한 사형수 이대철(조재윤 분)을 끝내 구하지 못한 인천 서부서 강력팀 강도창(손현주 분)은 이대철의 딸 이은혜(이하은 분)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총각 아빠’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드라마는 이 강도창 가족과 함께 연쇄살인마 이성곤(김인권 분)과 TJ그룹 기획실장 천나나(김효진 분), 사망 피해자 정희주(하영 분), 인삼절도범 김형복(김규백 분) 등의 가족 이야기를 사건을 따라 줄줄이 배치하고 있다.

세상은 ‘흰가운 연쇄살인’으로 떠들썩 하지만 인천 서부서 강력 2팀은 인삼절도사건에 매진하고 있다. 어느 밤 관할 내 인삼밭에서 잠복수사중이던 강력 2팀이 절도범을 포착하고 검거에 나서려던 순간 급한 볼 일을 보던 지만구(정순원 분)의 변냄새에 유혹된 멧돼지의 습격을 받게 되고 그 와중에도 오지혁(장승조 분)은 격투 끝에 김형복을 검거한다.

강도창은 김형복의 ‘잡범본색’을 눈치채고 ‘3일내 절도인삼 원상회복’을 조건으로 풀어준다. 하지만 검거현장 인근에서 ‘흰가운 연쇄살인’의 4번째 피해자 정희주의 사체가 발견되고 서울광역수사대는 오지혁과의 격투중 떨어진 김형복의 단추를 습득한다.

OSEN

김형복이 피의자로 몰리면서 자칫 연쇄살인범을 풀어준 멍청한 경찰로 낙인찍힐 위기에 처한 강력2팀은 김형복 검거 총력전에 나선다. 공교롭게도 광수대가 김형복을 연쇄살인 피의자로 공개수배한 직후 강도창과 오지혁을 피해 달아나던 김형복은 도주중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연쇄 살인범 검거의 명예가 강력 2팀에 안겨진 직후 강도창은 절도된 인삼이 주인에게 되돌려졌음을 알게 된다. 김형복은 심약한 절도범에 불과했던 것이다.

“우리 아이가 이것저것 나쁜 짓 하고 돌아다니는 건 알아요. 하지만 사람 죽일 애는 아녜요. 밥먹기 전에 기도도 하던 아이예요. 형사님이 보시기에 우리 애가 사람을 죽였을까요?”

끝까지 아들을 믿고 싶었던 형복의 어머니에게 그 아들을 ‘연쇄 살인마’란 오명을 쓴, 싸늘한 주검으로 돌려준 게 자신인 듯 자학하는 강도창. 그리고 “그 따위 자학은 무고한 시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과 똑같은 짓”이라며 질타하는 오지혁은 인삼절도사건을 종결짓고 흰가운 연쇄살인 수사를 시작하기로 의기투합한다.

그러던 차 정희주의 조부 정인범(박근형 분)의 채근에 못이겨 정희주 사체 발견현장인 인삼밭을 찾은 강도창과 오지혁은 같은 자리서 다섯 번째 피해자를 발견하게 된다. 광수대가 김형복의 죽음으로 연쇄살인사건 종결을 선언한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광수대 장기진(이중옥 분) 팀장은 체면을 위해서라도 이 사건을 모방범죄로 몰고가야하는 처지에 몰렸고 결국 모방범죄로 언론에 브리핑을 하고 만다.

강력 2팀은 택배차량 블랙박스와 CCTV판독으로 밝혀낸 가방을 추적하고 급기야 891번 버스기사 이성곤에게까지 목격자 청취를 따낸다. 하지만 진범인 이성곤은 5번째 피해자인 대학생 박선미(최경민 분)를 타깃으로 정하고 그녀를 쫓아다니던 과동기 최호준(전재형 분)의 것과 같은 가방을 범행에 사용한 후 소각했으며 박선미의 휴대폰을 최호준의 가방에 몰래 넣어둔 것으로 증거를 조작해둔 상태다.

미끼를 덥석 문 것은 광수대. 광수대는 모방범죄 시나리오를 최호준에게 강요했으나 사체 유기 현장을 찾은 최호준의 반응을 살핀 장기진은 그가 범인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풀어준다.

강력 2팀은 막내 심동욱(김명준 분)의 활약으로 사체발견 장소, 피해자의 주 활동 지점, 피해자가 살았던 동네가 819번 버스 노선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단, 4번째 피해자 정희주(하영 분)만은 여기서 제외됐다. 이에 범인은 이 버스를 타고 다니며 범행을 저질렀고, 하루 종일 CCTV에 잡혀도 관심 밖에 있는 사람, 즉 버스기사가 범인일 확률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강력 2팀이 추적하는 동안 이성곤은 6번째 피해자를 납치해 산으로 끌고가고 살해 직전 강도창에게 적발돼 도주한다. 경찰의 포위망을 벗어날 수 없음을 자각한 이성곤은 스스로 미리 확보해둔 마약을 투여한 채 심신미약 상태로 검거된다.

이성곤의 주변을 탐문하던 강도창과 오지혁은 해외입양됐다 돌아와 이성곤을 만났다는 그의 여동생(박예니 분)을 만나게 된다.

여동생의 회상을 통해 드러난 이성곤의 범행이유는 이발소 면도사였던 계모에 대한 적의 때문이었다. 아마도 이발사였을 그의 아버지는 딸 딸린 계모를 받아들여 살림을 차렸을테지만 계모의 화냥끼에 시달리다 자살이라도 한듯하다. 그렇게 가정이 붕괴되며 여동생은 입양되고 이성곤은 바닥을 전전하는 삶을 살아왔던 모양이다. 그 해묵은 적의가 여성들에 대한 공격성으로 나타나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이다.

붕괴된 가정 현실은 대재벌 TJ그룹도 매일반이다. 첫회 징역7년을 선고받은 회장 천성대(송영창 분)는 천나나에게 묻는다. 사위인 우태호(정문성 분)를 믿어도 되겠냐고. 천나나는 답한다. “이사람 회장님 가족이잖아요. 믿어주세요.”

행적을 묻는 남편 우태호에게 천나나는 자신의 동향을 보고하라고 천상우(최대훈 분) 부회장이 시켰냐고 되물으며 “내가 왜 미국으로 간 줄 알아? 내가 단지 그 인간과 엄마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중학교때 그 인간이 밤마다 내 목을 졸랐어. 죽을 것 같아 도망간거야. 살려고.”라고 끔찍한 가정사를 밝힌다. 그리고 “내가 이런 말 할 사람이 당신밖에 더 있어?”라며 우태호를 ‘가족’이란 이름으로 옭아맨다.

7일 방영된 4화에서는 천나나의 존재감이 급부상했다. 강도창은 이성곤의 여동생을 만나고 나오며 “사람은 말보다 표정이 더 진실일 때가 있는 거야.”라고 말했다. 진행된 드라마상 가장 표정없는 캐릭터는 천나나다. 우태호 역시 속을 모르게 표정변화가 없는 편이지만 살해된 정희주를 회상하면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을 상대하는 천나나의 표정엔 속내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천나나는 남편인 우태호의 법무팀장 방 뿐 아니라 오빠인 천상우의 부회장 방까지 도청·도촬하고 있었다. ‘흰가운 연쇄살인’ 속 겉도는 단 한 케이스인 정희주 사건엔 그녀가 어떤 식으로든 연관된 인상을 남겼다.

“정희주가 죽어서 많이 아쉬웠어. 참 일 잘하고 똑똑한 아이였는데.. 나보다 당신이 더 아쉬웠겠지.”

천나나는 우태호의 명을 받고 정희주가 그의 방에서 노트북을 가져간 것을 지켜봤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노트북을 두고 정희주와 어떤 딜이 오갔을 수도 있다. 정희주가 딜에 응했다면 할아버지 정인범의 존재가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우태호에게 “한강에 버렸다”고 말하도록 할만큼. 하지만 우태호의 “믿는다”는 한마디가 정희주의 심경을 복잡하게 만들었을 수 있고 그렇게 상황이 여의치 않게 흘러가면서 정희주는 흰가운 연쇄살인 피해자 틈에 속하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이성곤이 박선미의 사체를 정희주 사체 유기현장에 유기한 것은 모방범죄에 대한 그의 분노이자 경고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청와대를 통해 내려와 천성대 회장에게 7년 형을 안긴 검찰 자료도 천나나에게서 비롯됐을 것으로 보인다. 오지혁에게 휴직을 강요했던 전 광수대 팀장이자 현 TJ 법무팀 최용근(박원상 분) 과장과 공유한 천상우의 김민지(백상희 분) 폭행사건도 천나나 기획이었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천상우를 향한 회심의 일격으로 준비된.

그런 천나나가 천성대, 천상우, 우태호를 상대로 입버릇처럼 말하는 ‘가족’이란 단어는 어쩐지 소름 돋는다. ‘완벽한 가족일 필요는 없다. 그냥 하나가 되면 되는 것“이란 말을 몸으로 보여주는 강도창네 가족과는 대척점에 서있어 더욱 그렇다.

문상범(손종학 분) 서장을 필두로 한 우봉식(조희봉 분), 권재형(차래형 분), 변지웅(김지훈 분) 등 인천 서부서 멤버들의 코믹코드는 이 심각한 이야기의 윤활유역을 톡톡히 해주고 있어 드라마의 재미를 북돋워준다.

/zaitung@osen.co.kr

[사진] ‘모범형사 2’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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