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개인적인 기억 만들도록 곳곳에 비밀"
"광장에 숨겨진 훈민정음 28자 찾는 재미"
"바닥에는 서로 다른 8,000개 동그라미가"
7일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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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9개월 만에 재개장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서울 광화문광장을 즐기는 색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광장 곳곳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는 것! 광화문광장 설계 단계부터 참여한 김영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가 그 팁을 일부 공개했다.
김 교수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여러분들이 광화문 광장을 재미있게 이용하는 하나의 어떤 장치"라며 "훈민정음 28자가 광화문 광장 곳곳에 새겨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에 이미 브리핑을 하면서 몇 개가 공개됐는데 다는 말씀드릴 수 없고 지읒, 이응, 시옷, 이런 것들이 장영실, 이런 키워드로 있다"며 "또 하나 공개되지 않은 팁을 드리자면 밤에 가보셔야지 나타나는 글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설계자로서 이걸 한번 찾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 한 글자만 찍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김 교수는 "비읍 시옷을 한번 찾아보시라"며 "낮에는 안 나타나고 밤에 가셔야 볼 수 있고, 바닥에 있다"고 문제와 힌트를 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밀을) 다 찾았다' 이렇게 올라오기를 기대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어떤 줄임말이냐'는 추가 질문에 그는 "꼭 그런 건 아니다"라며 "(해당 글자에) 의미를 담기보다 (찾으시면) SNS에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고 올려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또 "공개된 것 중 하나가 저희 벤치에 'ㅕ'랑 'ㅑ'가 (새겨져) 있다"며 "저희 팀에서 야당 의원들과 여당 의원들이 같이 벤치에 앉아서 얘기를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있어 반영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개인적인 기억을 담을 수 있는 장소를 많이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그늘과 쉴 데도 없어 공원 같은 장소들을 많이 만들어주고, 그 공원도 단순히 나무가 많은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도 담고, 정원 같은 데도 있고, 사진 찍을 수 있는 스팟이라든가 여러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많은 공간들을 만들어 주려고 했다"며 "이런 점이 설계했을 때 가장 크게 바꾸고 싶었는데 잘 구현된 것 같다"고 했다. 훈민정음 28글자를 곳곳에 숨겨놓은 것도 일종의 개인적 기억을 만들어주려는 장치라는 취지로 그는 설명했다.
"광장 어떻게 사용할지는 시민·서울시의 몫"
김영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CBS라디오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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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와 공사를 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점을 묻자 김 교수는 '바닥'을 꼽았다. 그는 "광장이라는 게 뭔가를 설계해야 되는데 광장은 또 비워야 해서 할 수가 없어, 설계가 어렵다"며 "너무 많이 채우면 광장이 더 이상 아니게 돼, 사실 디자인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나무와 바닥 포장이 제일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공간은 돌아다닐 수 있게 비워놔야 하니까 바닥에 뭔가를 담아야 했다는 거다.
김 교수는 "광장 바닥에 8,000개 넘는 동그라미가 있는데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일일이 돌에 새겨서 완전한 동그라미가 아니라 조금씩 다르고, 우리 시민 개인을 상징한다"며 "저 동그라미들이 모여서 어떤 큰 패턴을 만들기보다, 좀 보시면 아마 제각각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가 원칙적으로 광화문광장에서의 집회나 시위를 금지한 데 대해서는 "설계자는 꼭 시위 전용 공간이라든가 어떤 그런 것들을 특정했다기보다 (광장의 특성상) 조금 비워놨다"며 "어떻게 사용할지는 사실 시민들의 몫이고, 그것을 가이드하는 건 또 시의 몫"이라고 말을 아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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