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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러시아 용병기업 와그너, 우크라 사태 계기로 음지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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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 용병 기업 와그너그룹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모습이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 전역 곳곳에서 최근 와그너 용병 모집 공고가 거대하게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램에 떠도는 용병 모집 전광판 공고에는 군복을 입은 세 명의 남자와 함께 ‘Wagner2022.org’, ‘오케스트라 바그너가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에서 와그너 취재를 전담해 온 언론인 데니스 코롯코프는 “이제는 모두가 그들이 누구인지 안다”며 “그들은 더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려 하지 않기로 한 것 같다”고 했다.

세계일보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대로에 세워져 있는 와그너그룹 용병 모집 공고. 러시아어로 ‘오케스트라 바그너가 당신을 기다립니다’라고 쓰여 있다. 텔레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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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그너그룹은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가 비밀작전을 할 때 처음으로 세상에 존재를 알렸다. 군정보기관 정찰총국 소속 특수부대 출신 드미트리 우트킨이 설립했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억만장자 예브게이 프리고진이 자금을 대고 있다.

이후 러시아군과 함께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곳곳에서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 지탄을 받았다. 러시아 정부는 민간 용병 기업을 설립하는 것을 법적으로는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와그너 그룹은 세금 신고서 등 공식 문서로 존재하지 않는다.

유령처럼 존재하던 와그너그룹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영국 국방부는 와그너그룹 용병 1000여명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배치됐다고 처음 밝혔고, 이후 5월 포파스나 점령과 6월 리시찬스크 점령에 와그너그룹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

모순적이게도 와그너그룹은 러시아군의 무능 덕에 성장할 수 있었다. 와그너 용병들은 시리아전 때부터 러시아군과 협력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넘어오면서 협력의 강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코롯코프는 “와그너 용병과 러시아 정규군을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며 “이제 와그너그룹은 러시아군의 협력 단체처럼 보이며,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는 와그너 용병 수를 추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러시아 국영방송도 와그너그룹의 존재를 인정했다. 지난 5월 러시아 국영방송의 한 특파원에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의) 오케스트라가 있다”고 했는데 와그너는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이름을 따 오케스트라로 불리기도 한다. 설립자의 드미트리 우트킨이 히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인 바그너에서 착안했다고 알려져 있다.

와그너그룹은 지난달 말 러시아의 친정부 타블로이드지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 1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부흘레히르스크 화력 발전소를 점령했다는 소식에 와그너그룹의 역할이 언급된 것이다.

가디언은 와그너그룹이 현재 러시아 내 20개 이상의 도시에서 일명 채용 센터를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고에 제시된 와그너 병사의 한 달 월급은 24만루블(약 517만원)인데, 이는 일반 러시아 병사들의 월급의 수 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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