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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대만 독립국 인정하는 ‘대만정책법’, 미중 갈등 새로운 불씨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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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타이베이 거리의 펠로시 의장 환영 전광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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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중국의 대만 봉쇄훈련으로 미중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미 의회에 상정된 ‘대만정책법(Taiwan Policy Act)’가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대만정책법에는 대만 정부를 대만국민들의 합법적 국민으로 인정하는 등 사실상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우고 있는 중국이 강력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7일(현지시간) 미 상원이 백악관의 요청으로 대만정책법 처리를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3일 대만정책법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지만 백악관이 일부 조항에 대한 수정을 요청했다는 것. 백악관은 현재 상정된 대만정책법에 대해 “행정부의 외교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폴리티코에 “의회와 함께 (이 법안과 대해) 작업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과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6월 발의한 대만정책법은 대만을 ‘비(非)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핵심 동맹으로 지정하고 미 행정부에 대만 정부를 대만 국민의 합법적 대표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미국과 대만의 외교 관계에 대한 제한을 금지와 대만 국기 사용 제한 철폐와 함께 미국에 설치된 ‘대만 경제문화문화대표부’를 ‘대만대표부’로 변경하도록 했다. 사실상 대만을 중국과 별도의 정부로 인정하고 외교관계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셈이다.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 강화와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미국과 대만 관계의 기초인 ‘대만관계법’에 적시된 대만 무기 지원 요건인 ‘방어적 방식’을 ‘중국군의 공격에 대한 억지를 위한 무기’로 확대하겠다는 것. 또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미 행정부 내 심사·승인 과정에서 ‘패스트트랙’ 절차를 적용하고 향후 4년간 45억 달러의 무기와 포괄적 군사 훈련을 제공하도록 했다. 중국의 침공을 대비해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가속화하겠다는 의미다.

또 경제 분야에선 대만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을 지원하고 국무부에 대만의 미주개발은행 가입을 승인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백악관의 수정요청으로 처리가 연기됐지만 공화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 지도부도 대만정책법 통과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백악관은) 법안을 방해하고 완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우리는 전속력으로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 당시 이 법안을 언급한 것은 물론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3일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정책 폐지를 요구하는 등 중국에 대한 강경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중국이 대만 봉쇄 훈련의 명분으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함께 미국의 대만 무기 지원 등으로 인한 ‘하나의 중국’ 원칙 훼손을 내세운 가운데 대만정책법이 통과되면 미중 관계는 다시 격랑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7일 방글라데시를 방문해 “대만 집권 민진당은 당 강령에서 독립을 추구해 ‘두 개의 중국’을 만들려 하는데 미 하원의장이 공개적으로 지지했다”고 비판했다. 왕 부장은 또 “미국이 대만해협의 평화를 파괴하려는 음모를 품고 있다”며 “미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획책해 낡은 수법을 되풀이 하고 이를 구실로 지역 내 군사배치를 확대하려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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