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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수강료 100% 환급" 인강 허위광고, 처벌 가능한가..."고의성 입증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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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혐의 입증은 어려워...손해배상 위한 증거 확보 필요"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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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던 A씨는 시험 준비를 위해 학원과 인터넷 강의를 알아보다가 '합격하면 수강료 100% 환급'이라는 광고를 보고 L사의 인터넷 강의를 듣게 됐다. 합격한 뒤 수강료 환급만 받으면 되는 상황인데, L사가 돌연 폐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B씨는 최근 L사에 수강 신청을 했다. 그런데 시험 준비를 이어가던 중 L사의 폐업 사실을 알게 됐다. L사는 수강생들의 피해가 없이 대체 강의를 올려준다고 했지만 기존 강의를 재탕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B씨는 시험까지 2~3개월이 남아 조급하기만 하다.

'100% 환급'이라는 광고를 내걸고 수강생들을 모집한 뒤 폐업하는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 대한 주의보가 켜졌다. '조건부 수강료 환급' 약속을 믿었던 수강생들은 조건을 충족해도 환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환급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형사나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그보다 먼저 피해 사실을 인지했을 때 즉각적인 신고와 증거 마련이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1만명이 응시한 공인중개사 자격 시험 인터넷 강의 업체 L사에 대한 피해 민원은 L사가 폐업한 이후로도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원에 민원이 접수되면 합의 권고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업체에 공문을 보내고 환급을 하도록 공고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합의 권고’ 말고는 사실상 피해 구제를 위한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L사는 최근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강의 제공을 중단했다. 현재 해당 홈페이지에는 "회사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임직원과 교수님들이 합심해 운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 "(회원들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강의 서비스는 제공하겠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별개로 L사의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은 80여만원에 달하는 환급이 막혔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여전히 수강 상태인데 제대로 된 강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집단소송을 고려 중이다. 한 피해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20만~30만원만 들 수 있는 강의를 '합격할 때까지 들을 수 있다'는 말을 믿고 100만원가량을 지불했다"며 "다시 강의를 열어 달라고, L사 대표와 미팅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L사 강의를 들은 뒤 지난해 합격했지만 수강료 환급을 받지 못한 113명은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들의 법률대리인 엄태섭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법원에 환불금 지급 명령 신청을 넣었고 '압류 명령'까지 받았다"며 "(법원에서) 집행 가능한 재산이 확인된다면 즉시 피해 회복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의성 입증이 '관건'

비단 L사뿐만이 아니다. '조건부 수강료 환급' 상품을 포함한 인터넷 교육서비스 관련해 피해를 구제해 달라는 접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제공한 '최근 3년간 인터넷 교육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접수 현황'에 따르면 2019년 486건에서, 2020년 564건, 2021년 588건, 2022년 6월까지 316건으로 집계됐다.
아주경제

최근 3년간 인터넷 교육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접수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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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료를 환급받지 못한 수강생들은 폐업할 것을 알면서도 모집 광고를 이어간 L사에 사기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사기는 '기망의 의도'를 입증해야 하는 터라 적용이 어렵다고 봤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계약상 불이행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기죄를 묻는 형사소송까지 진행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입증이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피해금액을 회복받는 건 어렵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고의적으로 파산이 임박한 상황에서 '100% 환급' 광고를 했다면 범죄 행위인데, 손해배상 같은 민사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겠지만 해당 기업에 자금 여력이 있는지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 L사의 경우 자사 명의로 된 법인 계좌는 압류를 할 수 있는 잔고가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거짓이나 허위, 과장 광고를 내걸고 소비자를 유인한 뒤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업체들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엄 변호사는 "공인중개사 시험도 그렇고, 최근 몇 년 전부터 '환급'을 무조건 해줄 수 있다는 상품이 난립하기 시작했다"며 "지난 2019년 스카이에듀 환급금 미지급 소송을 예로 들자면, 합격을 하면 수강료 100% 환불을 해준다고 모호한 조항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업체들이 여전히 많다"고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주경제=신진영 기자 yr2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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