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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마실 물도 없어 바닷물 끌어와” 기후 위기로 역대급 가뭄 앓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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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에 강수량까지 줄어들면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최악의 가뭄 사태에 직면했다. 이들은 물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급수 제한, 바닷물 담수화 등 고강도 조치에 나섰다.

100여개 마을에 식수 끊긴 프랑스...호숫물·바닷물까지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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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시간) 역사상 최악의 가뭄에 직면한 프랑스의 르브록 호수 바닥이 갈라진 채 드러나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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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통신 등 외신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가뭄의 여파로 100곳이 넘는 마을에 식수가 끊겼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토프 베슈 생태전환부 장관은 지난 5일 가뭄 피해가 심각한 남부 루물 마을을 찾아 “송수관이 말라버렸다”면서 “식수를 트럭으로 배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은 우리 모두 처음이지만, 지구 온난화로 앞으로는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BFM방송은 부족한 식수를 마련하기 위해 주변 호수나 바다에서까지 물을 끌어오는 지역들도 있다고 보도했다. 동부 제라르드메르에서는 휴가철에 관광객이 붐비는 호수에서 물을 끌어와 송수관을 채웠고, 서부 그루아 섬에서는 바닷물을 식수로 쓰기 위해 담수화 장비를 설치했다.

프랑스는 역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본토 96개 주 중 93개가 급수를 제한하고 있다. 이 중 62개 주는 가뭄 경보 최고 수준인 ‘위기’ 단계에 직면했다. 지난달 강우량은 10mm에도 못 미쳤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농업과 전력 생산에도 지장이 생겼다. 농림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밀 수확량은 지난해보다 7.2%, 옥수수는 18.5% 줄어들 전망이다. 가축에게 먹일 풀도 부족해져 올겨울 우유 생산량 부족도 이미 예견된 상태다. 프랑스전력공사(EDF)는 가론강 수온이 높아지면서 원자로에 냉각수를 충분히 공급하기 어려워지자 지난주 남서부 지방에서의 원전 전력 생산을 줄였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지난 5일부터 위기대응팀을 가동했다. 위기 경보 수준 지역에선 골프장이나 수영장에서 물 사용이 제한된다. 세차나 정원에 물을 주는 것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유럽 절반이 ‘가뭄 주의’ 상태지만 해결은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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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선 7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의 여파로 포강이 메마르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발사된 미제 폭탄이 발견됐다.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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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만의 얘기가 아니다. 70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직면한 이탈리아는 지난달 북부 5개 지역에 올해 말까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물 위기 극복을 위해 단기적으로 투입된 자금만 약 3600만유로(약 479억원)다. 지자체들도 각자 물을 확보하기 위한 궁여지책에 나섰다. 베로나에선 이번 달 말까지 정원과 운동장에 물 뿌리기, 세차 등 활동이 제한된다. 피사에서는 식수나 몸을 씻기 위한 용도 외에 물을 사용할 경우 최대 500유로(약 67만원) 벌금이 부과된다. 지난달 25일 이탈리아 북서부 보르고비르길리오시에선 메마른 포강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발사된 미제 폭탄이 발견되기도 했다. 650km에 달하는 포강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무려 1200년 만에 가장 건조한 날씨를 맞이했다. 지난달 포르투갈 전국 강우량은 3mm로 평소 대비 22% 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에 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지난달 말 기준 포르투갈 국토의 45%는 가뭄 분류 체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극심한 가뭄’으로 분류됐다. 스페인도 건조하고 더운 날씨로 물 부족 상황이 심각한 상태다. 바르셀로나 인근 마을인 보나스트르에선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오후 10시부터 11시까지만 물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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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 서부 뒤셀도르프를 지나는 라인강 일부 구간이 메말라 바닥을 드러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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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발 가스 공급 축소로 에너지 위기를 맞은 독일은 라인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전력 생산에 차질까지 생겼다. 라인강 수위 저하로 석탄 등을 실은 화물선들이 평소처럼 운항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루마니아에선 다뉴브강 수위가 사상 최저치에 근접하면서 모래 섬까지 생겨났다.

유럽연합(EU)의 유럽가뭄관측소(EDO)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20일까지 유럽의 45%는 ‘가뭄 주의’ 수준에, 15%는 가장 심각한 ‘가뭄 경보’ 수준에 속했다. EDO는 8~9월에 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뭄이 농업, 에너지, 물 공급 등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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