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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중국산? EV 보조금 안줘' 압박 나선 美…"결국 전기차값 더 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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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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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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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이 자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사실상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7일(현지시간) 가결했다. 중국이 전 세계 리튬·코발트 등 글로벌 배터리 원자재 가공의 60~80%를 차지하는 등 마땅한 대체제가 없는 상황에서 전기차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날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가결했다. 상원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서 사실상 오는 12일 예정된 하원의 표결만 남았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는 해당 법안이 통과될 전망이다.

이 법안이 하원에서도 통과되면 미국 정부는 오는 2023년부터 2032년까지 10년간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대당 7500달러의 세금 공제 혜택을 지원한다.

그동안 각 완성차업체 별로 20만대까지만 공제 혜택을 줬지만 그 상한선이 사라졌다. 테슬라·제네럴모터스(GM)·토요타 등 전기차·PHEV 판매량 20만대를 넘긴 업체가 당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상한선을 없애는 대신 더욱 강력한 조건을 달았다.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우선 해당 차량이 북미 지역에서 조립돼야 한다. 오는 2024년부터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국가로부터 수입한 소재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도 탑재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특히 핵심 배터리 소재에는 중국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업계에는 비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배터리 원자재인 리튬의 경우 전 세계 화학 공정의 60%가 중국에서 처리된다. 수산화리튬의 경우 80%에 이르며, 코발트는 글로벌 가공의 70%를 중국이 담당한다.

GM·토요타·포드 등이 포함된 '자동차혁신연합'은 이에 법안 표결 전부터 "70%의 차량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 의회예산국은 해당 법안 통과시 오는 2023년 공제 혜택을 받는 전기차는 1만100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외신들은 공급망을 오래 전부터 미국으로 옮기기 시작한 테슬라가 가장 이득을 보는 반면, 토요타 같은 기업들은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친환경차를 앞세워 미국 시장 확대에 나선 현대자동차그룹도 이번 법안이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148만9118대를 판매하는 등 국내 판매량(126만1854대)을 넘어섰다.

그러나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5와 EV6는 전량을 한국에서 생산 중이며, 조지아주에 짓는 공장은 오는 2025년에야 완공될 예정이라 내년부터 보조금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 CATL(닝더스다이) 등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차량은 기아 신형 니로 하나 뿐이지만 당장 중국산 원자재까지 사용을 중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 아메리카액션포럼은 "완성차업계는 보통 공급망을 5~7년 전부터 계획하기에 이미 2024년도 계약이 끝났을 것"이라며 "보조금을 포기하는게 더 이득이라고 판단하는 완성차업계도 나올 수 있으며, 이미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전기차가 보조금 제약으로 더욱 비싸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중간 갈등으로 원자재가 원만하게 수입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이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전기차 가격까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운신의 폭이 굉장히 적어졌는데 이제는 수입 다변화부터 재고 확대까지 전략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추후 상황을 봐야하겠지만 공급원이 줄어들면 아무래도 기존보다 공급도 어려워지고 줄어들 수 있다"며 "사실상 업계 대부분이 중국산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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