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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취재파일] 미국 '558조' 투자 법안…그 많은 돈은 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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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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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면 으레 등장하는 게 각종 투자나 복지 공약입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당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대규모 투자안을 밀어붙였습니다. 현지 시간 7일 4천3백 억 달러, 우리 돈 약 558조 원에 달하는 지출안이 상원에서 통과된 겁니다. 현재 미국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씩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야 동수이지만 당연직 상원의장인 부통령이 민주당 소속인 해리스 부통령이어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 통과가 가능했습니다. 단 한 표라도 이탈표가 생기면 통과는 물 건너 가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표결도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최종 투표까지 수정안을 무제한 표결하는 이른바 '보트-어-라마(Vote-a-Rama)' 방식이어서 결코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현지 시간 6일 시작된 표결은 밤을 새워 다음날인 7일 오후에야 끝이 났습니다. 세부 항목에 대한 투표 과정에서 민주당은 약 36개나 되는 공화당 수정안을 부결시켰습니다. 만약 세부 항목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됐더라면 본회의에 상정된 전체 법안 처리 때 민주당 표가 분산될 위험이 있었습니다.

기후 변화 대응에 479조 원



그럼 이런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어디에 쓰는 걸까요? 먼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 안보와 기후 변화 대응 등에 3천690억 달러, 약 479조 원이 투입됩니다. 또 처방 약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전국민건강보험에 640억 달러, 약 83조 원이 들어갑니다. 또 이 법안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불리는데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해 재정 적자 감축을 법제화하도록 했습니다. (Enacts historic deficit reduction to fight inflation)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오늘 상원에서 민주당은 특별한 이익을 놓고 미국 가정의 편에 섰다"며 "나는 정부가 미국 가정을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대통령에 출마했고 그것이 이 법안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법안을 처리 후 "길고 험난했지만, 마침내 도착했다. 상원은 역사를 만들었고, 이 법은 21세기 입법 위업 중 하나로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어떤 법이길래 이렇게까지 얘기하는 걸까요?

민주당 상원에서 요약한 법안 내용을 보시죠.
The Inflation Reduction Act:
• Enacts historic deficit reduction to fight inflation
• Lowers energy costs, increases cleaner production, and reduces carbon emissions by roughly 40 percent by 2030
• Allows Medicare to negotiate drug prices and caps out-of-pocket costs to $2,000
• Lowers ACA health care premiums for millions of Americans
• Make biggest corporations and ultra-wealthy pay their fair share
• There are no new taxes on families making $400,000 or less and no new taxes on small businesses – we are closing tax loopholes and enforcing the tax code

인플레이션 감축법
•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한 역사적인 적자 감축 법제화
• 에너지 비용 절감, 친환경 생산 증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약 40% 감축
• 노인 의료 보험 약값 협상 허용, 자기 부담 비용 2,000달러로 제한
• 수백 만 미국인의 ACA 의료 보험료 인하
• 대기업과 최상위 소득층 정당한 세금 부담
• 수입 40만 달러 이하 가정 및 소규모 사업자 신규 세금 없음


천문학적 재원은 어디서?



아무리 천조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이지만 이런 어마어마한 재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답은 위 요약문에 나와 있습니다. 바로 대기업과 최상위 소득층에게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겁니다. 대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늘 재원 마련 계획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 우리 나라에 비하면 '법인세 인상 ∙ 부자 증세'라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아래 표를 참고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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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야당인 공화당과 일부 경제 학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었습니다. 공화당은 이 법이 인플레이션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오히려 일자리를 축소하고 성장을 저해할 좌파들의 희망 지출 목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포함한 미국 경제학자 230여 명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역효과를 낼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보수 성향 매체인 폭스비즈니스는 이들 경제학자들이 반대 입장을 담은 서한을 미 의회 상·하원 지도부에 보내면서 이 법안이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미국 경제에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입안된 법안인 만큼 이 법안이 어떤 효과를 낼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민주당 주장대로 중산층을 살리고 인플레이션을 잡을 묘안이 될지 공화당 주장처럼 인플레이션은 잡지도 못하면서 경제 활력만 떨어뜨릴 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문제입니다. 다만 확실한 것 하나는 법안이 하원까지 통과하게 되면 분명 11월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점입니다. '복지+부자 증세'라는 메시지가 당장 선거에서 불리할 리 없기 때문입니다. 로이터통신도 해당 법안의 상원 통과 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중간 선거에서 승리하길 바라는 바이든의 중요한 승리"라고 보도했습니다.

상원과 달리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별 무리 없이 이번 주 통과가 가능할 걸로 보입니다. 의회 처리 절차가 끝나면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한 뒤 공포하게 되는데 그간 아프간 철군과 인플레, 경기침체 등 외교 안보-경제 분야에서의 잇단 악재로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진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오랜만의 희소식이 될 전망입니다. 민주당 패배가 확실시 되던 11월 중간 선거에 또 하나의 변수가 생긴 셈이어서 미국 여야의 대결도 한층 치열해지게 됐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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