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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펠로시 패싱’ 여론은 ‘잘못 한 일’… 미국 언론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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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OI “尹·펠로시 만남 불발, 부적절 60.3%, 적절 26.0%”

美 주요 언론들 “무시”, “모욕”, “실수” 등 표현 쓰며 비판

WP “펠로시 도착 전, 尹 대통령 연극 보고 배우들과 만찬”

대통령실 “모든 것은 국익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기간 한국을 방문한 미국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데 대해 국내 여론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외신들도 “윤 대통령은 미국 하원의원 대표단과의 회담을 건너 뛴 유일한 아시아 지도자였다”는 등 쓴소리를 했다. 일부 언론은 한국의 ‘펠로시 패싱’이 “실수”였다거나 “무시”했다는 등 수위 높은 단어를 써가며 비판했다.

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과의 만남이 불발된 데 대해서 응답자 60.3%가 ‘국익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부적절했다’고 응답했다. ‘국익을 고려한 것으로 적절했다’는 응답은 26.0%에 그쳤다. 이날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정 운영 부정평가가 70%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펠로시 패싱’이 초등학교 학제 개편안 논란,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논란과 함께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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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 3일 경기 평택시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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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한국 정부의 ‘펠로시 패싱’을 두고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일(현지시간) “대한민국 대통령은 서울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직접 만나지 않았다”면서 “그는 미국 하원의원 대표단과 회담하지 않은 유일한 아시아 지도자였다”고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싱가포르·일본 등 아시아 국가를 돌면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국가 정상들과 만났지만, 윤 대통령만 대면하지 못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같은날 파이낸셜타임스(FT)도 윤 대통령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지지도라는 점을 부각하며 이를 ‘무시’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 대통령이 자택휴가 때문에 낸시 펠로시와의 회의 불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펠로시가 수요일 밤 (서울에) 도착하기 직전, 윤석열 대통령은 연극공연을 본 뒤 배우들과 함께 저녁 식사와 술을 마시며 만찬을 가졌다. 목요일 펠로시 의장이 한국 고위 관계자들과 만났을 때, 그 사진들은 소셜 미디어에 퍼졌다”고 썼다. 이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적은 표차로 당선된 신임 대통령이 취임 3개월 만에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회담 불발에 대해 보수적인 한국 대통령이 중국의 보복에 대한 우려로 의도적으로 펠로시를 기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국의소리(VOA)도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의 말을 전하며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한국 대통령실 측의 ‘이중의 실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이 미국의 고위 인사이며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과 관련해 한국이 필요할 때 목소리를 높여줬던 인물임을 고려할 때 대통령이 만나지 않은 것은 ‘한미관계에 대한 모욕’”이라며 “그 의도가 중국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 정책국장은 VOA에 “의전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이런 실수가 전반적인 한미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기로 한 결정이 휴가 때문이었다면 괜찮지만 중국의 눈치를 본 것이라면 ‘실수’다”라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 역시 “모욕적이었다”며 “중국이 한국을 압박할 수 있고, 한국은 중국의 의지에 굴복할 것이라는 인식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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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뒤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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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펠로시 패싱’을 두고 비판적인 의견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국회는 ‘펠로시 의전’을 놓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펠로시 의장이 전날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한국측 영접 인사가 없었다는 의전 논란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외교 결례가 의전 참사로 이어지며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대면 면담이 불발된 데 대해선 “외교적 판단으로 만나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통령실은 면담 여부에 대해서도 몇 차례 말을 번복했다. 면담 여부가 정말 심도 깊은 판단인지도 의문스러운데 의전 결례까지 보인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의 판단이 아쉽다는 말이 나왔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5일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직접 만나지 않은 것을 두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외교부는 의전 논란과 관련해 “외국의 국회의장 등 의회 인사 방한에 대해서는 통상 우리 행정부 인사가 영접을 나가지 않는다”고 책임을 국회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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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방한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전화 통화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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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4일 당시 “펠로시 의장 방한에 따른 공항 영접 등 제반 의전은 (상대인) 우리 국회가 담당하는 것이 외교상, 의전상 관례”라며 이 사안이 국회 영역임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대면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모든 것은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 압축적으로 드린 말씀이고 그 해답은 언론의 영역”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순방한 펠로시 의장을 만나는 대신 약 40여분간 통화했고, 글로벌 포괄적전략동맹 강화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이어 윤 대통령은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펠로시 의장과 전화로 대화를 가진 건 큰 기쁨이었다”는 영문 트윗(게시물)을 남겼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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