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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재명에게 쏟아진 권리당원 74% 몰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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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7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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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8·28 전당대회 첫 지역 순회 경선에서 권리당원 74%의 몰표를 받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견제심리와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지지층 결집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개딸·양아들’(개혁의 딸·양심의 아들)의 집단 당원 가입,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층의 이 후보 지지층으로 전환도 이 후보 쏠림 현상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6~7일 강원·대구·경북·제주·인천 권리당원 투표에서 누적 득표율 74.15%를 얻어 박용진(20.88%), 강훈식(4.98%)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섰다. 이는 지난해 9~10월 치른 대선 경선 당시 권리당원 득표율(50.29%)보다 20%포인트가량 높다.

낮은 투표율 속에 ‘개딸’ 입당


이 후보 쏠림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권리당원 구성 변화가 꼽힌다. 지난해 대선 경선을 거치면서 이 후보 지지층이 대거 민주당에 입당했다. 기존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층 상당수도 이 후보 지지층으로 전환된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 당시 약 30만명이던 권리당원 수 자체도 약 80만명으로 늘어났다.

낮은 전당대회 투표율도 이재명 대세론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현재까지 지역별 권리당원 수를 고려한 8·28 전당대회 평균 투표율은 25.20% 수준이다. 지난해 전당대회의 42.74%, 2020년의 41.03%보다 낮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전망 속에 이 후보 외 다른 후보를 선호하는 권리당원 일부가 투표를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아직 전당대회 초반이고 최종 투표율은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20%대 지지율, 힘 받은 ‘대안 부재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높은 견제심리도 이번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쳤다. 여론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6일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27.5%, 부정평가는 70.1%였다.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내에선 다른 유력 대선 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 만큼 대안 부재론이 힘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을 견제할 적임자는 대선 경쟁자였던 이 후보뿐이라는 것이다. 한민수 이 후보 수석대변인은 8일 논평에서 “강원, 경북, 대구, 제주, 인천의 권리당원들이 민주당이 앞장서 윤 대통령의 실정과 정부·여당의 퇴행을 바로잡아 달라는 기대를 담아 이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셨다”고 자평했다.

민주당 역대 전당대회에서도 대선 후보 프리미엄이 강화하는 추세다. 2015년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대표 후보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39.98%의 지지를, 2020년 이낙연 후보는 63.73%의 지지를 받았다. 이 후보의 높은 지지율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겨냥 수사에 지지층 결집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도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넥스트리서치가 KBC광주방송·UPI뉴스 의뢰로 지난달 19~20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 ±3.1%포인트),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를 찍었던 응답층의 69.7%는 이 후보를 겨냥한 수사가 “정치적 탄압”이라고 응답했고, 19.2%만 “정당한 수사”라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39.2%가 “정치적 탄압”, 49.4%가 “정당한 수사”라고 응답한 것과 차이를 보였다. 특히 경찰은 이달 중순쯤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대놓고 정치개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8·28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이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재명 당대표 당선 이후 윤 대통령과 이 후보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고착화하고, 민주당이 이 후보 사법 리스크에 대한 투쟁 노선으로 간다면, 기존에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로 이재명 지키기에 미온적인 사람들)으로 불리던 범야권 지지층이 이탈해 중장기적으로 민주당의 대선 승산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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