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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박순애 부총리 결국 사퇴…尹 정부 국무위원 첫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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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 입학’ 반발 등에 따른 사실상 경질로 해석

‘지지율 위기’ 속 추가 인적쇄신 이어질까 주목돼

‘자질 논란’에도 청문회 없이 강행된 새 교육 수장

“지도력 상실한 채로 출발…교육계 경험도 없어”

여야 막론하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사퇴해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전격 사퇴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국무위원 사임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서 인적쇄신과 관련해 “국민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점검하고 살피겠고 바로 업무에 복귀해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사실상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안을 둘러싼 혼선 등에 따른 경질로 보인다.

박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의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논의된 학제개편안에 이어 ‘외국어고 폐지’ 방안까지 논란이 되면서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휴가 기간 여러 인사로부터 민심을 청취했으며 박 부총리의 거취 정리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박 부총리 지명 당시 “언론의, 또 야당의 공격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 소신껏 잘하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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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발표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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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논문표절’·‘자녀 생기부 대필’ 등 논란에도 버텼는데

지난 5월26일 지명된 박 부총리는 39일 만인 지난달 4일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 임명 재가를 받았다. 박 부총리는 후보자 시절부터 줄곧 도덕성 논란에 시달렸지만,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만취 음주운전·논문 표절·자녀 불법 입시 컨설팅 의혹 등이 줄줄이 문제가 됐다. 이런 논란으로 인해 지난 6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자 임명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은 63.9%에 달하기도 했다. 적합하다는 의견은 14.9%에 그쳤다.

‘자질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박 부총리가 새 정부 교육정책을 이끈다는 것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 등 교원단체들은 박 장관이 임명되자 잇따라 입장문을 통해 반발했다.

전교조는 박 장관에 대해 “자질 논란으로 이미 지도력을 상실했다”며 “음주운전 혐의와 이에 따른 선고유예에 대한 해명 없는 사과, 제조 논문 가로채기 및 논문 중복 게재 의혹 등 한국 사회에 만연한 윤리 불감증, 교수 재직 시 조교 에 대한 갑질 논란까지 이제 박 장관의 이력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리 불감증의 당사자인 교육부 장관의 입시 비리 조사 전담 부서 운영, 음주운전 이력 장관의 교육공무원 인사 총괄이 힘을 받을 수 있겠는가”라며 “지도력을 잃은 교육 수장 임명 강행은 교육의 방향성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또 임명을 재가한 윤 대통령을 향해 “교육부 장관 공석이 길어지는 문제보다 잘못된 장관 임명 강행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며 “박 장관 임명은 교육계에 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여론과 백년대계 교육을 책임질 교육 수장을 기대하는 교육계의 바람을 짓밟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교육회복, 입시제도 개편 등 산적한 교육개혁 과제를 앞두고 그 추진 동력이 상실된다면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교육부 장관 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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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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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같은날 입장문에서 “임명 과정에서 의혹들이 제기되고, 청문 절차 부재로 교육에 대한 소신, 비전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며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직무에 임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새 정부 교육정책이 고등교육에 집중돼 있다”며 “교육의 근간인 유·초·중등 교육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현장 고충 해소와 현안 해결을 전격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부총리의 비전문성도 우려대상이었다. 김일규 전국대학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도덕성도 문제지만 우리나라 교육 백년지대계를 책임져야 하는 교육부 수장에 어떻게 행정 전문가를 앉힐 수 있나”라며 “교육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을 교육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윤 대통령이 교육에 대해 무지, 무관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도 “박 장관이 과거에 우리나라 교육 문제에 대해 확실한 자신의 방향이나 입장, 능력을 보여준 것이 없어서 우려가 크다”며 “장관 업무 수행에 있어서도 그 우려를 안고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교육계 안팎의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박 부총리 사퇴만으로는 안돼…전면적 인적 쇄신해야”

박 부총리가 물러났지만, 여전히 인적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여야를 막론하고 박 부총리에 이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대통령실에도 참모진 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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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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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8일 박 부총리 사퇴 발표에 앞서 “이미 식물 장관, 투명 각료로 전락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사퇴 정도로는 돌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비상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민생 행보를 강화하겠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 뜻을 받들겠다’는 하나 마나한 원론적 대응으로는 무책임만 키울 뿐”이라며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쉬는 동안 나라는 더 시끄러웠다”며 “김건희 여사의 대통령 관저 공사 관련 사적 수주 의혹에 더해 김 여사의 대학원 최고위 과정 동기가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파 껍질 까듯 계속되는 논란에 국민은 분노를 넘어 지쳐가는 지경”이라며 “윤 대통령께 대통령실과 내각의 전면적 인적 쇄신으로 국정을 조속히 정상화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박 장관의 사퇴만으로 이 문제를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되고, 인사 검증을 부실하게 하고 추천과 임명을 강행한 사람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민들 앞에서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전 정권에서본 적 있느냐’고 하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의 인식이 이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이것을 꼬리자르기 식으로만 넘어가서는 안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서 “읍참마속 하는 마음으로 인적 쇄신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5선의 조 의원은 ‘이 장관과 박 부총리 두 사람이 경질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대통령의 지지율을 갉아먹는 내각이 있다면”라고 전제한 뒤 이같이 답했다. 대통령실에서 인적쇄신론과 관련해 신중한 반응을 고수하는 가운데, 여당 내에서 윤 정부 초대 내각 구성원인 둘에 대해 경질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조 의원이 처음이다.

조 의원은 “(인적쇄신을) 해야만 국민이 새 정부에 대한 믿음이 훨씬 더 공고하게 되고 기대감을 다시 회복시키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행자가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대학원 동기가 현재 대통령실에서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논란 등을 언급하며 특별감찰관 선출문제에 대해 견해를 묻자 그는 “이런 여러 의혹을 일거에 해소하기 위해서는 빨리 임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에서 제시한 제2부속실 설치 부분도 좀 더 진지하게 잘 논의해서더 대통령 여사님에 대한 여러 의혹이나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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