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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검수완박' D-33인데…헌재는 심판청구·가처분 모두 '함흥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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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률'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이 33일 앞(9월 10일)으로 다가왔다.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6대 주요 범죄 가운데 부패·경제범죄만 남기고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의 수사권은 경찰로 넘기는 게 골자다.

법무부와 검찰은 지난 6월 말 개정 법률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함께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한 달 넘게 절차를 개시하지도 않고 있다.

검찰은 이 중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고발인은 이의신청을 못하게 한 조항을 가장 중대한 문제로 보고 시행 전 효력을 멈추는 ‘효력정지 가처분’이라도 헌재가 인용해주기를 기대하지만 불투명한 상황이다.



憲, “정해진 일정 없어…효력정지 대부분 판단 안 해”



중앙일보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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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헌재에 따르면 법무부의 권한쟁의심판청구 절차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일정은 없다. 헌재 관계자는 “권한쟁의 심판은 공개변론이 필수이지만 아직 날짜가 잡힌 건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변론 이후 연구관들이 변론내용을 검토하고 연구보고서를 작성, 재판관들이 평의에 들어가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검수완박 시점까지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다. 평의 후 판결문 초안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2년이 걸리기도 한다.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시행 전 할 지 역시 불투명하다. 가처분 인용 여부는 변론 없이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검수완박 시행일인) 9월10일 이전이라도 할 수는 있지만 가처분 신청은 헌재가 인용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바로 본안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이 경우 본안 판단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가처분 판단할 실익이 없게되는 식이다. 헌재 관계자는 그러나 “재판관들 역시 (검찰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장탈당·이의신청 배제 위헌적” 檢 청구서 내용



중앙일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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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와 검찰이 총 276쪽 분량의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제출한 건 43일 전인 6월 27일. 검수완박법 제정 절차와 내용이 모두 위헌적이라는 게 골자다. 법무부는 민형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장 탈당’해 무소속 위원으로 3대 3 여·야 동수 구성이 원칙인 안건조정위원회를 4대 2로 바꾸며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강행한 걸 주요한 절차 위반으로 보고 있다.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8분 만에 종료되며 안건조정위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 기회가 없어진 것, 검수완박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당일 24시에 회기를 종료해 법정 회기 기간(30일)을 의도적으로 쪼갠 것 역시 절차상 위헌이라고 보고 있다.

내용 면에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축소(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 제외)로 발생할 수사 공백이 국민 권익 침해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찰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수사지휘권 폐지에 따라 이를 바로 잡을 절차가 복잡해지는데, 이것이 헌법 제27조 ③항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또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발인이 이의신청할 수 없어 명백히 불평등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 위배’도 근거로 들었다.



“경찰 불송치, 무죄 확정판결될 것” 가장 우려



중앙일보

지난 6월 29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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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검수완박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빚어질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직접수사가 부패·경제범죄로 축소된다지만 어느 사건이 어느 범위까지 2대 범죄에 담길 것인가에 대해 지속해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며 “특히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는 사실상 무죄 확정판결과 같이 될 수 있어 검찰의 대안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후 다시 법을 개정한다 해도 피해자 입장에선 한시적이라도 기본권 보호의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법무부는 대통령령을 개정을 통해 검수완박법 시행에 대비한다는 분위기다. 검찰청법 제4조 1항1호 가목을 보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은 현재는 부패범죄를 11가지, 경제범죄를 17가지로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에 중요 공직자 및 선거범죄를 수사 범위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檢, 대통령령 개정 통해 검수완박법 시행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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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책임수사시스템정비TF단장인 최종상 경무관(왼쪽 사진)과 김종현 대검찰청 형사정책담당관이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에서 열린 '검경협의체 5차 회의'에 각각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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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수사한 사건에 대해선 보완수사의 구체적 방안을 놓고 검·경간 실무협의체가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합의가 도출되면 이 역시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에 반영될 전망이다. 5차까지 열린 실무회의에선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확대까지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보완수사 주체를 수사준칙 검찰로 명시하고 100% 직접 보완수사를 하느냐, 유동적으로 검·경이 결정하느냐에 대해선 수사인력 등을 놓고 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이처럼 70년간 유지됐던 형사사법제도의 변화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지만, 총장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것도 검찰의 부담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검찰총장 후보자를 추천하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16일 첫 회의를 연다.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검찰총장 임명 당시 임명절차 기간(67일)을 고려하면 검수완박 이후에나 검찰총장이 임명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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