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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만취운전도 버텼는데 '가벼운 입'이 그만…박순애 사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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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정부 쇄신 ◆

매일경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서울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사퇴 회견을 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호영 기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전격 사퇴에는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만 5세 취학연령 하향' 이슈가 트리거 역할을 했다. 충분한 공론화 작업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 만 6세→5세 취학연령 하향 정책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공개되자마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박 장관은 뒤늦게 학부모 간담회를 여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아예 질의응답을 피하는 등 논란을 자초했다.

여기에 자사고 등은 존치하면서 외고는 폐지하겠다는 정책이 다시 한번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곤두박질치자 인적 쇄신을 위해 책임을 진 것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도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8일 사퇴를 밝힌 기자회견에서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 낙마로 교육부 수장은 또다시 공석이 되면서 당분간 교육 정책 추진 공백이 우려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김인철 후보자가 후보자 신분에서 자진 낙마하며 56일간 교육수장이 비어 있었는데, 박 장관마저 취임 36일 만에 사퇴하게 됐기 때문이다. 학제개편안은 물론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했던 교육 개혁 정책들이 당분간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 내부에서는 위기론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지난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 당시 폐지 논의가 오갔는데, 새 정부 출범 이후 부침이 끊이지 않으면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후보자 낙마에 이어 현직 장관까지 낙마하면서 내부에서 조직에 대한 위기와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힌 박 장관은 후보 지명 이후 잦은 구설에 올랐다. 인사청문회 없이 장관에 올랐으나 계속되는 의혹으로 이미 교육부 수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가장 큰 구설은 후보자 지명 직후 터진 과거 음주운전 논란이다. 박 장관은 2001년 12월 저녁 서울 중구 일대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51%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됐는데, 법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1심에서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당시 면허취소 기준(0.1%)의 2배를 웃도는 상태였음에도 선고유예는 상당히 이례적이어서 '불공정한 특혜를 입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장관 임명 직후에는 논문 중복 게재가 문제가 됐다. 박 장관이 자기 논문을 표절해 연구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과거 논문 중복 게재로 한국행정학회와 한국정치학회 2곳에서 논문 투고 금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자진 철회했고, 투고 금지 징계를 받은 줄 몰랐다. 교육부가 중복 게재에 대한 연구윤리지침을 만들기 전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조차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이에 대해 아예 대응을 하지 않았다.

쌍둥이 아들이 자기소개서 등을 대필해주고 허위 스펙을 만들어주다 대표가 구속됐던 입시 컨설팅 학원에서 생활기록부 첨삭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의혹이 제기된 시기의 현금영수증 기록이나 아들들의 생활기록부 내용을 공개하면 의혹이 해소되지만,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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