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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中 오해 풀어줘라" 尹 특명…'칩4' 들고 중국 간 박진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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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진 외교부 장관은 8일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9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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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한·중 외교장관 회담 참석차 8~10일 중국을 방문한다. 회담은 9일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에서 열린다. 박 장관은 8일 중국 출장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중의 주안점으로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그간의 한·중 관계를 돌아보고 평가하고자 한다”며 “한·중 관계의 미래 발전을 위해 양국이 공동으로 실천할 행동계획도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중은 윤석열 정부 출범 들어 이뤄진 첫 정부 고위급 인사의 중국 방문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방중 하루 전인 지난 7일 윤석열 정부의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간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예비회의 참석 방침이 알려지면서 중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 역시 이날 출근길에 칩4 참여와 관련 “정부 부처가 철저하게 국익의 관점에서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국익' 앞세운 칩4 예비회의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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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칩4 참여 관련 "철저하게 국익 관점에서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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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간 칩4와 관련 '국익'을 전면에 내세워왔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 원천 기술 분야를 주도하는 국가고, 대만과 일본은 각각 비(非) 메모리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선두주자다. 반도체 산업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 입장에선 국익 극대화를 위한 칩4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칩4는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이 반대한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지만 국익에서만 보면 참여가 불가피하다”며 “현재 칩4의 공식 명칭과 정체성, 방향성 등을 논의하는 단계인데, 한국이 예비 논의에 나서는 것 자체가 사실상 칩4 참여를 전제로 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분야 '대중 압박'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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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최근 미중 공급망 경쟁의 핵심 분야로 급부상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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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반도체 분야를 둘러싼 미·중 공급망 경쟁이 점차 첨예해지고 있단 점이다. 미국이 지난 3월 반도체 강국인 한국·일본·대만을 규합하는 칩4를 제안한 것 역시 중국과의 반도체 공급망 경쟁을 염두에 둔 조치로 평가된다. 지난달엔 미 상무부가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에 14나노미터(㎚) 이하 미세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견제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선 미국과 반도체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한국의 움직임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특히 칩4를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시도’로 규정하며 “세계 경제가 깊이 융합되는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익 앞세워 '中 설득'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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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만난 박진(가운데) 외교부 장관과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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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칩4가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거나 고립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란 점을 적극 설명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윤 대통령이 외교부 업무보고에서 박 장관에게 주문한 ‘중국의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극 외교’와도 맥을 같이 한다.

박 장관은 이날도 “중국은 우리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고 공급망 분야에서도 중요 상대국”이라며 “중국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소통과 대화가 필요하고, 그런 점에 대해 중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특히 왕 부장과 만나 칩4는 ▶‘동맹’이 아닌 협의체이고 ▶협의체의 구체적인 성격과 방향성조차 정해지지 않았으며 ▶한국이 ‘룰 메이커(rule maker)’로 참여하는 만큼 중국을 배제하는 방향이 되지 않도록 적극 협의중이란 점을 강조할 방침이라고 한다. 칩4의 가입 이전에 예비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칩4 구성 단계에서 중국의 우려를 줄이는 노력을 하기 위한 조치라는 취지로 설득할 가능성도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현재 반도체 분야의 협업 시스템은 미국의 장비와 일본의 소재를 바탕으로 한국과 대만이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구조인 만큼, 주요 설득 포인트는 한국이 칩4에 들어가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될 것”이라며 “국익의 관점에서 칩4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동시에 칩4를 비롯한 반도체 공급망 논의가 중국 배제로 흐르는 상황을 막는 것은 한국이 아닌 중국이 해야 할 역할이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THAAD) 3불(不)’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드 3불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 측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다고 설명한 내용으로, 중국은 이를 한·중 간 합의 사항으로 보고 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사드 관련 문제는 안보 주권과 결부된 핵심 사안으로, 사드 3불 역시 국가 간 합의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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