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경찰국 신설 과정서 등 돌린 직협도 윤희근에 '믿음' 드러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회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화상으로 출석,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민관기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은 8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해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했을 때 본인 의지대로 하겠다는 이야기를 믿고 있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지난달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삭발을 하고 단식 투쟁을 벌이다 쓰러진 인물이다. 그는 이날 윤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돼 화상으로 출석했다.

야당의 노림수… 민관기는 윤희근에 응답했다
민 회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서 이같이 윤 후보자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오 의원은 해당 질의에서 윤 후보자가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정부와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의 논리를 대변했다며 경찰청장이 된 이후 권력의 부당한 외압이 있을 때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의심했다. 경찰국 신설 반대 움직임을 주도한 민 회장으로부터 동조성 답변을 이끌어내긴 위한 질의로 풀이됐으나, 민 회장은 되레 '지휘부를 믿어달라'는 그간 윤 후보자의 당부에 응답한 셈이다.

민 회장은 그동안 경찰국 신설을 반대한 이유를 묻는 질의에 대해선 "가장 큰 부분에서의 문제점과 현장에서의 반감은 행안부 장관의 발언 등에서 비롯됐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 장관은 수사권 확대로 경찰의 수사권한이 확대됐기 때문에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면 행안부 장관이 수사를 통제하겠다는 것인가란 의문이 생기면서 강경한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 회장은 다만 '윤 후보자가 반대 의견을 소통하고 수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느냐'는 질의엔 "노력하는 부분과 본인의 소신과는 좀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민 회장은 현 정부가 경찰 조직 내부를 경찰대와 비경찰대로 '갈라치기'하고 있다는 일각의 의혹 제기에 대해선 "29년 동안 경찰에서 근무했지만 비경찰대와 경찰대라는 말을 이번에 처음 듣는다"며 "정치권에서 경찰을 비경찰대와 경찰대로 분류하려고 하는 것 같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이 장관은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경찰 내 특정 출신 집단이 하나회에 준하다고 비판하며 경찰대 출신을 주동 세력으로 지목한 바 있다.

아시아경제

김순호 초대 행안부 경찰국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경찰국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순호 경찰국장의 과거…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청문회에서는 최근 불거진 김순호 경찰국장의 경찰 입문 과정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후 청문회에서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김 국장이 보안업무 관련해 전문지식이 있다고 해 특채를 했다고 하는데, 1989년 어떤 전문지식이 있는지, 어떻게 특채를 했는지를 자료로 제출해달라"고 했다. 최근 김 국장은 1989년 인천부천 민주노동자회(인노회)에서 활동하다가 돌연 잠적한 뒤 반년 만에 '대공 특채' 경찰관으로 나타난 과거 행적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 인노회 회원들은 김 국장이 동료를 밀고하고 그 대가로 특채됐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후보자는 이날 오후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경찰국장을 위해 행안부가 추천을 하라고 해서 복수로 추천을 했고 그중에 한 사람이 김 국장"이라며 "이 과정에서 30년 전 사안까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공교롭게 김 국장에게 그런 경력이 있다는 걸 최근에 언론보도 등을 통해 확인을 하게 됐다"며 "경찰국을 30년 전 민주화운동을 탄압한 경찰과 매칭시켜 우려를 표명하는 건 너무 우려를 크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앞선 오전 이 의원의 김 국장 관련 질의에서도 "경찰청장 후보자로서 (경찰국장) 추천 협의과정을 거쳤다"며 "30년 전 사안까지 알고 추천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날 인사청문회에 이어 내주 행안부 업무보고까지 예고된 만큼 김 국장의 과거 행적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윤 후보자는 "(논란과 관련해) 추후 한 번 더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시아경제

이재명 더불더민주당 대표 후보가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與 "명동설을 아시나요?"… 尹 "명동설이요?"
청문회에서는 경찰의 수사역량 강화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를 통해 경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이 과정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역량도 검증대에 올랐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고 수사를 제대로 한다는 신뢰를 국민에게 드려야 하는데, 이재명 의원 수사를 보면서 과연 그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언급하면서다.

조 의원은 작년 12월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연루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부터 지난달 이 의원의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참고인 김모씨까지 4명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는데도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윤 후보자는 "경찰에서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조 의원은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이론인 '지동설'에 빗댄 '명동설'을 언급하며 윤 후보자를 압박했다. 다음은 이날 조 의원과 윤 후보자간 질의응답의 일부분이다.

조 의원 : 혹시 후보자님께서는 명동설이라는 이야기 들어보셨습니까?

윤 후보자 : 명동설이요?

조 의원 : 모르시는 것 같으니까 제가 설명해드릴게요. 지동설이 있지요?

윤 후보자 : 네.

조 의원 : 세상이, 아니 우주의 중심이 지구이고 모든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 이게 천동설이지요?

윤 후보자 : 예.

조 의원 : 그런데 이게 틀렸죠.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것이지요. 그런데 경찰이 이재명 의혹 수사만 관련되면 이 의원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해서 명동설이라고 합니다.

조 의원은 이어 윤 후보자에게 현재 경찰이 이 의원 관련 여러 의혹 사건에 대해 명동설적인 수사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물음을 던졌다. 윤 후보자는 "(명동설 관련) 말씀 취지에 답변 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 "수사 관련해서는 분명하게 말씀드리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서 공정하게 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시아경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