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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3D 직종, 일할 사람이 없다...정부 '외국인노동자 월 1만명' 들여오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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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외국인 노동자 5만 명 추가 입국
열악한 근로환경, 노동시장 이중구조 대책 고심
한국일보

정부가 23만4,000개 정도의 일자리가 비어 있는 제조업 등의 구인난 해결을 위해 외국 인력 확충을 추진한다. 사진은 8일 서울 구로구 대림동의 한 직업소개소에 게시된 구인공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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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가 증가하면서 고용률이 16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양적 고용지표는 개선됐지만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부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직종에서의 구인난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연말까지 5만 명 추가 입국시키는 대책을 내놓았다.

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고용노동부는 '최근 구인난 해소 지원방안'을 보고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구인난은 코로나19로 인한 외국 인력의 입국 지연과 대면 서비스 업황 회복에 따른 인력 수요 급증, 열악한 근로환경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외국인 근로자 신속 입국, 구인·구직 연계 지원 등 다양한 맞춤형 지원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가 중점적으로 보는 지표는 '빈일자리수'와 '빈일자리율'이다. 빈일자리는 구인난 지표 중 하나로, 한 달 내 일을 바로 시킬 수 있지만 사람을 여전히 구하는 중인 일자리를 뜻한다. 올해 6월 기준 빈일자리수는 23만4,000개였는데 이는 2018년 2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빈일자리율(1.3%)도 2018년 8월 이후 최고로 높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빈일자리율은 코로나19 이전 평균 1% 수준이었고, 2020년 0.7%로 하락했지만 지난해 2월 반등해 현재까지 계속 상승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빈일자리는 3D 산업으로 꼽히는 업종에 많았다. 용접 등 뿌리산업을 포함한 조선업이 대표적이다. 조선업협회는 현재 6,000~7,000명의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한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 때 지적됐듯 조선업은 하청과 재하청 구조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일의 강도에 비해 보수가 적고 위험해 내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업계 자체가 수년간 침체돼 숙련공에 대한 보상 여력도 높지 않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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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일자리수 및 빈일자리율 추이. 고용노동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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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조선업 △뿌리산업을 비롯해 △음식점·소매업 △택시·버스업 △농업에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보고, 외국 인력 입국을 서둘러 늘리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고용허가를 받았음에도 입국하지 못하고 현지에서 대기하고 있는 4만2,000명과 하반기 비자 발급 예정자 2만1,000명을 신속 입국 조치하고, 이 중 5만 명(월별 1만 명)은 연내 입국시킬 계획이다.

특히 조선업 분야 외국인 노동자들의 최우선 입국에 속도를 낸다. 10월까지 E-9(비전문취업) 비자 발급자 1,700명을 전수 입국시킬 예정이다. 뿌리산업 등 제조업(총 3만7,000명)과 농축산업(총 7,000명) 인력도 연내 추가 입국을 추진한다. 계획대로 되면 연말에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는 26만4,000명으로 증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27만 7,000명) 수준을 회복한다.

이 밖에 산업별 특화 맞춤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조선업 내일채움공제와 취업꾸러미 사업 확대 등 여러 대책을 내놨다. 수확기에 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농업의 경우 소요 인력의 25%가량을 군부대 등과 연계해 공공부문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일손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까지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3D 업종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빈일자리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선업 사례에서처럼 3년짜리 노동이 아닌 수십 년 경험을 가진 숙련공을 키워 내야 하는 과제도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내국인이 갈 일자리를 외국인으로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외국인 인력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이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 등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협력해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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