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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6번째 낙마 부른 윤 대통령 ‘오기 인사’…지지율 하락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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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윤 정부 국무위원으론 첫 낙마…인사 참사 심화

사적 채용도 계속…검찰 편중 인사 검증에 인재풀도 협소

경향신문

13일 만에 출근길 문답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첫 휴가를 마치고 이날 업무에 복귀한 윤 대통령은 13일 만에 출근길 문답을 재개했다.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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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사퇴한 것은 윤석열 정부 현직 국무위원의 첫 낙마 사례이자 6번째 고위 공직자 인사 실패이다. 그간의 인사참사 비판을 피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선정에 신중을 거듭하던 정부 입장에서 박 부총리의 낙마는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과 윤 대통령 인사철학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부총리 사퇴로 윤석열 정부의 고위 공직자 인사 실패 사례는 6명으로 늘었다. 장관 취임 후 사퇴는 박 부총리가 처음이다.

‘1호 낙마자’는 ‘아빠 찬스’ 논란으로 지난 5월3일 사퇴한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이다. 10일 뒤 혐오발언 논란으로 김성회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이 사퇴했고, 다시 10일 뒤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물러났다.

박 부총리가 임명장을 받았던 지난달 4일에는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정 후보자에 이어 같은 정부 부처 장관 후보자가 연속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로 기록됐다. 김 후보자는 지명 직후부터 부동산 갭투자 의혹과 정치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송옥렬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후보 지명 7일 만인 지난달 10일 사퇴했다. 박 부총리 임명 당일 후보자로 지명받았지만, 그 직후 과거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김 후보자와 송 후보자 낙마 이후 복지부 장관과 공정위원장은 아직까지 후보자 발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인사참사 논란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대통령실은 후보자 물색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박 부총리가 사퇴했다. 학제개편안 논란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임명 당시에도 무리한 인사라는 비판이 많았다. 음주운전 이력으로 도마에 올랐고, 논문 관련 논란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복지부에 이어 교육부도 연속 낙마를 기록하게 됐다. 박 부총리가 학제개편안 논란 전, 지명 단계부터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간의 인사참사 논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 정부의 인사참사는 장관급 고위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사적 채용, 지인 채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 경찰국 초대 국장으로 임명된 김순호 치안감을 둘러싸고 ‘밀고 특채’ 의혹이 불거졌다.

거듭된 인사 실패는 최근 지지율 하락세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실시한 윤 대통령 직무평가 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긍정 응답은 24%, 부정 응답은 66%를 기록했는데 부정 응답 이유로 ‘인사 문제’(23%) 비율이 가장 높았다. 반복되는 인사 실패의 주원인으로 윤 대통령의 고집, 검찰 편중 인사 라인, 협소한 인재풀 등이 거론된다.

윤석열 정부의 공직 인사 절차는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실의 인사 추천부터 시작해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의 1차 검증,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2차 검증 단계로 이뤄진다. 추천과 검증을 분리해 상호 견제하겠다는 취지지만, 검찰 일색의 인사 라인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사비서관실의 복두규 인사기획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모두 검찰 출신이다. 인사정보관리단의 박행열 단장은 인사혁신처 출신이지만 검찰 출신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인사 추천과 검증을 모두 검찰 라인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폭넓은 추천과 철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고집이 가장 큰 문제라는 비판도 이어진다. 현 정부 인사 검증에 관여했던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논란이 된 것들 중 검증 단계에서 거론되지 않은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 부총리 음주운전 이력을 비롯해 그간 낙마자들을 둘러싸고 문제가 된 사안들 모두 검증 단계에서 확인되고, 보고까지 이뤄졌지만 최종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이 인사를 밀어붙였다는 이야기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서 인사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전임 정부 등을 거론하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5일 박 부총리 임명식에서는 “언론과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 소신껏 잘하라”는 말로 비판받았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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