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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마침내 PGA 투어에 뿌리내린 ‘유목민’ 김주형…“경험은 나의 힘”[Zoom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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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 PGA 투어 첫 2000년대생 챔피언

윈덤 챔피언십 FR 9언더파 몰아쳐…첫 우승

어린 시절 동남아·호주 등 이사다닌 '유목민'

최근 5주 사이에…PGA 투어 특별 임시 회원·

다음 시즌 시드 확보·정식 회원까지

한국 엘리트 코스 밟지 않은 대신…

아시안투어 등 경험하며 적응력 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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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이 8일 열린 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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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어렸을 때부터 여러 나라로 이사를 다녔어요.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적응력을 길렀죠. 미국이 제 최종 정착지가 되길 바랍니다.”

8일(한국시간) 윈덤 챔피언십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김주형(20)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유창한 영어로 이같이 말했다.

김주형은 이날 끝난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8개를 몰아치고 보기는 1개로 막아 9언더파 61타를 작성했다. 최종 합계 20언더파 260타를 기록한 김주형은 공동 2위 임성재(24), 존 허(미국)를 5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31만4000 달러(약 17억1000만원)다. 세계랭킹도 34위에서 21위로 수직상승했다. 그는 자신에게 따라붙었던 ‘골프 유목민’이라는 수식어도 벗을 기회를 잡았다. 이번 우승으로 특별임시회원 신분에서 PGA 투어 정식 회원이 됐기 때문이다.

기차처럼 숨가쁘게 5주간 내달린 ‘톰’

2002년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바로 중국으로 건너간 그는 티칭 프로인 아버지를 따라 필리핀과 호주, 태국 등지에서 생활하며 골프를 시작했다. 한국에 거처를 두지 않다 보니 한국 선수라면 엘리트 코스처럼 밟아야 하는 국가대표도 거치지 않았다. 16세였던 2018년 빠르게 프로로 전향했고 2019년 아시안투어 파나소닉 오픈에서 투어 사상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코로나19로 2020~21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뛰면서 군산CC 오픈에서 프로 최연소 우승(18세 21일), 지난해에는 만 20세 이전 선수 처음으로 상금왕, 대상 등 주요 타이틀을 휩쓰는 역사를 썼다. 아시안투어 상금왕과 프로 대회 4승 등으로 차곡차곡 세계 랭킹을 쌓은 김주형은 PGA 투어 대회에 추천 선수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가 ‘골프 유목민’이라고 불린 이유다.

그리고 김주형은 불과 15개 대회 만에 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달 초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에서 3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킨 데 이어 디오픈에서 컷 통과에 성공하면서 PGA 투어 특별 임시 회원 자격을 충족했다. 또 3M 오픈 26위, 로켓 모기지 클래식 7위로 사실상 다음 시즌 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던 터였다. 독일 기차 장난감 ‘토마스’ 캐릭터를 너무 좋아해 영어 이름을 ‘톰(Tom)’으로 지은 김주형은 PGA 투어에서는 ‘톰’이라고 불리는 게 더 익숙하다. 그는 실제 기차처럼 질주를 멈추지 않고 이번 우승까지 5주간 숨 가쁘게 달려왔다.

2002년생인 김주형은 PGA 투어 첫 2000년대생 챔피언이 됐고, 조던 스피스(미국·19세 10개월 14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연소 우승자(20세 1개월 18일)로 이름을 올렸다. PGA 투어 정상에 오른 한국 선수 중에서도 가장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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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이 박수를 치며 시상식에 들어서고 있다.(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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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점은 스코틀랜드 오픈…심적 안정감↑

김주형에게 스윙을 가르치는 이시우 코치는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이 전환점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시우 코치는 이데일리에 “바람이 많이 불 것을 대비해 준비한 것들이 실제 대회에서 잘 적용되면서 경기 운영 등 감을 잡았고, 성적이 잘 나오기 시작하면서 PGA 투어에 편안함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처음 PGA 투어 대회에 출전할 때만 해도 어색함과 이질감을 감추지 못했던 김주형은 특별 임시 회원이 되면서 제한 없이 5주 연속 대회에 출전했고 빠르게 PGA 투어에 녹아들었다. 김주형은 “2020년부터 PGA 투어에 출전하기 시작해 3년 동안 경험하면서 발전할 수 있었다. PGA 투어 대회를 치를수록 이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고 그 목표를 향해 계속 달려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고 의미를 더했다.

골프계 관계자는 “어린 나이에 해외 생활을 하면서 여러 문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자신도 모르게 갖춰졌고 이것이 큰 투어에서도 빨리 우승할 수 있는 토대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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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이 윈덤 챔피언십 마지막 18번홀에서 퍼팅을 시도하고 있다.(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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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팅 굴림 일관성 좋아져…우승 원동력

‘프로 선수들의 샷은 백지 한 장 차이다. 우승은 퍼팅에서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앞서 김주형은 퍼팅이 컵 안으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스트로크를 한대로 공이 굴러가야 하는데 사이드 스핀이 걸려 공이 일정하게 가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이 때문에 퍼팅 라인에 확신도 갖지 못했다.

이시우 코치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굴림 연습을 많이 했다. 이번 경기를 보니 스트로크가 좋아졌다. 라인을 본대로 일정하게 공을 잘 굴려 퍼팅 성공률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이날 김주형은 퍼팅으로 얻은 이득 타수가 4.5타나 됐다. 나흘 동안의 퍼팅 지수는 출전 선수들 중 1위였다. 그는 2번홀(파4)에서 6m 버디, 3번홀(파3)에서 7.4m 버디 등 중장거리 버디를 연이어 잡아내며 전반 9개 홀에서만 8언더파를 몰아쳤고 일찌감치 압도적인 선두로 나설 수 있었다.

김주형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뚜렷한 목표의식과 자발적인 행동력이다. 이시우 코치는 “김주형은 골프가 본인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선수”라며 “본인이 필요한 부분을 스스로 찾아 하는데 그건 타고나는 것”이라고 칭찬한다.

김주형의 아버지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자기 중심이 똑바른 아이여서 흔들림은 없을 것 같다. 걱정하지 않는다”며 대견해 했다. 김주형의 부모는 이날 김주형이 우승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해 한국으로 들어가기 위한 짐을 싸러 댈러스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점심을 먹으려 들른 곳에서 김주형이 큰 타수 차로 선두를 달리는 것을 보고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릴 테네시주로 방향을 틀었다. 김주형의 아버지는 대회 추가 초청에 예상치 못한 플레이오프 출전까지 일정이 늘어나자 “(김)주형이 옷 세탁을 매일 해야 한다”면서도 “그것마저 기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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