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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102년 만의 폭우…밤새 무사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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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하철·고속도로 등 침수

경부고속도로·테헤란로 등 통제

오수 유입 7호선 이수역 등 무정차 통과

누리꾼들 “차가 떠다녀” “재난영화 같다”


한겨레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과 보행자가 통행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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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 8시께부터 인천 남부~서울 남부~경기~강원을 가로지르는 좁은 비구름대가 기록적 폭우를 쏟아내며 곳곳에서 침수와 정전, 누수 등으로 인한 각종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 등 저지대에서 도로와 지하철역 곳곳이 성인 허리 높이까지 빗물이 차오르며 퇴근길 대란으로 이어졌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한때 최대 11개 구에서 산사태 경보·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새벽까지 계속됐다.

기상청은 이날 하루 동안 서울에만 119㎜(밤 11시 기준)의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기상청이 있는 동작구에는 무려 380㎜의 비가 쏟아졌다. 이는 서울(송월동 관측소 기준)의 역대 일일강수량 최고값 1위인 1920년 8월2일의 354.7㎜보다도 많은 것이다. 동작구에 밤 8∼9시 1시간 동안 쏟아진 양만 136.5㎜에 달했다. 일일강수량은 경기 광명 316.5㎜, 인천 부평 242.5㎜, 경기 부천 242㎜, 강원 철원(동송) 158㎜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오르내리면서, 남북 폭이 좁고 동서로 긴 비구름대가 유입되는 지역에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8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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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주차장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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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서울 남부와 강남지역은 한밤 도시 마비 상태에 준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서울시는 밤 10시12분부터 잠수교 양방향 차량과 보행자 통행을 통제했다. 집중호우로 상류 팔당댐 방류량이 늘어 수위가 통제 기준 6.2m에 달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통정보과는 밤 9시29분께 강남구 테헤란로(삼성역↔포스코 사거리) 양 방면 하위 4개 차로 도로가 물에 잠겨 전면 통제됐다고 밝혔다. 이날 밤 8시께 서울 강남역 일대에선 하수 역류 현상이 발생해 도로와 차도가 침수됐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서초∼반포 구간도 밤 9시께부터 하위 3∼4개 차로가 침수돼 1개 차로만 통행이 이뤄졌다. 저녁 6시30분부터는 동부간선도로 전체구간(수락 지하차도~성수JC)도 통제됐다. 서울과 경기 북부지역 집중호우로 중랑천 수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남부순환로, 양재대로, 여의대방로 일부 구간도 전면 통제됐다. 밤 9시께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내 매장이 침수되고, 삼성동 코엑스에서도 누수가 발생했다. 강남·서초 일대 건물에서는 갑자기 전기가 끊기기도 했다.

지하철 운행도 곳곳에서 중단됐다.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이 침수되면서 1호선 하행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경인선 오류동역, 1호선 금천구청역 등에서도 신호 장애 및 열차 지연이 발생했다. 지하철 7호선 이수역에서도 오수가 유입되며 물바다를 이뤄 무정차 통과 조처가 내려졌다. 승강장 천장 일부 패널이 빗물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하철 9호선 동작역도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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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 서울 강남역 일대 도로에 물이 들어차 차들이 잠겨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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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엔에스(SNS)에는 이날 밤늦게까지 서울 삼성·서초·사당·이수 등의 도로와 이면도로, 지하철역 침수 정보를 알리는 동영상과 사진 등이 ‘#지하철침수’ 해시태그를 달고 집중적으로 올라왔다. 귀가하지 못하고 침수된 도로에 발이 묶인 경우가 많았다. 서초동에 직장이 있는 정성호(45)씨는 밤 10시께 정강이까지 올라오는 빗물로 퇴근을 못 하고 사무실에 갇혔다. 정씨는 지인들에게 침수 상황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했다. 정씨는 “마치 재난 영화 같다”고 했다. 성북구에 사는 김아무개씨(55)는 고속터미널역 인근 도로가 갑자기 침수되면서 오도 가도 못 하는 처지가 됐다. 김씨는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집에 가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귀가 방법을 찾지 못해 급하게 숙박업소를 찾는 경우도 있었다. 이아무개(34)씨는 “강남역 인근에서 움직이지 못해 결국 애플리케이션으로 인근 숙소를 예약했다”고 했다. 차량에 갇힌 시민도 있었다. 동작에서 사당으로 퇴근하던 20대 운전자는 차량이 침수되며 도로에 그대로 멈춰서야 했다. 이 운전자는 “반대 차로엔 주인이 두고 간 승용차가 떠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하천 범람·산사태 경보가 발령되며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는 밤까지 계속된 폭우에 도림천이 범람하고 있다며 대피 공지를 내렸다. 관악구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밤 9시26분께 “저지대 주민은 신속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달라”고 했다. 관악구는 밤 11시께 “산사태 위험이 있다”며 일부 지역에 대피령을 내렸다. 서울지역에 집중호우가 계속되며 피해가 잇따르자 퇴근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밤 9시55분께 서울시청으로 복귀해 피해 상황을 살폈다.

인천에서는 낮 한때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와 재래시장이 침수되고 경인국철 열차 운행이 일부 지연되기도 했다. 계양구 작전동 토끼굴과 미추홀구 경인고속도로 종점 지하차도는 이날 낮 12시30분께부터 한동안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미추홀구 도화동 제일시장에 흙탕물이 들어차 가게가 침수됐고, 중구 중산동에서는 일부 주택과 도로가 빗물에 잠겼다.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6시50분께 서울 동작구에서 쓰러진 가로수를 정리하던 작업자가 감전 사망(추정)했다고 밝혔다. 낮 12시께 경기도 시흥 신천동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에서도 야외 전기작업을 하던 50대 중국인 작업자가 감전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후 5시56분께 서울 중구 약수역 인근 공사장에서는 철제 가림판이 쓰러지면서 행인 1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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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과 보행자가 통행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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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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