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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연구 앞두고 경영계-노동계 갈등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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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법 조항엔 차등 근거 명시

상승폭 커지며 차등화 논의됐지만, 연구자료 없어 수년째 단일 적용

유럽-미국 등은 지역-산업별로 차등… 고용부, 중립적 기초 자료 연구 추진

경영계 “내년 심사 때 반드시 적용”… 노동계 “차등화 근거 조항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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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5일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2024년부터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다르게 적용할지를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정부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는 기초자료 연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노동계는 현행 최저임금법에 규정된 업종별 구분 적용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국회에 요구하는 입법 투쟁으로 맞설 방침이다.
○ 남은 갈등의 불씨, 최저임금 차등화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9620원으로 5일 고시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209시간 기준)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5% 오르면서 월급 환산액은 처음으로 200만 원을 넘었다. 올해도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퇴장한 뒤 표결이 이뤄지는 파행적 심의가 반복됐다. 노사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최저임금액이 결정된 가운데 더 큰 갈등의 불씨가 남았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고용부에 최저임금의 사업 종류별 적용 여부와 방법 등과 관련된 기초자료를 연구해 내년 심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위원회에 제출해 달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에는 사업 종류별로 구분하여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첫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단일 최저임금이 적용됐다. 1988년에는 업종별로 2개 그룹으로 나눠 각각 462.5원(1그룹)과 487.5원(2그룹)을 적용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인 2018년(16.4%), 2019년(10.9%) 연속해서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자 경영계의 업종별 차등화 요구가 거세졌다. 하지만 매년 최저임금 심의 때 차등 적용 여부를 판단할 기초자료도 없이 표결을 통해 단일 금액으로 결정됐다.

경영계는 내년 최저임금 심의 때는 업종별 차등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려면 공익위원들이 권고한 기초자료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행 통계 현황, 해외사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노사 의견 수렴을 거쳐 기초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가 최저임금 차등화로 취약계층 노동자의 삶이 어려워지고 저임금 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며 반발해 난항이 예상된다.
○ 내년엔 업종별 최저임금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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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가 발간한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제도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회원국 중 최저임금을 지역 또는 업종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국가는 벨기에, 스위스, 멕시코, 미국, 캐나다, 일본 등 6곳이었다. 미국, 캐나다, 일본은 지역별로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일본의 경우 특정 최저임금도 존재하지만 업종별 구분이라기보다 특정 산업 종사자에게 지역별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적용하는 제도다. 경영계는 이런 해외사례를 근거로 국내도 최저임금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노동계는 해당 국가들의 지역 간 격차가 매우 커서 국내 현실과 맞지 않다고 반박해 왔다.

이번에 고용부가 관련 기초자료 연구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국내에서도 최저임금 차등화의 첫발을 떼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부는 “정해진 결론 없이 중립적인 기초연구”라고 강조하지만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경영계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노동계는 “정부의 연구 용역은 최저임금 차등화의 길을 터주려는 것”이라며 국회를 통한 입법 투쟁으로 이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국회에는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삭제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현재로선 차등화 근거 조항을 없애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며 “야당 의원들과 협력해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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