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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전체 '녹조라테' 범벅… '독성물질 미검출' 발표에도 주민 불안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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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 영주댐과 대구 해평취수장에도 급증
"어업 포기하고 정수기 물도 다시 끓여 먹어"
녹조 직접 목격 주민들 "불안해서 못 살겠다"
환경부 "수돗물서 독성 물질 미검출" 발표에도
강수량 적어 보 개방 쉽지 않아… 당국 골머리
한국일보

환경단체 관계자가 4일 낙동강 하류지점인 경남 김해시 대동면 김해어촌계 대동선착장에서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 물을 와인잔에 받아 냄새를 맡아보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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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를 통해 나온 물도 혹시나 해서 끓여 먹고 있습니다."

부산에 사는 회사원 이모(50)씨는 8일 부산의 식수원인 낙동강의 녹조 얘기를 꺼내자 대뜸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 집에선 야채도 수돗물로 씻은 뒤 정수기 물로 한 번 더 씻는다고 했다.

부산과 경남, 대구 등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영남지역 주민들이 심각한 녹조 현상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가 이날 낙동강 주변 5곳(문산·매곡·화명·덕산·함안) 정수장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눈앞에서 녹조를 목격한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낙동강 하류부터 상류까지 녹조 범벅


녹조는 이미 낙동강 상류인 경북 영주댐까지 퍼졌다. 대구시가 맑은 물 확보를 위해 마련한 취수원인 낙동강 해평취수장 인근까지 녹조가 확산되면서 녹조물이 취수장으로까지 흘러들고 있다. 이달 4~6일 낙동강네트워크와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이 낙동강 하류인 낙동강 하굿둑부터 상류인 영주댐까지 진행한 ‘낙동강 국민 체감 녹조 현장조사’를 이끌었던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하류는 물론이고 상류까지 낙동강 전체가 녹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 29개 조류경보 발령지점 중 6곳이 '관심' 또는 '경계' 단계인데, 이 가운데 5곳이 낙동강 수계에 자리 잡고 있다. 강정·고령 진양호가 '관심'이고, 해평·칠서·물금매리가 '경계'다.

중ㆍ하류인 합천창녕보 어부선착장과 김해 대동선착장 등에선 녹조가 강을 너무 많이 덮어 막대기로 저어도 강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구역질이 날 정도의 악취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생업까지 포기했다. 낙동강 인근의 한 어민은 “녹조 투성이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누가 먹겠느냐”면서 “잡은 물고기도 풀어주다가 이제는 아예 물고기 잡기를 포기했다”고 하소연했다. 어민들 중에는 고기잡이에 나섰다가 악취 때문에 조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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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과 함안군 칠북면 경계에 위치한 창녕함안보 일대 낙동강에서 녹조가 관찰되고 있다. 창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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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낙동강 일대 녹조가 더 심각한 이유는 강수량 때문이다. 녹조는 질소와 인 등 영양물질 과다 유입과 고수온, 높은 일사량, 물 순환 정체가 두루 영향을 미친다. 올해는 부산을 비롯해 낙동강을 끼고 있는 경남 진주와 합천, 경북 안동 지역의 5~7월 합계 강수량이 270.5㎜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 그쳤다. 낙동강 수계 다목적댐 저수량은 12억 톤으로 평년보다 4톤가량 적은 수준이다.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 세포수는 지난달 25일 1mL당 최대 14만4,450개로 최대치를 찍기도 했다. 올해 평균은 3만7,788개로 예년과 비교해 5.5배 많은 수치다. 환경단체들은 낙동강 하굿둑과 상류의 보들이 물 흐름을 막고 있는 것도 녹조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도 지난 5일 낙동강 하류의 홍수 조절과 녹조 개선을 위해 남강대의 방류량을 늘리고 창녕 함안보의 수위를 낮추고 있다.

낙동강 수계 5곳 정수장 독성물질 미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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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왼쪽) 환경부 장관이 7일 경남 함안군 소재 창원시 칠서정수장을 방문해 녹조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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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심상치 않자 환경부와 해당 지자체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날에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경남 창원 칠서정수장을 찾아 낙동강 조류 발생 현황과 취·정수장 녹조 대응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날은 영남권 5곳의 정수장 수돗물에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체내에 들어가면 간 손상과 복통·구토·설사를 유발한다.

하지만 환경부나 지자체나 녹조 자체를 완화시킬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재현 환경부 물통합정책관은 "유속을 높이려면 댐에서 물을 많이 내려보내야 하는데 저수량이 적어 쉽지 않다"면서 "보를 더 개방해 수위가 낮아지면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확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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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낙동강 하류지점인 경남 김해시 대동면 김해어촌계 대동선착장에서 환경단체 관계자가 녹조가 확산한 낙동강 물을 와인잔과 손으로 받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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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안전한 식수원 확보를 위해 경남 ‘합천 황강 복류수’와 ‘창녕 강변여과수’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루 48만 톤을 경남 중동부 지역에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42만 톤을 부산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남지역의 강한 반발로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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