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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필동정담] 산둥성(山東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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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중국 '산둥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적어도 중국에서는 그렇다. 지난해 10월 노 전 대통령이 작고하자 중국 관영매체들은 한중 수교의 주역이자 '산둥 사람'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기사를 앞다퉈 내보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청와대에서 산둥성 책임자의 예방을 받고 "산둥이 사실은 우리 할아버지 고향"이라고 발언한 게 근원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수교 직후 처음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산둥성에서 한국 인천의 아침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며 두 나라의 지리적 인접성을 강조했다. 퇴임 후에는 산둥성 창칭을 찾아가 노(盧)씨의 뿌리가 된 중국 강(姜)씨 유적을 참배까지 하면서 '산둥 사람'이 돼 버렸다.

9일 윤석열 정부 첫 고위급 인사로 중국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이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났다. 회담 장소로 중국의 방역 여건을 고려해 베이징이 아닌 다른 지역을 찾다가 박 장관이 중국에서 잠시 거처한 적이 있는 산둥성으로 정해졌다는 후문이다. 특히 각국 외교장관들을 만날 때마다 '경제안보'를 강조하고 있는 박 장관에게 산둥성은 더없이 중요한 곳이다.

산둥성은 한중 수교 이전부터 경제협력의 중심이었다. 1989년부터 한국의 스피커 제조업체가 들어가 공장을 지었다. 지금은 현대위아와 삼성중공업 등 우리 대기업들이 대거 몰려 있다. 이들 기업 중 절반이 칭다오에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중국 정부의 방역정책에 비행편도 줄고, 지방정부의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경영상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

대(對)중국 경제안보의 세부 항목을 뜯어보면 미·중 갈등 속 안정적 공급망 관리·한국 콘텐츠 교류 활성화·지식재산권 보호 등 이전 정부 때부터 풀지 못한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닭 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산둥성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푸는 게 그 출발점이다. 그러지 않고 거창한 난제 해결을 말한들 피부에 와닿을 리 없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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