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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中, '내정 간섭' 언급하며 "공급망 수호해야"…박진 "화이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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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9일 중국 산둥성(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만나 회담했다. 한국의 칩4 가입이 양국 간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왕 위원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한ㆍ중 관계"와 "원활한 공급망 수호"를 강조했다.

중앙일보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지모구청쥔란 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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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윈윈 견지, 공급망 수호"



회담은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간)부터 칭다오의 지모구청쥔란(卽墨古城君蘭) 호텔에서 양 장관과 소수의 당국자만 배석한 소인수 회담을 시작으로 배석자를 늘린 확대회담, 친교를 겸한 만찬의 순서로 진행됐다.

공개된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왕 위원은 최근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경계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윈윈(win-win)을 견지해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해야 한다"며 "평등과 존중을 견지해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최근 미국 주도의 인도ㆍ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반도체 협력체인 '칩4'(가칭)에 가입하기로 한 걸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장관은 왕 위원에게 팹4(칩4) 예비 회담 참여 사실을 통보했고, 이는 전적으로 국익에 따른 판단으로 특정 국가를 배제한 게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에 왕 위원은 "중국은 최근 미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한국이 적절히 판단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이어 "비바람에 시련을 겪어온 ‘중ㆍ한 관계’는 더 성숙하고 자주적이고 견고해져야 한다"며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지금까지 성공을 이룩해온 유익한 경험을 정리하고 양국관계의 큰 국면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래 30년을 향해 양측은 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와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 역시 대중 견제 대열에 한국을 끌어들이는 미국을 경계하는 말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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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지모구청쥔란 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는 모습.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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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인류 보편 가치 입각해야"



박 장관은 "한ㆍ중 양국이 인류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입각해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인도·태평양지역과 세계의 자유·평화·번영을 위해 상생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국익과 원칙에 따라 화이부동(和而不同ㆍ공동의 이익을 찾되 차이점은 인정한다)의 정신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중국을 배제하는 협의체에 편입하는 의미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에 따라 움직인다는 걸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왕 부장도 '화이부동'을 개인 관계뿐 아니라 국가 관계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또 한ㆍ중 FTA와 양국 모두가 회원국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언급하며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통해 (한ㆍ중이) 새로운 도전을 함께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재중 교민ㆍ기업인들과 화상 간담회에서도 "한ㆍ중 관계가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는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자 한다"며 "저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그간 중단됐던 정부 간의 협의 채널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확대회담에선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중대 도발을 감행하지 않도록 중국이 나서달라는 한국 측의 당부도 이어졌다. 박 장관은 "지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전례 없이 위협받고 있다"며 "북한이 도발 대신 대화를 선택하도록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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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지모구청쥔란 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는 모습.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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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걸림돌 안 된다" 공감



한편 이날 회담에선 사드 3불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사드 3불은 2017년 10월 31일 '한ㆍ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에 나온 내용으로 한국이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이 군사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고 밝힌 내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확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사드 문제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두 장관이 모두 깊이 있게 각자의 입장을 명확하게 개진했다"며 "핵심은 양측 모두 사드 문제가 향후 한ㆍ중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점에 명확하게 공감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박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사드 3불은) 중국과 '약속'이나 '합의'가 아닌 우리의 '입장'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달 27일 브리핑에서 "새로운 관리는 과거의 부채를 묵살할 수 없다"며 맞받았다.



박진 "중국 46번째 온다"



두 장관의 대면 회담은 지난달 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참석 차 열린 뒤 이번이 두 번째다. 기념 촬영 등 소인수 회담 초반부엔 웃음소리가 회담장 밖으로 흘러나올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왕 위원은 이날 회담장에 먼저 도착해 한국 취재진에게 '안녕하십니까'라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박 장관의 방중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고위급 정부 당국자 중 처음이다.

이날 박 장관은 회담 중 한국 가수 보아와 중국 가수 류위신이 메타버스에서 첨단기술을 활용해 협업한 영상인 'Better'의 뮤직 비디오를 왕 부장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젊은 층 간 문화 교류가 더욱 증진돼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왕 위원도 크게 웃으며 문화 교류 필요성에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화답했다고 한다.

앞서 박 장관은 전날 저녁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2호기편으로 출국했다. 이번 회담은 베이징이 아닌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렸는데, 중국 내 방역 상황으로 인해 수도 베이징에선 협의를 잘 열지 않는 게 관례라고 한다. 회담이 열린 산둥성은 박 장관이 명예교수로 재직했던 산둥대가 있는 곳이다. 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산둥성과는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다"며 "이번에 다시 찾아 감회가 새롭고 저는 이번에 46번째 중국 방문"이라고 말했다.

칭다오=공동취재단ㆍ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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