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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고객·시장 다변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소재 기업 ‘질주’ [K브랜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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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포스코케미칼

전기차 시장 확대에 소재 수요 급증

국내 첫 배터리 양·음극재 동시 생산

2022년 하반기 광양 공장 최대규모 준공

안정적인 원료 확보 위한 투자 지속

7월 美 GM과 13조 규모 협약 체결

세계 공급망 넓혀 생산 역량 극대화

세계일보

전남 광양시에 있는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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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철강군단 포스코그룹은 이제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의 새로운 변신에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계열사가 바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 등을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이다.

9일 포스코케미칼에 따르면,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케미칼의 전신은 1971년 설립된 포항축로주식회사다. 당시 포항제철의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1500도의 고온을 견딜 수 있는 내화물 조달이 필수였고, 이를 설치·관리하기 위한 자회사가 포스코케미칼의 시작이었다. 포항제철이 제강 규모를 늘리고 설비 투자를 계속하며 한동안 안정적으로 사업이 운영됐다. 하지만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건설이 일단락된 1990년대 들어 상황이 변했다. 안정적인 대규모 수주처를 잃은 포스코케미칼은 중장기 성장 전략을 고민하는 와중에 석회 소성공장 설비를 운영하며 라임(LIME) 사업, 화성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고, 2010년 본격적으로 배터리 소재사업에 진출했다.

◆꾸준한 투자로 실적 고공행진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8032억원, 영업이익 552억원의 경영 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에 비해 매출은 20.9%, 영업이익은 116.2% 증가한 수치다. 매출의 경우 8분기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화유코발트와 합작해 설립한 중국법인 절강포화의 성과가 반영되고, 포스코그룹과 연계해 조달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리튬·니켈 등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상승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전기차 시장은 최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영역 중 하나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660만대에서 올해 1000만대, 2030년 5900만대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스럽게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수요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각각 100만t, 50만t 수준이었던 양극재와 음극재 시장 규모는 2030년에는 600만t, 270만t 규모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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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스코케미칼의 성과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사업을 세계 일류 수준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꾸준한 투자의 결과물인 셈이다. 포스코케미칼은 2018년 세종에 천연 흑연 음극재 1공장을 준공한 뒤 이듬해 세종에 2공장 1단계 공사를 완료하는 등 생산 설비를 확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인조 흑연 음극재 업체인 시누오의 지분 15%를 인수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고, 12월에는 경북 포항시에 인조 흑연 공장을 준공했다. 양극재 분야에서도 2018년 경북 구미시에 1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했고, 2019년부터 전남 광양시 율촌산업단지에 하이니켈 양극재 광양 공장을 단계적으로 증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양극재 생산 법인 절강포화와 전구체 생산 법인 절강화포에 지분을 투자하며 해외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올해 하반기에 광양 공장 생산 라인을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연산 9만t으로 종합 준공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8만2000t 수준인 포스코케미칼의 음극재 생산능력은 2025년 17만t, 2030년 32만t까지 늘어난다. 양극재의 경우 현재 4만5000t인 연간 생산 능력을 2025년 34만t, 2030년 61만t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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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재가 소성로 위에서 고온으로 열처리 되는 모습. 포스코케미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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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음극재 동시 생산, 원료부터 리사이클링까지 ‘한 방’

전기차 배터리의 원가에서 양극재와 음극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훌쩍 넘는다. 배터리 원가의 40%에 달하는 양극재는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출력, 충·방전 성능 등을 결정하는 소재다. 에너지밀도를 결정하는 니켈(Ni), 안정성을 높이는 코발트(Co)와 망간(Mn), 출력 특성을 향상시키는 알루미늄(Al) 등의 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음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14% 정도를 차지하며, 충전 속도와 수명을 결정한다. 천연 흑연, 인조 흑연 음극재와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등이 사용된다.

국내에서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기업은 포스코케미칼이 유일하다. 프리미엄과 보급형, 차세대 배터리용 양·음극재 제품 라인 전체를 모두 생산하며 고객과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며 공급선 다변화를 꾀하는 전략이다. 여기에 더해 원료부터 생산, 리사이클링까지 담당하는 통합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양·음극재 원료인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등은 매장 지역이 특정돼 있고, 매장량도 한정적이다. 전기차 수요 증가와 함께 최근 세계 각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안정적인 원료 공급이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 포스코그룹은 핵심 원료 확보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광물, 원료, 중간소재, 최종소재 생산까지 수직 계열화 작업에 나섰고, 포스코케미칼은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최초로 ‘이차전지소재연구센터’를 설립하고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을 비롯한 그룹 내 연구 인력과 인프라를 결집해 차세대 소재와 공정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등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시장 겨냥하는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케미칼은 북미,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와 13조7696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광양 공장에서 생산한 하이니켈 양극재를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에 공급하게 된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보다 앞선 지난 5월 GM과 캐나다 퀘벡에 설립한 합작사 얼티엄캠을 통해 2025년부터 8년간 얼티엄셀즈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지난해 원료 가격 기준으로 8조원이 넘는 규모다.

유럽에서는 지난 6월 영국 유일의 배터리 기업 브리티시볼트와 배터리 소재 개발·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브리티시볼트의 배터리에 활용할 소재의 공동 개발에 협력하는 것은 물론, 향후 대규모 공급 계약도 추진하기로 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10월 노르웨이의 모로우배터리와 ‘양·음극재 소재 개발 및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중국에서는 코발트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화유코발트와 설립한 합작사를 통해 2023년부터 연간 3만5000t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등 각국 현지 기업과의 견고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글로벌 생산 역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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