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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잘 자랐다 이유진, '왜 오수재인가' 만나 배우로 폭풍 성장[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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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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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한 뼘, 아니 적어도 두세 뼘은 자랐다. 또래 친구들은 당장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데, 10년 후를 바라보며 성공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냈단다. 3년간 키만 훌쩍 큰 줄 알았더니 머리도 함께 컸다. 그야말로 ‘폭풍 성장’이다. 배우 이유진(18)의 이야기다.

그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김지은 극본· 박수진 연출)에서 공찬(황인엽 분)의 어린 시절 김동구 역을 맡았다. 억울하게 의붓여동생 강간 및 살해 혐의로 구속된 김동구는 자신을 유일하게 믿는 당시 국선 변호사 오수재(서현진 분)를 만난다. 누명을 벗고 출소한 후에는 공찬으로 살다가 로스쿨에서 오수재와 재회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역이지만 다방면으로 눈에 확연히 띄었다. 가장 먼저 언급된 부분은 아무래도 외양이었다. 2019년에 방송한 드라마 ‘SKY 캐슬’ 속 통통한 꼬맹이 우수한이 키 188㎝의 건장한 청년으로 돌아왔으니, 어쩌면 놀랍다는 반응은 당연했다. 키도 키지만, 그 귀엽던 볼살은 쏙 빠지다 못해 핼쑥해졌다. 나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도 맞지만,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체중 감량도 했다는 전언이다.

“약 7개월간 체중을 관리했다. 하는 동안 61~2㎏을 유지했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먹고 싶은 것 먹고 친구들도 만났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라면이다. 하하. 유독 힘든 촬영을 마치면 2개도 먹었다. 적정 몸무게는 73~5㎏으로 안다. 하지만 동구가 감옥에 있기도 하고 초췌하길 바라서 다이어트에 힘썼다. 키는 오디션 봤을 때 이 정도로 크지 않았다. 그런데 계속 크더라. 하하.”

의도치 않게 이미지가 상당히 바뀌었지만 꽤 만족하는 눈치였다. 그는 “황인엽 선배님 회상 신에 나왔는데 내가 황인엽 선배님 형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있더라. 좋았다. 아역의 고민은 항상 ‘어떻게 성인으로 잘 넘어갈 수 있을까’다”라며 “이렇게 살이 많이 빠지고 (외모가)변할 줄 몰랐다. 그저 연기만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SKY 캐슬’ 때도 화면에 잘 나오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동구가 얼마나 힘들고 절박한지 표현하려고 했는데 감사하게도 좋은 댓글과 기사가 많더라”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연기력에 대한 호평도 많았다. 전작과 결이 다른 캐릭터를 무난히 소화하며 극의 개연성과 몰입감을 책임졌다. 오디션을 보고 합류했다는 그는 “‘SKY 캐슬’ 종방 인터뷰 때 무게감 있는 감정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게 3~4년 전인데 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몇 회차 나오지 않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못하면 드라마 자체를 망치겠더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거 회상으로만 16화까지 계속 나오더라. 감독님이 내가 최대 수혜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결과물은 좋았지만 그 과정은 수월하지 않았다. 인물이 처한 상황이 극단적이니, 이를 연기하는 배우의 몸과 마음 역시 지쳤을 터다. 캐릭터 표현에 대한 고민도 동반됐다. “힘들기도 했고 어렵기도 했다. (우)수한이는 촬영 현장에서 편하게 즐기면서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동구 같은 경우는 상대 배우들도 심각했다. 그래서 각자 감정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았다. 사실 내 나이에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어떻게 하면 진짜 같이 표현할 수 있을까, 깊이감 있게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럼에도 참 따뜻한 현장이었다. “서현진 선배님께 너무 감사했다. 내가 만날 때마다 초췌하고 체력이 소진돼서 추워했다. 그러니까 몸 덮을 것을 챙겨주셨다. 연기할 때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형을 선고받는 장면을 찍을 때 급성 축농증이 왔다. 눈물을 흘려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멘탈이 나가더라. 그런데 선배님이 실제로 이런 상황이라면 믿기지 않아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다. 내가 너무 눈물 연기에 집착했던 것 같다. 눈물보다 감정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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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의구심은 대선배 허준호가 해결해줬다. “‘왜 오수재인가’ 다음 행보가 되게 중요하다. 미성년자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시기이지 않나. 드라마가 끝나고 모인 자리에서 이런 고민을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선배님께서 걱정하지 말라고, 30살 전까지는 배우로 보지도 않는다고 하셨다. 진짜 깊이 있는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서른이 돼야 그 감정들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그전까지는 또래 배우들이 떠도 부러워하지 말고 순리대로 편하게 가라고 하셨다. 그렇게 해야 ‘롱런’할 수 있다고.”

배우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어른들의 도움도 컸지만 스스로 안주하지 않으려는 성향도 한몫했다. ‘SKY 캐슬’ 이후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에 나간 것만 봐도 그렇다. “‘SKY 캐슬’ 끝나고 비슷한 역할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이미지가 굳혀질 것 같아서 비중이 커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잠깐 내려놓고 부족한 걸 채우려고 동네 댄스학원에 갔다. 근데 오디션이 있다고, 2주 남았다고 하시더라. 목숨 걸고 해보기로 했다. 끼가 많지 않아서 생각보다 진짜 힘들더라. 그리고 어린 나이에 5~6개월 가족과 떨어져서 숙소에서 지냈다. 형 100명 사이 막내였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2019년 활동명을 ‘유진우’로 변경했다가 다시 본명으로 돌아온 이유 역시 정체성과 맞닿아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을 때 동명이인이 상단에 떠도,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벌써 자신을 단단히 지키는 법을 아는 눈치였다. “이름을 바꾸니까 나라는 사람에 대한 정체성이 모호해져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느낌이었다. 이유진이 나 같은데, 나라는 사람이 바뀐 것 같았다. 이젠 성인 배우로 잘 넘어가고 싶다. 애초에 1등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대신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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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미지나인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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