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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낙동강 보, 홍수 조절커녕 피해만 키워…가뭄엔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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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그후 10년, 낙동강의 재앙 ②사업목표 이뤘나

4대강 사업 기대효과 내걸었지만

2년 전 대규모 홍수 때 속수무책

합천보 홍수위 급상승 강둑 터져

하천학회 “홍수조절능력 없어”


한겨레

2020년 8월9일 새벽 4시께 경남 창녕군 이방면 합천창녕보 상류 250m 지점의 낙동강 본류 둑이 터졌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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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은 제 목표를 이뤘을까. 이명박 정부는 물 부족과 홍수 피해를 해결하겠다며 4대강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 완공 10년째인 현재까지,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의 홍수조절 능력은 입증된 바 없다. 오히려 집중호우가 내리는 홍수 때의 수위(홍수위)는 보가 없을 때보다 더 높아져 범람 등의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물 부족과 홍수 피해 해결’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서 첫번째 기대효과로 꼽혔다. 당시 정부는 기후변화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뭄에 대비해 충분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홍수 피해 복구 위주의 치수대책에서 사전예방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4대강에 16개 보를 만들어 13억㎥ 물을 더 확보하고, 퇴적토 준설로 홍수위를 낮추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2020년 대규모 홍수 피해가 발생하자 4대강의 홍수조절 효과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2020년 8월9일 새벽 4시께 경남 창녕군 이방면 합천창녕보 상류 250m 지점의 낙동강 본류 둑이 터졌다. 6일 밤부터 8일 밤까지 내린 300㎜ 폭우 영향이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측자료를 보면, 둑이 터지기 전날인 8일 합천창녕보의 강물 유입량은 초당 8283t, 방류량은 초당 7660t으로 방류량보다 유입량이 많았다. 이 때문에 강물 수위가 점점 높아져 9일 새벽 2시에는 17.56m에 이르렀다. 홍수 때 수문을 열어야 하는 기준 수위를 뜻하는 ‘보 상한수위’(11m)보다 6.56m나 수위가 올라간 것이다. 장천리·송곡리·거남리 등 이방면 일대 마을과 논밭이 물에 잠겼고, 국도 67호선과 지방도 1032호선 등 도로가 끊기면서 옥야리 등 여러 마을이 고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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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사업의 기대효과.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갈무리


당시 합천창녕보 현장 조사에 직접 나섰던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제방 안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콘크리트관을 묻었는데, 흙과 콘크리트 접촉 부분에 물이 조금씩 새는 ‘파이핑 현상’이 생겼다. 수위가 점점 높아지니 제방 안으로 스며드는 물의 양이 많아져 결국 무너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대강 사업으로 만든 보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합천창녕보가 홍수위를 40㎝ 정도 상승시켰다”고 말했다. 하천 제방은 보통 하천 홍수 때 수위를 예측한 ‘계획홍수위’보다 높게 여유 공간(2m)을 두는데, 홍수위가 높아지면 여유 공간이 줄어들어 물이 범람할 위험이 커진다.

결과적으로 4대강 보의 홍수조절 능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2월 환경부가 발표한 ‘4대강 보의 홍수조절 능력 실증평가’ 보고서를 보면, 낙동강 8개 보 가운데 달성보·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 등 중하류 3개 보는 홍수위를 상승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보 수문을 완전히 열었을 때 홍수위가 보 건설 전과 견줘 달성보는 1.01m, 합천창녕보는 0.87m, 창녕함안보는 0.83m 높아졌다. 또 보 수문을 닫았을 때 홍수위는 보 수문을 열었을 때와 견줘 달성보는 0.53m, 합천창녕보는 0.45m, 창녕함안보는 0.29m 높아졌다.

이런 결과는 낙동강뿐 아니라 한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 모든 보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당시 홍수 현장 조사에 나섰던 대한하천학회는 “2020년 8월 홍수 당시 실측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4대강 보의 홍수조절 능력은 없는 것으로 나왔다. 오히려 통수단면(물이 이동하는 통로의 단면 형상)을 축소해 홍수위의 일부 상승을 초래했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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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보 지점 보 유무에 따른 홍수위 변화 모습. 환경부 ‘4대강 보의 홍수조절 능력 실증평가’ 보고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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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가 가뭄 시기 물 부족에 효과가 있었는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박 교수는 “보에 가두어둔 물을 활용해서 가뭄을 예방했다면, 가뭄 시기에 보의 물이 줄어들어야 한다. 그런데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WAMIS)을 보면, 지난 가뭄 때 창녕함안보에 가두어둔 물이 줄어든 적이 없다. 보가 가뭄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도 “(실제로 보의 물을 가뭄 때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낙동강 보 인근 지역에는 도움될 수 있겠지만, 보를 벗어나면 수로가 연결돼 있지 않아서 물을 끌어갈 수 없다.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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