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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대만 때문에 서먹? 바이든·펠로시, "中 견제"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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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 대만 방문 강행 후 백악관서 첫 만남

펠로시 "반도체法, 미국의 경제적 독립 상징"

바이든 "中공산당, 美 반도체산업 방해 시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행정부의 우려와 만류 속에 대만 방문을 강행한 뒤 처음 공식석상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조우했다. 한때 ‘바이든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에게 우려를 표했다’는 취지의 보도도 나왔으나 둘의 만남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 화기애애했다.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견제 발언을 쏟아냄으로써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최근 의회 상하 양원을 통과한 ‘반도체산업 육성법안’에 공식 서명했다. 이 자리에는 특별히 펠로시 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이 백악관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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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산업 육성법’ 서명식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오른쪽)이 발언하는 동안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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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펠로시 의장은 지난주 싱가포르·말레이시아·한국·일본 아시아 4개국을 순방하던 중 원래 일정에는 없던 대만을 전격 방문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당장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라며 발끈했다. 중국군은 전투기와 함정을 총동원하고 미사일까지 발사해가며 대만을 맹렬히 위협했다. 그로 인해 대만해협에 전시를 방불케 하는 긴장이 고조됐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뒤에도, 심지어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대만해협과 그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가장한 중국의 무력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이는 미국 정가와 언론계에도 논란을 일으켰다.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공에 대응하기도 바쁜데 굳이 미·중 갈등까지 심화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에서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략하기라도 하면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 두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과 맞닥뜨리는 최악의 처지로 내몰리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출국 전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선 “국방부에 따르면 (대만 방문은) 당장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한다”고 답했다. 국방부로 ‘공’을 떠넘기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결국 자신도 탐탁치 않게 여긴다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일부 언론은 ‘백악관이 펠로시 의장 측에 우려와 만류 의사를 전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자신의 행동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부담을 안겼다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해선지 이날 백악관을 찾은 펠로시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을 극찬했다. 발언 기회가 주어지자 “오늘 대통령의 ‘반도체산업 육성법’ 서명과 동시에 미국은 경제적 독립을 선언했다”며 “우리는 국가안보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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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지난 3일(현지시간) 타이페이 시내에 펠로시 의장을 환영하는 게시물이 내걸려 있다. 타이페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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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도 대만 방문을 둘러싼 논란과 무관하게 ‘반도체산업 육성법’의 의회 통과에 펠로시 의장이 기여한 공로를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반도체 분야에서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그는 “핵심 무기에도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안보 차원에서 전략적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며 “중국 공산당이 이 법안에 반대하는 미국 사업에 적극적으로 로비를 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반도체산업 육성을 방해하고 자기네가 이 분야 최고가 되려는 중국의 과욕을 질타한 것이다. 이를 두고 ‘결국 바이든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중국 견제라는 대의 앞에 의기투합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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