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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현대차, 노조에 ‘허락’받는 사이… 테슬라는 북미에 공장 또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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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독일 폭스바겐 등 전통적인 완성차 브랜드가 전기차 생산을 빠르게 확대하는 가운데 테슬라는 북미 지역에 새로운 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그런데 앞다퉈 전기차 공장을 세우는 다른 업체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국내외 생산 규모를 변경할 때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기이한 조항 때문에 해외 투자 결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세계 전기차 시장의 거점인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국내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주요국 정책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완성차 업체가 기민하게 생산 전략을 세우고, 상황이 바뀌면 전략을 빨리 수정하는 ‘속도전’이 무기가 됐지만, 현대차그룹은 노조에 발목이 잡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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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에 있는 기가팩토리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테슬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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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슬라는 북미에 새로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는 캐나다에 신규 공장을 짓기 위해 온타리오 주정부와 협의 중이다.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와 텍사스 오스틴, 중국 상하이, 독일 베를린 4곳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고, 미국 네바다 르노와 뉴욕 버팔로에는 각각 배터리,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테슬라가 캐나다에 설립하려는 공장이 완성차 생산을 위한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30년까지 연간 200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겠다고 밝혔고, 미국 정부가 북미에서 완성차 조립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캐나다에 들어서는 공장은 완성차 생산 시설일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는 불과 수년 사이에 생산 능력을 대폭 확장했다. 상하이 공장은 2019년부터, 베를린 공장은 올해 3월부터 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미국 텍사스 공장이 오픈한 것도 올해다. 생산 확장을 위한 경영진의 투자 결정이 그만큼 신속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연간 2000만대라는 생산 목표를 실현하려면 10개 이상의 공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 지금 같은 속도라면 테슬라는 수년 내 5개 안팎의 공장을 새로 지어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이 본격화되자 현대차그룹도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각 브랜드에서 잇따라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있지만, 생산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더디기만 하다. 수요에 맞게 생산량을 조절하거나 생산 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이전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거나 해외 생산을 시작할 수 없다. 모두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협의 과정도 매우 험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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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환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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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을 결정할 때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그동안 국내 증설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전기차 시대에서는 해외 생산을 확대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 고용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수요가 많은 전기차 모델의 미국 생산을 반대하고 있다.

생산 부분에서 신속한 의사 결정이 어려운 현대차는 미국이 최근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생산한 제품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까다로운 생산 공정을 요구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이 미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는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때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은 소재나 부품을 사용하고, 전기차 최종 조립도 북미에서 해야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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