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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아침마다 마트앞 '치킨런'…"반값통닭 당당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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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 판 뒤집는 소비자 ① ◆

매일경제

홈플러스 영등포점 치킨 매대 앞에서 고객들이 줄을 서서 `두마리치킨`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홈플러스 각 점포에선 두마리치킨을 하루에 40개만 판매해 경쟁이 치열하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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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2시 50분께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강서점 2층에 위치한 치킨 매대 앞에는 고객 40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오후 3시 정각이 되자 조리실에서 카트에 실려나온 '두마리치킨' 40개가 직원들이 매대에 올려놓기 무섭게 매진됐다.

두마리치킨은 '당당치킨' 2마리를 한 통에 담아 파는 일종의 묶음 상품이다. 당당치킨 1마리 가격은 6990원(후라이드)이지만, 두마리치킨은 9990원에 불과해 인기가 높다.

간발의 차로 치킨을 '득템'하지 못한 고객은 지나가는 직원을 붙잡고 당당치킨을 챙겨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한상인 홈플러스 이사(메뉴개발총괄)는 "당당치킨이 동나면 치킨 조리 공간 문을 두드리며 '빨리 치킨을 달라'고 소리치는 고객들까지 있을 정도로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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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마트 3사가 일제히 1만원을 밑도는 치킨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유통업계에선 '통큰치킨의 귀환'이라는 말이 나온다.

통큰치킨은 롯데마트가 2010년 12월 딱 일주일간 판매했던 자체브랜드(PB) 치킨이었다. 5000원의 가격에 프랜차이즈 치킨보다 더 많은 양을 담아줘 출시와 동시에 큰 화제를 모았다. 통큰치킨을 사려는 고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프랜차이즈 치킨업계가 이를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로 규정하며 비판하고 나서자 판매를 중단했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나서 "롯데마트가 손해를 보고 치킨을 팔면서 영세 닭고기 판매점이 울상"이라며 압박하고 나선 여파였다.

하지만 이번 2차 치킨대전은 12년 전과는 양상이 180도 다르다. 대형마트 치킨이 소비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은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최근 치킨 관련 기사 댓글창은 대형마트를 지지하고 프랜차이즈업계를 비판하는 글로 도배가 된다.

주로 "프랜차이즈 치킨 불매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글이 많다. 실제 지난해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업체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비에이치씨(bhc) 27.2%, 혜인식품(네네치킨) 15.2% 등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30대 직장인 김동훈 씨는 "치킨 프랜차이즈에 비해 마트 치킨 맛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가격이 2배 넘게 차이나는 걸 감안하면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마트 치킨의 인기는 치킨 프랜차이즈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터져나온 상징적 사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도 변화에는 프랜차이즈 치킨업계의 가격 구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업계가 공급받는 생닭의 품질이 차이가 없는데도 치킨 가격이 2배 이상 차이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업계가 생닭 공급사를 공유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양측이 생닭 브랜드를 따로 두고 있지 않으니 품질이나 공급가에선 차이가 거의 없다.

대형마트의 한 상품기획자는 "국산 육계 업체들의 시스템이나 사육 방식, 사료 등은 비슷하기 때문에 닭고기의 질은 거의 비슷하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치킨 선택에서 가격이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업계 모두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구매하는 닭의 규모 측면을 놓고 볼때 프랜차이즈업계의 가격 협상력이 대형마트보다 높으면 높았지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치킨 1마리를 1만원 이하에 공급하고 나설 수 있는 것은 임차료와 인건비 같은 추가 비용 요인이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매장에서 직접 조리해 프랜차이즈 점포와 달리 임차료 부담이 없고, 기존 즉석식품 조리 인력이 제조하는 만큼 인건비 부담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대형마트가 치킨을 모객을 위한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면서 가격 왜곡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킨 원재료인 생닭 매입가는 8호(750~850g) 기준 마리당 4000원을 조금 밑도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6000~7000원대 판매가격으로는 사실상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장우철 광운대 교수는 "대형마트가 오프라인 유통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치킨을 활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만 대형마트가 과연 지금과 같은 치킨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오수현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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