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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준석 결국 국힘에 ‘전면전’ 선포… 법원 판단 따라 與 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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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정당에 초유의 법적 대응

‘주호영 비대위’ 전환 하루 만에

李 “가처분신청 전자 접수” 밝혀

남부지법, 17일 심문기일 잡아

최고위 의결 절차 하자 등 쟁점

“법원, 정당 일 개입 꺼려” 의견도

朱 “비대위 인선작업 집중할 것”

집권여당 대표가 소속 정당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했다.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동 해임’ 된 이준석 대표가 10일 법원에 비대위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다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주호영 비대위원장 두 명의 당대표가 공존하는 셈이라 전대미문의 혼돈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취임 직후부터 소송전에 휘말린 주 위원장은 이 대표와 접촉을 시도하는 한편, 비대위원 인선을 위한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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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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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가처분 신청(을) 전자로 접수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그는 전날 SNS를 통해 “가처분 신청 한다. 신당 창당 안 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이 대표가 국민의힘과 주 위원장을 상대로 낸 비대위 전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민사51부(부장판사 황정수)에 배당했다. 남부지법은 오는 17일 오후 3시에 심문기일을 열기로 했다.

비대위 전환과 이 대표의 해임 등에 반대하는 당원들로 구성된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도 11일 별도의 집단 소송을 낼 예정이다. 국바세는 탄원서 제출도 추진 중이다. 이 단체를 이끄는 신인규 상근부대변인은 SNS에서 “(집단소송에) 책임당원 약 1560명이 참여하기로 했다”며 “내일 접수시 최종 공지할 것”이라고 알렸다.

앞서 이 대표는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등으로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지난달 8일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뒤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과 지지자들을 만났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당을 수습하려 했으나 일명 ‘문자 파동’ 등으로 연달아 구설수에 오르면서 당은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졌다. 여권의 위기감이 고조되자 배현진·조수진·윤영석·정미경 최고위원이 줄사퇴하며 지도부가 붕괴 수순에 이르렀고, 결국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전날 ‘주호영 비대위’가 닻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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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당 윤리위원회에 출석하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오른쪽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고 있는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남제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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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이 대표를 비롯해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 지도부는 모두 자동 해임됐다. 그러나 이 대표는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이미 사퇴를 선언한 최고위원들이 최고위 표결에 참여한 점 등을 문제 삼으며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해왔다. 법원에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에서도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짚었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이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선 최고위 의결의 절차상 문제점 등을 이유로 인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법조계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행정소송 전문가인 강호석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통화에서 “사법부는 웬만하면 정당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개입을 자제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정당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명백하게 절차적 하자가 드러나 있는 게 아니라면 (이 대표가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와 연락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다각도로 접촉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주 위원장은 “이 대표 측에서 마음을 내서 만날 결심을 해야 일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대표 측에 주 위원장이 먼저 만남을 제의했으나, 거절당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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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국회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편으로 주 위원장은 비대위 구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그는 비대위원 인선에 대해 “당의 안정과 혁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분들을 중점적으로 모실 계획”이라며 “오늘과 내일은 그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주 위원장은 자신과 당연직 비대위원 3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 가운데 여성을 1~2명, 외부 인사를 2~3명 인선하려 한다는 뜻을 밝혔다. 비대위 구성은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진 마무리될 전망이다.

원내에서는 당내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는 초재선 그룹이 발탁될 것으로 점쳐진다. 재선 의원 중엔 주 위원장이 원내대표였을 때 원내수석부대표로 합을 맞췄던 김성원 의원이나 여성인 김정재 의원 등이 거론된다. 초선 의원 중엔 3·9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입성한 조은희 의원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비서실 정무팀장을 지낸 정희용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모두 범 친윤(친윤석열)계 또는 특정 계파와 무관하게 두루 친분이 있는 의원들로 꼽힌다. 원외 인사로는 ‘경제통’인 윤희숙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김주영·이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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