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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총수 친족 축소·외국인 총수지정 무산…"합리적" vs "허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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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엇갈린 평가

자녀있는 사실혼 배우자 친족 포함은 대체로 긍정적

뉴스1

ⓒ News1 장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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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서미선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친족범위를 좁히는 대신 자녀가 있는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에 추가하고, 외국인의 총수 지정은 더 검토하기로 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공정위 발표를 두고 기업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했다는 평가와 함께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루프홀(허점)이 많아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간 '규제 사각지대'로 꼽힌 대기업 총수의 자녀 있는 사실혼 배우자가 친족 범위에 새로 포함된 것은 시대 변화에 맞고 규제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있었다.

10일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달 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혈족 6촌, 인척 4촌'인 총수 친족 범위를 '혈족 4촌, 인척 3촌'까지로 좁혔다. 혈족 5~6촌과 인척 4촌은 '동일인 지배력을 보조'하는 경우만 친족 범위에 포함시킨다.

공정위는 총수와 그 친족 등은 특수관계인으로 규정하고,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특수관계인 등에게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한다. 이를 거부하거나 거짓자료를 내면 제재 대상이 된다. 총수 친족 범위에 따라 규제 대상 기업집단과 특수관계인 범위가 달라진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난해 5월 기준 총수 있는 60개 기업집단 친족 수는 8938명에서 4515명으로 절반가량 줄어든다.

또 개정안은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성립된 자녀가 있는 경우 사실혼 배우자를 동일인 관련자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가 총수 친족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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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주요 내용(공정위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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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엔 대기업 사외이사가 독립경영하는 회사는 원칙적으로 계열사에서 빼는 내용 등도 담겼다.

공정위는 외국인도 일정 요건 충족 시 대기업 총수로 지정하는 내용도 담으려 했으나 관계부처가 통상마찰 등을 우려해 이번엔 무산됐다. 내년 5월에도 미국 국적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총수 지정을 피할 공산이 커진 셈이다.

사실혼 배우자가 총수 친족범위에 포함된 것엔 긍정적 평가가 우세한 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사실혼도 실제로 꽤 있어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고,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도 "사실혼 관계 인정은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그룹사 내지 동일인을 겨냥한 것 아닌가 해 법의 보편성 측면에서 적절한가 싶다"고 했다. 입적한 자녀가 있는 사실혼 배우자만 규제대상이 돼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고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수 친족 범위 축소에 대해선 성 교수는 "과거와 달리 6촌 정도 되면 사실상 관계가 매우 희석된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합리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 교수는 "특수관계인을 어디까지 지정하냐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대상 범위도 달라지고 금융회사·공익법인 의결권 행사 기준에도 영향이 가는데 이렇게 친족·혈족 범위를 줄이면 루프홀이 많아진다"고 사각지대를 걱정했다.

외국인 총수 지정 무산을 두고는 성 교수는 "규제 일관성 측면에서 국내에 기업집단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면 외국인이라도 규제하는 게 맞다"며 "그렇지 않으면 내국인을 더 차별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번엔 김범수 의장만 해당되지만 향후 재벌총수 (자손 중) 외국국적이 있을 수 있는데 경영권을 넘겨받은 게 외국인이면 어떻게 할 건지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해 규제하면 한국에 대한 투자의욕을 꺾을 수 있고, 다른 나라엔 없는 총수 지정 문제가 불거지는데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 교수는 "공정거래법을 경제력 집중을 막으려 과도하게 조정하다 보면 규제력이 자칫 낭비될 수 있다"며 "그 대상이 외국인 기업까지 포함되면 경제교류 차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한 전문가는 "국내는 총수 지정을 하는데 해외는 안 하면 형평 이슈는 나올 수밖에 없는데, 자연인을 총수로 지정해 기업집단을 규제하는 자체가 문제"라며 "동일인 지정 제도를 유지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한다"고 했다.

smi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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