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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한중 외교회담 다음날…中 “한국, 사드 3불 1한 입장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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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한중 외교장관 악수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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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10일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 ‘한국 정부의 3불 1한’을 주장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중국 칭다오에서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연지 하루 만이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정식으로 대외에 ‘3불1한(3不1限)’이라는 정책을 표명했다”며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것은 명백히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며 중국은 한국 측에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 중 사드 관련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앞서 9일 회담에서도 박 장관과 왕 위원은 사드 3불의 유효성을 놓고 상호 입장차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두 장관은 “사드 문제가 상호 협력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양국 외교부가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발표와 달리 사드 문제는 회담 이튿날 곧장 한·중 관계의 걸림돌로 부상했다.



3불 이어 이번엔 '1한' 약속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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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드3불에 대해 설명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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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대변인이 언급한 ‘3불 1한’은 2017년 10월 31일 남관표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과 쿵쉬안유(孔鉉佑) 당시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의 협의 내용과 관련된 주장이다. 2017년 10월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3불은 ▶한국이 사드 추가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같은 입장을 중국 측에 설명했다. 약속이나 합의가 아닌 입장이라는 취지였다.

윤석열 정부도 사드 3불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입장 표명일 뿐 양국 간의 약속이나 합의 사항은 아니란 점을 고수해 왔다. 박진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드 문제 관련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은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우리의 안보 주권 사안임을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분명하게 밝혔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도 “사드 3불은 중국과 약속하거나 합의한 게 아니고 (전임 정부에서) 입장을 설명한 것이다. 중국이 한국과 약속했으니 지키라고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중국 측은 사드 3불이 양국 간 약속이며 한국이 지켜야 할 합의 사항이라고 주장해 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사드 3불과 관련 “새 관리는 과거의 부채를 외면할 수 없다”며 “어느 당이 집권하든 대내적으로 어떤 정치적 필요가 있든 대외정책은 기본적인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역사와 자신에 대한 존중이자 이웃 간 소통의 도리”라고 말했다. 한국의 새 정부 출범과 무관하게 전임 문재인 정부의 사드 3불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1한' 놓고 사드 갈등 재점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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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0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이 사드 문제와 관련 3불 1한을 정식 선서했다고 주장했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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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왕 대변인이 이날 기존 사드 3불에 더해 이미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된 사드의 운용 제한을 의미하는 ‘1한’을 공식화해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1한’을 한국의 대외 약속으로 규정하는 주장을 공개 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 이후 지난 6년간 계속됐던 한·중 사드 갈등이 보다 복잡한 양상으로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한의 경우 3불과 달리 한·중 간 구체적 협의 내용조차 알려진 바 없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기였던 지난 4월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중국 측이 문재인 정부에 1한을 요구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 “인수위가 이 내용을 해당 부처들로부터 보고를 받았는지 사실 관계 확인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1한은 기배치된 사드를 제대로 운용하지 않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군사주권에 대한 침해로 오해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증폭되자 외교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국이 사드 3불 1한을 정식 선서했다는 중국 측 주장은 이전 (문재인) 정부가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혔던 것을 지칭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우리 정부는 사드가 안보 주권 관련 사안으로서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회담 하루 뒤 중국 외교부가 ‘3불 1한’을 굳이 언급한 건 사드 문제를 안보 주권으로 바라보는 윤석열 정부에게 ‘우리는 사드 문제를 양보할 뜻이 없다’는 공개적인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회담에선 사드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자고 원만하게 합의했지만, 이와는 별개로 중국 국내 여론을 다지고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 주석이 원하는 방향의 강경론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문재인 정부 당시 사드 3불을 둘러싼 논란 등 기존의 양국 간 합의라고 할수없는 사항을 사후에 일방적으로 꺼내서 한국 당국을 당혹스럽게 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드 등 한국의 안보 주권과 직결된 문제는 중국에게도 분명하게 문제 제기를 해서 향후 같은 일로 양국 관계에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부간섭 배제" 中 '5개의 마땅함' 제시



한편 왕 위원은 9일 회담에서 ‘5개의 마땅함(應當·응당)’을 제시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발표했다. ▶마땅히 독립자주를 견지해 외부의 간섭을 받지 말고 ▶선린 우호를 견지해 피차 중대 우려를 살피고 ▶개방과 윈(win)-윈(win)을 견지해 생산·공급체인의 안정과 창달을 수호하고 ▶평등 존중을 견지해 서로 내정을 간섭하지 말고 ▶다자주의를 견지해 유엔 헌장의 원칙을 준수하자는 내용이다.

이는 중국의 평소 속내로, 한·미동맹 대신 중국과 함께 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번엔 ‘독립자주’와 ‘외부 간섭 배제’ 등 예민한 표현을 외교장관 회담에 맞춰 발표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부를 수 있다. 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방중 회담에서 ‘5개 요구’를 내놨다는 점에서 향후 5년간 이를 계속하겠다는 압박 외교를 예고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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