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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정우성이 '헌트' 3번 거절한 이유 "스스로 지옥문 열겠다는 이정재 감독, 안쓰러웠다" [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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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조은별기자]“한국영화 부흥기에 데뷔한 두 배우가 ‘태양은 없다’를 통해 친구가 됐고, 친구가 된 두 사람이 스타라는 수식어에 머무르지 않고 진심을 담아낸 영화다.”

‘절친’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의 공동 주연배우 김정도 역을 연기한 배우 정우성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신중함이 묻어났다.

그의 말마따나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두 스타가 23년 만에 한 작품에 출연한 만큼 연예계의 시선은 각별했다. 기대도 컸지만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냉철한 평가의 시각도 존재했다. 정우성이 ‘헌트’ 출연을 세 차례 거절한 이유기도 하다.

“만약 정재 씨의 감독 데뷔작이 아니라면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현장을 즐겼을 수 있다. 하지만 친구이자 동료인 파트너가 제작 및 프로듀싱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작품이었다. 당시 회사(아티스트 컴퍼니)를 설립한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제작사 차리더니 출연까지 같이 하네’라는 외부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재 씨에게도 ‘우리가 함께 하는 순간 그렇게 바라보는 이들이 있을테니 늘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자신이 직접 감독한 ‘보호자’를 촬영하던 때였다. 문득 찾아온 이정재가 ‘헌트’를 직접 연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우성은 당시 상황에 대해 “스스로 지옥문을 열겠다고 들어오는 것처럼 보였다”고 묘사하며 “그럼에도 지지와 응원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 된다 생각했지만 이제는 바구니에 넣은 계란이 다 깨져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후회없는 만듦새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내가 이 얘기를 할 때, 정재 씨는 취해서 듣지 못했다.(웃음)”

그래서 정우성은 단순한 주연배우가 아닌 파트너의 마음가짐으로 촬영에 임했다. “‘헌트’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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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980년대 가상의 군부정권이 배경이다. 정우성은 극중 안전기획부 내 국내파트 담당 김정도를 연기했다. 군인 출신인 김정도는 대통령 암살계획을 막기 위한 작전에 투입되지만 안기부 내 해외 파트 담당인 박평호(이정재)와 사사건건 부딪히며 알력다툼을 벌인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손을 잡는다.

정우성은 “최종 목적지는 같지만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두 캐릭터가 서로의 존재감을 극대화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연기적으로는 두 사람이 한치의 밀림이 없지만 주연배우로서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짙은 애잔함이 배어있다. 정우성은 “정재 씨가 연출자로서 짊어져야 하는 무게를 감당하는 모습을 보니 짠했다”며 “이제까지 배우로서 현장에 있었던 시간과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내가 굳이 ‘친구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지 않아도, 같은 시간, 같은 공기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와 힘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7년 영화 ‘비트’를 통해 ‘한국의 제임스딘’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청춘스타로 우뚝 섰지만 정우성은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나이 먹고 더 가야할 길이 많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계속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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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스타 수식어를 얻은 뒤 ‘똥개’에 출연하자 ‘비트’의 민이가 왜 이런 영화에 출연하냐는 소리를 들었다. ‘마담뺑덕’, ‘호우시절’ 같은 영화도 외면받았다. 출연작 중 1000만 관객을 넘은 영화가 없다. 하하, 여러 가지 도전을 하다보면 성공도, 실패도 당연하지 않기에 성공에 겸손하게 되고 실패도 극복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청춘의 풋풋함 대신 중년의 주름을 얻었지만 그럼에도 정우성은 여전히 근사하다. 그는 “피부과 관리도 받지 않고 메이크업도 15분이 넘어가면 좀쑤셔 한다”며 “배우에게 주름은 중요한 표현력”이라고 강조했다.

‘절친’의 작품에 이어 정우성 자신이 직접 연출한 영화 ‘보호자’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보호자’는 다음달 11일 (한국시각) 제47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헌트’와 나란히 초청받았다.

정우성은 “어쩌다 보니 두 작품이 나란히 초청받았다. 나나 정재 씨나 영화인으로 열심히 살았다는 걸 보여드리는 소식인 것 같아 기쁘다”라며 “지금이 전성기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꾸준히 내가 하는 일에 진심을 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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