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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트럼프의 굴욕… ‘자산 조작혐의’ 검찰 불려가 6시간 묵비권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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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직 대통령 이례적 출석

세금 덜 내려고 부동산 등 축소

수사결과 따라 형사기소 가능성

FBI 자택 압수수색에 이은 치욕

WP “한국, 대통령 절반 감옥행”

수사 반발 공화당·지지층 비판

“도널드 트럼프는 평소 말이 많지만, 오늘은 안 그랬다.(Donal Trump usually has a lot to say, but not today: CNN방송)”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가족 기업인 더트럼프오거니제이션(The Trump Organization)의 자산가치 조작 의혹과 관련해 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검찰에 소환돼 약 6시간 동안 조사를 받으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세계일보

경호 받으며 출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0일(현지시간) 가족 기업 더트럼프오거니제이션의 자산가치 조작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출두하기 위해 경호원 호위를 받으며 뉴욕의 트럼프타워를 나서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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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검찰은 트럼프 일가가 소유 부동산 가치와 관련해 납세 때는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축소하고, 은행대출을 받는 과정에서는 거꾸로 부풀린 혐의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주(州)검찰은 이 사안을 민사사건으로 다루고 있어 형사기소를 할 수 없지만, 맨해튼연방지검은 동일한 건을 형사사건으로 취급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연방지검 수사에 전기가 마련돼 형사기소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던 2019년부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오전 뉴욕시 트럼프타워를 나서 검은색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를 타고 검찰청에 도착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 환호 속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청사에 들어갔다. 이어 바로 본인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묵비권을 행사할 것임을 예고했다. “가족과 회사, 그리고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정치적 목표가 있는 변호사와 검사, 가짜뉴스 매체의 마녀사냥 표적이 되었을 때 묵비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트루스소셜에 흑인인 레티샤 제임스 주검찰총장을 겨냥해 “인종차별론자인 뉴욕주 검찰총장을 만나게 됐다. 미국 역사상 가장 거대한 마녀사냥의 일환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참모 중 일부는 향후 법적 문제를 고려해 답변을 하지 말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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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장녀 이방카는 지난주 검찰조사를 받았다. 두 자녀는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검찰의 소환조사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질문에 답하면서 헛발질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잘못을 드러냈다면 범죄수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을 것”이라며 “발언 거부로 검찰수사의 미래는 불확실해졌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비리 의혹으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앞서 8일에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퇴임 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친서 등 기밀문서 15상자 분량을 무단반출한 혐의로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이런 위기를 지지층 규합을 통해 돌파하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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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10일(현지시간) 뉴욕시의 뉴욕주 검찰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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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이샨 타루어는 이와 관련해 9일 ‘미국, 전직 지도자들을 조사하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 가입’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국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거론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에 반발하는 공화당과 지지층을 비판했다.

그는 칼럼에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안정적인 민주국가 가운데 하나지만,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전례가 화려하다”며 “2018년 기준으로 살아있는 한국 대통령 가운데 절반이 수감 중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이다.

이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자체가 한국사회 전반의 부패나 민주주의 토대를 위협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처럼 정치적으로 분노한 양극화의 온상이 되는 대신, 한국은 부패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잠재우고 보수에서 진보, 다시 보수로의 평화로운 민주적 정권교체를 이끌어냈다”며 “이는 미국인들이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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