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한·중 사드 갈등 다시 불붙었다…중국이 외친 '1한' 진실공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한중 수교 30주년이자 윤석열 정부 출범 첫 해에 한중 간 사드 갈등이 재점화했다. 기존 갈등 사안인 사드 3불에 더해 중국이 '1한'을 추가 주장하며 갈등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재점화했다.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등 중국의 사드 보복과 '사드 3불(不)' 공방에 이어 이번엔 ‘1한(限)’이 핵심 쟁점이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중 외교장관 회담 직후 “한국 정부가 정식으로 대외에 ‘3불 1한’을 선시(宣示·표명)했다”고 밝힌 게 도화선이 됐다.

지금까지의 사드 갈등은 ‘3불’에 집중돼 있었다. ▲사드를 추가배치 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에 대해 "전임 정부의 입장 표명일 뿐 양국 간 합의나 약속이 아니다"라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반면 중국은 “새 관리는 과거의 부채를 외면할 수 없다”며 사드 3불을 사실상의 약속 또는 공식 합의라고 주장해왔다.



‘1한’ 진실공방 신호탄 되나



중앙일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한국 정부가 정식으로 대외에 ‘3불1한(3不1限)’이라는 정책을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왕 대변인이 경북 성주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된 사드의 운용을 제한하는 ‘1한’을 꺼내든 것은 지난 6년간 이어져 온 사드 갈등 전선의 확장이자 진실 공방의 신호탄에 해당한다. 3불의 경우 한·중 양국이 그 구속력과 성격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면, 1한은 한·중간 논의 여부도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실제 1한과 관련 한·중 간 협의가 있었는지, 이뤄졌다면 협의의 결론은 무엇이었는지 등의 내용은 알려진 바 없다.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2017년 한·중 외교장관 회담 직후 ‘3불 1한’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지만, 정부 차원의 공식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원일희 수석부대변인도 중국 측이 문재인 정부에 1한을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 관계 확인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특히 1한은 이미 배치된 사드의 운용과 직접 연동되는 사안이다. 경우에 따라 중국 측이 요구해 온 “사드 배치 프로세스의 즉각 중단 및 관련 설비 철거” 주장을 다시 수면위로 꺼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 국무부는 중국의 3불1한 주장이 나온 직후 미국의소리 방송을 통해 “한국에 대해 자위적 방어 수단을 포기하라고 비판하거나 압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역시 11일 “사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수단이자 안보 주권 상황으로 결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기배치된) 사드는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고 있고, 8월 말 정도면 거의 정상화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는 우리 안보를 위한 것으로 안보 주권에 해당한다”며 “중국의 반대에 의해 사드 정상화 정책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中 무슨 근거로 ‘1한’ 주장하나



중앙일보

2017년 10월 31일 당시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하는 남관표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 당시 협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중국 측에 이른바 '사드 3불' 입장을 표명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중 사드 갈등의 시발점이 된 ‘3불’은 2017년 10월 31일 당시 남관표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과 쿵쉬안유 (孔鉉佑) 당시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간 협의 과정에서 나온 내용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에 반발해 경제 보복 조치 등을 단행한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사드 3불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당시 한·중 양국이 발표한 보도자료 어디에도 ‘1한’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2017년 10월 31일 협의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에는 1한을 놓고 정확하게 무엇을 지칭하는지 알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며 “중국 측은 사드의 적용 범위가 중국에 미치고 있다고 언급했고 이에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는 내용이 협의 결과에도 담겼는데, (1한은) 이같은 내용을 언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017년 10월 한·중 간 공식 협의 이외에 양국 고위급 사이에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한 비공개 협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익명을 요청한 외교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관계자가 사드로 인한 한·중 갈등 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비공개로 중국을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중국 측이 사드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사드 레이더가 중국을 향하거나, 중국의 전략적 동향을 탐지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를 중국 측이 ‘1한’에 대한 약속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안보 및 군사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유일하게 '합의' 또는 '약속'을 할 수 있는 대상국은 동맹국인 미국뿐”이라며 “중국의 주장과 달리 사드 3불은 물론 1한 역시 애초에 합의나 약속이 이뤄지기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선서’에서 ‘선시’로…표현 논란까지



왕원빈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을 통해 ‘3불 1한’을 언급할 당시 사용한 표현을 놓고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브리핑 직후 펑파이 등 중국 매체는 왕 대변인의 발언을 “한국 정부가 정식으로 대외에 3불 1한 정책을 선서(宣誓)했다”는 내용으로 소개했다. 선서는 대외적인 공식 약속의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정작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발언록에는 선서가 아닌 ‘선시(宣示)’라는 표현으로 표기됐다. 선서와 선시는 중국어 발음이 같다. 하지만 선시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의미로 대외적인 약속을 의미하는 선서보다 구속력이 약한 표현에 해당한다. 만약 왕 대변인이 ‘선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면 이는 한·중 양국이 약속을 했다는 의미로 외교적 파장이 극대화하는 상황이었다.

왕 대변인이 ‘선서’의 의미를 염두에 두고 입장을 발표했으나 한국 외교부의 항의 등으로 뒤늦게 ‘선시’로 표현을 바꾼 것인지, 애초에 ‘선시’를 염두에 둔 발표였는지는 명확지 않다. 다만 1한 주장에 더해 표현을 둘러싼 혼선은 한·중 간 사드 갈등을 강화하는 악재로 작용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