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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모두 1000원"···상인들, 젖은 물건 '눈물의 떨이' [수해 복구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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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곳곳 쓰레기 무더기로 나와

"물길 막히기 전 치워달라" 호소

일부 상인들 '물난리' 트라우마도

군부대·자원봉사자 잇단 도움 손길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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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다 1000원에 팝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퍼붓던 비가 그치고 날이 갠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사계시장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최근 쏟아진 폭우로 젖은 상품들을 싼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가 열리자 피해 상인을 돕고 저렴하게 물건을 사려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행사에서 2만 원이 넘는 신발이 3000~5000원에 팔렸고 5000~1만 원하던 상품은 1000원에 판매됐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최 모(62) 씨는 “어차피 버릴 상품인데 이렇게라도 처분하고 있다”며 “폭우로 500만 원 이상 피해를 입었는데 살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최 씨뿐 아니라 이날 시장 내 상인들은 수해 피해 복구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건물 지하에 위치한 마트에서는 남성 직원들이 일렬로 줄을 서 참치캔이며 맥주·음료 등 세척 후 판매할 수 있는 물건들을 건져냈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코를 막을 정도로 악취가 심했지만 상인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피해 복구 작업에 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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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동전통시장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가게 내부에 무릎 높이까지 차올랐던 물은 모두 빠졌지만 폭우가 할퀴고 간 흔적은 선명하게 남았다. 물에 젖어 뒤틀린 나무 서랍장과 의자, 전원도 켜지지 않는 선풍기, 냉장고 등 집기류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대형 폐기물 수거 차량이 트럭 가득 쓰레기를 실어날랐지만 가게 앞마다 나무판자·상자 등 내다버린 비품들이 무더기로 쌓였다. 아예 가게 내부에 있던 모든 물건을 갖다 버려 내부가 텅 빈 상점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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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을 운영하는 김 모(67) 씨는 “물에 잠겨 팔지도 못하는 음식물을 쓰레기통으로 한 통 가득 내다 버렸다”며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비가 언제 또 쏟아질지 몰라 불안하다”며 “물길이 막혀 또 침수되지 않도록 구청에서 쓰레기를 빨리 치워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날씨가 개면서 수해 복구 작업은 속도가 붙었다. 상인들과 군인·자원봉사자들은 고무장갑을 낀 채 못 쓰게 된 기계를 가게 밖으로 끄집어내고 상점 내부를 빠르게 정리했다.

일상 회복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면서도 일부 상인들은 폭우 피해에 따른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했다. 신발가게를 30년 동안 운영했다는 윤희자(69) 씨는 “이제는 작은 빗소리에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서 “공황장애 진단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는 “허리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고 가게에 도착해 오후 8시부터 오전 3시 반까지 물을 퍼냈다”며 “버린 신발만 한 트럭이고 피해 금액이 3500만 원에 달한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폭우 피해가 컸던 강남·관악·동작·서초구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관내 상인들의 피해 복구 작업을 돕기 위해 인력과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어제는 군부대·자원봉사자·공무원 등 140명을 투입해 현장을 정리했고, 오늘도 30명 정도 투입해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서울시 차원에서 소상공인 긴급 복구비를 200만 원씩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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