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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물가와 GDP

'물가 정점' 기대감 커진 美…자이언트 스텝 가능성 절반으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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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축공포 누그러진 美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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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둔화에 따라 긴축 공포가 누그러지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향후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낙관론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9.1%)에 비해 한풀 꺾인 지난달 물가 상승률(8.5%)은 9월 금리 결정을 앞둔 연준의 긴축 행보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CPI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 오름세가 지속되는 등 물가를 좌우할 변수들이 남아 있어 물가 정점에 대한 판단은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10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확률을 58%로 점치고 있다.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확률은 42%로 이보다 낮았다. 7월 CPI 발표 전날인 9일만 해도 시장은 자이언트스텝 단행 가능성(68%)에 더 무게를 뒀는데, 하루 만에 시장 전망이 크게 뒤바뀐 것이다.

한풀 꺾인 물가 지표에 고무된 전문가들도 연준의 긴축 완화 가능성을 제기한다. 낸시 데이비스 쿼드래틱캐피털매니지먼트 창립자는 CNBC에 "7월 CPI 둔화는 연준에 상당한 안도감을 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둔화되는 게 확인되면, 연준은 통화 긴축 속도를 늦추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먼웰스파이낸셜네트워크의 브라이언 프라이스도 "외관상 인플레이션 고점은 지나갔으며, 하반기에도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점에 시장이 안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 우려가 완화되며 외환시장과 채권시장도 빠르게 반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1.1% 하락한 105.196을 기록했다. 통화 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전장 대비 0.059%포인트 내린 3.2141%를 나타냈다. 시장금리의 바로미터인 10년물 국채금리도 2.785%를 기록해 전장 대비 0.001%포인트 하락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려 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7월 소비자물가 상승폭 둔화를 확인하고 "인플레이션 완화가 시작됐다는 징후를 보고 있다"며 반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지난달 인플레이션은 제로(0)"라고 강조하면서 전월과 비교했을 때 물가 상승이 멈췄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강력한 고용시장을 확인하면서 "나의 경제계획이 작동되고 있다"고 기대했다. 거침없이 치솟던 물가 상승률이 한풀 꺾이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도 요동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미국인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0%를 기록해 지난달(36%)보다 4%포인트 반등했다.

CPI 발표 다음날 나온 7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크게 둔화됐다. 11일 미국 노동부는 7월 PPI가 전년 동기 대비 9.8%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 10.4%를 0.6%포인트 하회한 것이며 지난 6월(11.3%)보다 1.5%포인트 급감한 것이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게 됐다. 이날 함께 발표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6만2000건으로 집계돼 전망치(26만3000건)를 소폭 밑돌았다.

하지만 물가 정점을 판단하기엔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가 전년 동월 대비 5.9%로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특히 CPI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5월 5.5%, 6월 5.6%, 7월 5.7% 등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연준 고위 인사들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7월 CPI 결과를 두고 "물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첫 번째 암시일 뿐"이라며 "승리 선언은 아직 멀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6월 첫 금리 인하를 점치는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현실적이지 않다"며 "금리를 어느 정도 올린 뒤 물가가 2%로 하향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것이 그럴듯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경계했다. 그는 연준이 연말까지 금리를 3.25~3.5%까지 인상하고, 내년 3.75~4%까지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2.25~2.5%다.

[최현재 기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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