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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란, 4억원에 '트럼프 심복' 볼턴 암살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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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앱으로 살인 교사 혐의
“볼턴 30만 달러, 폼페이오는 100만 달러에...”
“가셈 솔레이마니 드론 살해에 보복 시도”
한국일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0일(현지시간) 공개한 이란혁명수비대 소속 샤흐람 푸르사피 수배 전단. 그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에 대한 살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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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절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강경파 인사들을 암살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은 국적 불명의 미국 거주자에게 인터넷으로 접근해 살인 청부를 하려 했는데, 하필 그가 연방수사국(FBI)의 비밀 정보원이었다.

10일(현지시간) 미 법무부는 2020년 볼턴 전 보좌관 등의 살인을 교사한 혐의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샤흐람 푸르사피(45)를 불구속 기소했다. 푸르사피는 현재 수배 중이며, 이란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죽음에 보복하기 위해 이란이 이 같은 공작을 벌인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 이란 군부 최고 실세였던 솔레이마니는 2020년 1월 이라크에서 미군 드론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볼턴 주소 알려 주며 "자동차 사고로 위장, 30만 달러 주겠다"

한국일보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20년 2월 17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에서 강의하던 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더럼=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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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사피의 살인 청부 주문은 구체적이었다. 볼턴 전 보좌관의 워싱턴 소재 사무실 주소를 알려 줬고, 볼턴 전 보좌관이 혼자 산책하는 습관이 있다고 귀띔했다. 자동차 사고로 위장해 살해하라는 요구도 했다. 살인 성공 보수는 30만 달러(약 3억9,000만 원). 협상 초기에는 25만 달러였으나 협상을 거치며 인상됐다.

푸르사피가 굳게 믿은 '킬러'의 실체는 FBI 비밀 정보원이었다. 정보원은 미국 정보 당국에 전말을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킬러'는 암살 실행을 미뤘고, 솔레이마니 사망 1주기를 넘기자 푸르사피는 화를 내기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최근 자신이 암살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는 보고를 뒤늦게 받았다. 그는 "암살 대가가 너무 저렴해 당혹스럽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에 핵 합의에 복원하라고 읍소하며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큰 실수"라면서 뒤끝을 드러내기도 했다.

"볼턴 암살 성공 시 '두 번째 임무'"... 솔레이마니 사망 1주년 넘기자 대노


폼페이오 전 장관도 암살 리스트에 올랐다. 그의 암살 대가는 100만 달러(약 13억 원)로, 볼턴 전 보좌관보다 목숨값이 비쌌다. 푸르사피는 FBI 정보원에게 볼턴 전 보좌관 암살에 성공하면 ‘두 번째 임무’를 주겠다고 했는데, 이는 폼페이오 전 장관 암살을 의미한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폼페이오는 솔레이마니를 사살한 미군 공습 당시 국무장관이었으며, 이란에 ‘최대의 압박’ 정책을 추진했다.

이란은 이에 대해 "근거 없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은 '이란 혐오' 정책의 일환으로 타당한 증거와 적법한 절차 없이 터무니없는 혐의를 주장해 왔다"고 반박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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